brunch

매거진 에세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고신 May 25. 2021

커피와 책상이 만난다

책상에 놓인 커피 한 잔은 상상력에 불을 지핀다

아침 8시가 돼서야 부랴부랴 노트북을 챙겨 카페로 향했다. 최근 공동으로 사용했던 작업실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지는 바람에 한 동안 카페를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집에서 혼자 작업해도 되지만, 장시간 혼자서 작업한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상당히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커피 한 잔의 여유’   


하루 중 가장 많이 소비하는 음식이다. 나에게 이제 커피는 음료가 아니라 식사가 되었다. 커피를 마시며 창 밖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조금은 현실을 잊고 세상 밖의 내가 되는 것 같아서 좋다. 저마다 다른 목적을 가지고 행선지를 향하는 사람들을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옷차림이 멋진데 급하게 걸어가는데 무슨 일이 있나? 등... 나를 중심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동시대에 함께 살고 있구나라는 안도 섞인 한숨이 나온다.     


글을 적는다는 것은 사람들을 알아가는 것이다. 사람들마다 생각과 가치관이 틀리기에 그들만이 바라보는 세상을 우연히라도 곁에서 함께 할 때면, 재미있는 영화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게 경청하게 된다. 그 사람은 영화 속 주인공처럼 때론 사실적인 내용을, 때론 부풀린 상황을 곁들여, 맛깔난 스토리로 만들어 선사한다. 내용에 푹 빠져 듣고 있노라면 사실과 거짓은 큰 의미를 잃게 된다. 열정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어필하는 시대의 이야기꾼만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상호 간에 이익을 추구하는 자리가 아니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풍성한 시간이 이어진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노트북으로 손이 간다. 세상에 전하고 싶은 웅대한 메시지가 아니라, 소소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흰 백지에 채워진다. 나 자신에 대한 속마음도 잘 모르기에 타인에 대한 생각을 겉으로 판단하기는 힘들다. 다만, 그들에게서 풍기는 평범한 향기는 아메리카노 커피 향처럼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깊이가 있다.   

  

단출한 책상에 노트북이 놓이고, 비좁은 공간 옆에 커피가 놓이면 완벽한 작업 환경이 갖춰진다. 시끄러운 주변의 소음도 이어폰을 귀에 꽂으면, 후미진 레코드 가게 구석의 아날로그 감성이 전해져서 주변의 환경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사람과 글 그리고 커피와 노트북이 있는 지금 이 공간은 자연스럽게 판타스틱이 된다.  생각보다는 평범한, 생각보다는 지루한 일상이지만, 사람과 커피 그리고 노트북이 주는 쾌감에 취해 오늘도 사람 냄새나는 글을 써 내려간다.       


‘커피와 책상이 만나면’ 


은은한 아메리카노 향이 책상에 울려 퍼지면, 자연스럽게 노트북으로 손이 올라간다. 세상에 전달하려는 짧은 메시지는 그렇게 감성과 커피가 더해지면서 더욱 농도 짙은 감성글로 뿜어져 나온다. 마치 지니의 요술램프를 만진 것처럼 책상 주변은 은은한 안개가 자욱해진다. 그런 느낌으로 써 내려가는 글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로 완성된다.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는 은은한 아메리카노 향처럼 돋보이지는 않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뽐낸다. 스토리를 만든다는 것은 사람들을 알아가는 과정이며, 그들의 삶의 일부분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것이다. 평범한 일상이 잘 느껴지는 지금, 나는 일상과 하나가 된다.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은 쉽지 않다. 저마다 다양한 가치관으로 인생을 살아가기에, 정답이 없는 인생은 차츰 그 모습을 드러낸다. 때론 예전에 누군가가 찾았던 정답일 수도 있지만, 때론 새롭게 만들어진 날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은 알면 알수록 더 복잡하고 어려운 소재인 것 같다. 사람에 대한 궁금증? 그것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이 작가의 본분이며, 의무이다. 나는 지금 사람을 얼마큼 알고 있을까? 

