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나에게서 어떤 냄새를 느낄까?
'난 사람냄새 따위 필요 없다고 생각했었다. 예전엔!'
모순적인 사회의 모습을 비판하며, 나 자신은 그렇게 살지 않겠노라 다짐했었다. 젊은 혈기로 똘똘 뭉친 한 청년은 그렇게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사회와 사람들을 등진 채, 나 홀로 외로운 길을 선택했었다. 주변의 발길이 닿지 않는 그 길은 어둡고 칙칙했으며, 외길이었다.
왜 그랬을까? 그 길이 옳은 길이라고.
왜 그랬을까? 나만이 옳은 선택을 한다고.
난 틀리지 않는다고.
옳고 그름으로 세상을 판단하려 한 나의 착오였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와 더불어의 문제였음을 예전엔 몰랐었다. 그리고 지금도 알아가는 중이다. 사람에겐 저마다 고유의 냄새가 나고, 그 향기로 자신의 인격이 유지가 된다. 서로 간에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그 냄새로 쉽게 판단이 가능하다.
‘사람들은 나에게서 어떤 냄새를 느낄까?’
어쩌면 모순적인 사회를 비판했다는 사실만으로 악취가 풍길지도 모른다. 서툰 생각과 행동으로 잘못된 길을 걸었다면, 나의 가치관이 불완전해졌을지도 모른다. 확신보단 가능성에 기반을 둔 생각은 타인의 생각과 의견을 더 존중하게 될지도 모른다. 결국,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 길이라 믿으며 사회에 적응하려는 청년은 자신의 향기를 부끄러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판단에 의한 결정이 아니라, 감성에 의한 판단은 의식을 흐리게 하고, 발걸음을 느리게 하며 목표 지점을 놓치게 한다. 하지만 청년은 적응해야 존재한다. 부족함으로 사회생활에 적응하려고 노력하지만, 때론 부족하기에 배우고 느끼며 생각하게 된다. 그런 행동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당당한 자기 발걸음인 것을 알아야 하는데 말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나는 아직 부족하다. 나 자신을 챙기는 것도 힘들지만, 남의 시선도 무시할 순 없는 입장이다. 그들의 말과 행동 또한 나의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나는 계속 배워 나가야 하고, 참아야 하며, 그들의 규칙에 자연스럽게 물들어야 한다. 나의 부족함을 채워야만 하니까, 혼자서는 채우기 두려우니까, 도움을 요청하고 싶지만 그럴 사람이 주변에 없다. 힘들다고 애절하게 외치고 싶지만, 나의 길에는 나의 향기만 존재한다. 내가 부족해서 그런 건 아닌지 자괴감에 빠져든다. 나의 색은 흰색이 아니라 무색이다. 물들기는 쉽지만, 색이 쉽게 변하지 않는 불완전한 색이다. 불완전하기에 향기도 위태롭다. 그렇기에 다양한 향기가 합쳐진 나의 향기는 어둠이다. 정체성이 없기에 그 색깔 또한 감사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나의 색깔은, 나의 향기는 아직 찾지 못했으니까.
젊은 혈기로 똘똘 뭉친 한 청년은 그렇게 지금도 세상을 알아가는 중이다. 실수와 생각을 반복하면서 올바른 길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누군가 나서서 그 청년을 도와주면 좋으련만. 개개인의 인생이 각박하기에 그럴만한 여유도 없고, 기댈 재량도 없다. 청년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 올바른 결정을 못 내리더라도 그동안 생각하는 인고의 과정이 있었기에, 청년을 한층 더 성숙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어쩌면 그런 과정 속에서 자신만의 향기를 찾았을지도 모른다.
‘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을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나는 아직 세상 속에서 배워야 할 것들이 많고, 만나야 할 사람들도 많다. 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평탄하지 않기를 바란다. 고된 시련과 인고의 과정은 나를 좀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실패에 용감하게 맞서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테니까. 때론 그런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모든 것은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것이다. 세상은 각자의 생각과 가치관이 응축되어 하나의 결과물로 만들어진 것이다. 사람에 대한 호기심. 어쩌면 내가 풀어야 할 가장 어려운 숙제고, 평생을 고민해 봐야 할 난제다.
생각은 생각의 끈을 이어간다. 때론 복잡한 생각이 뒤엉켜 멍한 사람으로 만든다. 무슨 판단이 옳고, 그른지 원점으로 돌아갈 때도 있다. 수많은 생각들이 모여 궁극적으로 내가 추구하는 이상형에 가까워지면, 또다시 생각에 잠기게 된다. 생각은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특권이고 의무다. 나를 나로 있게 만들어 주는 당연한 의무. 복잡한 생각을 한다고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일 뿐이니, 그저 즐기며 그 순간을 만끽하길 바란다. 엉뚱한 생각이라도 그 생각의 끈은 당신을 또 다른 이상향으로 인도할 것이다. 생각의 끈을 이어간다는 것은 그것만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으니까.
틀리지 않는다고 자만했었던 어린 시절의 난, 어느덧 백발의 노인이 되었다. 팔, 다리가 쑤시고, 거동이 힘든 몸은 이제 나에겐 더 이상 장신구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 판타지 동화 속 주인공처럼 찰나의 인생을 즐겨보지만, 그 여정의 끝은 아직 남아있다. 나는 지금 어떤 사람인가? 내가 꿈꾸고 바랬던 사람은 내 안에 존재하는가? 허겁지겁 그 인생의 여정을 달리고만 있지는 않은가? 익숙한 발걸음에 취해서 처음 세원던 목표 지점을 잃어버린 건 아닌가? 모든 것이 의문이고, 모든 것이 생각이고, 모든 것이 결과물이다. 하지만 난, 아직 나의 향기를 찾지 못했다.
이제는 궁금증이 하나 생겼다. 진정한 사람 냄새가 어떤지? 하지만 난 많은 수식어가 붙지 않은 단순한 사람 냄새가 났으면 좋겠다.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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