    

커피 향이 맴도는 카페 책상 앞에 있노라면 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간다. 자신만의 목표지점으로 향하는 그들은 생각의 방식에 따라 걸음걸이도 제 각각이다. 확실한 명분을 가지고 자신의 행선지로 향하는 사람들은 발걸음부터가 당당하고 다부지다. 하지만 고민과 생각이 많은 발걸음은 방향부터가 어설프고 느리며, 자신감이 결여되어 보인다. 나는 제대로 된 길을 당당하게 걷고 있을까? 누군가에겐 나의 걸음이 망설임의 움직임으로 보이지는 않을까? 그런 그들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발을 떼고 있지는 않은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생각이 많아지는 지금, 아메리카노 향기는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가끔은 멍 때리는 내 삶이 즐겁다’   


때론 노트북에서 손을 떼고, 행인들의 움직임을 볼 때가 있다. 카페 안 인테리어들을 하나하나 체크하며, 생각 없이 그것들을 쳐다볼 때가 있다. 이유가 있어서 보는 것이 아니라, 멍한 상태에서 보이는 모든 것은 그냥 그곳에 있기에 나의 눈길이 가는 것이다. 생각을 멈추고 다른 것을 본다는 것은 계획처럼 만만치 않다. 편견과 아집으로 잘못된 평가를 내리며 볼 수도 있다.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도 모른 채, 그저 자신만의 잣대로 세상을 판단하고 저울질한다. 부족함을 아는 사람은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며, 왜곡된 세상을 용서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다. 가끔 멍한 눈으로 세상을 본다면 자신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아라.   

   

생각하기를 그 누구보다 싫어했었던 한 청년은 생각하는 것을 직업으로 행하는 사람이 되었다. 남들이 옳다고 하는 것을 의심하고 남들이 틀리다고 하는 것을 다시 확인하며, 세상의 도리를 다시 점검하는 형사가 되었다. 생각은 이제 나에게 일상이 되었고, 삶의 수단이 되었다. 나는 지금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다. 나의 글은 누군가의 소중한 시간을 뺏어가는 도둑이 될지도 모른다. 시간을 뺏고, 마음을 뺏고, 사람의 가치관을 뺏는 글을 쓸 수 있다면, 가끔 멍 때리는 시간도 아메리카노 커피 향을 맡는 것처럼 소중한 일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는 내 삶은 생각보다 꽤 유쾌해진다.    

  

‘커피와 책상 그리고 사람’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혹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 본 적이 있는가? 남을 비판하는 사람이 아니라, 응원과 배려의 말을 건네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단출한 책상에서 마시는 커피처럼 인간관계도 좀 더 담백해져 보는 건 어떨까? 무언가를 가리키려는 행동보단 새로운 사실에 대해서 배우는 마음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실, 나의 이야기만 하는 것은 재미가 없다. 나의 이야기는 이미 난 알고 있으니까. 나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조금 더 흥미가 갈 것이다. 어쩌면 재미있는 영화나 책을 보는 것보다 재미있을 수도 있다. 그런 기회가 자주 오진 않겠지만, 가끔 찾아오는 그 기회가 일상의 나를 변화시킬 것이다.  

    

누군가와 커피를 마시며 나누는 대화는 생각보다 차분해져서 좋다. 향기로운 아메리카노 향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지만, 이는 지극히 화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때 상대방과의 거리는 인간관계에서 가장 친해지기 좋은 거리라고 한다. 호감이 가는 이성 혹은 친구들과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때면, 그들의 숨소리와 떨림까지도 느껴질 때가 있다. 그 정도 거리가 유지되면 둘만의 분위기는 한층 더 고조된다. 자신의 이야기를 건국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를 하듯 흥미진진하게 표현한다. 상대방도 이에 뒤질세라 꼭꼭 숨겨둔 비밀 이야기를 살포시 끄집어낸다.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사람과 내면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이다. 그런 분위기에서 터지는 커피 향은 그윽하고 담백하다.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우리 일생 중에 빠질 수 있는 FM 코스다. 어떤 사람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가 우리의 일상을 많이 바꿔놓기도 하지만 때론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그 해답을 찾을 때도 있다. 커피와 노트북이 함께 하는 책상이 있기에, 이렇게 다양한 생각과 스토리를 풀어 나갈 수 있나 보다. 오늘은 어떤 스토리로 이야기를 엮어 나갈지 기대를 해보며, 다시 노트북으로 손을 올려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커피와 책상이 만나면 완벽한 작업환경이 갖춰지는 것 같다. 내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글로 써 내려가는 것을 보면 명백한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그림출처 - pixabay.com>

매거진의 이전글 해를 사랑한 그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