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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신 May 23. 2021

지나간다

흘러가기에 시간이고, 생각하기에 인생이다.

지나간다.     
단지 성취에 걸리는 시간 때문에
꿈을 포기하지는 말라.
시간이란 어차피 지나가게 돼있다.
-시티브 존슨-     


7am 알람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 잠시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니, 매일 보는 천정이지만 오늘은 뭔가 다른 느낌이 있었다. 그 모습 자체가 지겹고 짜증 나는 아침이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인데, 아침에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른다. 귀찮았지만 조금 더 천장을 뚫어져라 봤다. 형광등이 보이고 하얀 벽지가 보이는 단출한 모습이다. 어제와 같은 오늘이 짜증이 났나 보다. 그래도 시간은 지나간다.    


책상에는 채 마무리되지 않은 소설이 노트북에 띄워져 있다. 자연스럽게 손으로 턱을 만지며 새벽에 작업한 글을 읽어 나갔다. 인물의 심리 상태는 괜찮게 작업을 했는지... 스토리 구성은 괜찮은지... 생각의 끈을 놓지 않고 노트북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한참을 지켜보던 난, 긴 한숨을 쉬고 나서야 노트북을 덮었다.  

    

‘일단 좀 더 해보자

‘완성시킨 느낌을 봐야 될 것 같아’ 


스토리를 생각하고, 글을 적고, 이를 검토하며 하루를 보낸다. 괜찮은 글을 적고 싶은 욕망. 취미든 아니든, 조금이라도 글을 적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가질 수 있는 생각이다. 사람들은 어떤 글을 좋아하고, 어떤 글을 선호할까? 질문의 대답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독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내가 만든 스토리를 독자가 좋아하게 만들면 되는 것이다. 그 짧고 명료한 대답을 매 순간 고민하며 생각을 이어간다.     

 

사람들은 각자의 삶이 다르기에 순간의 행복이 다르고, 가치관과 삶의 방식이 다른 매일을 살아간다. 그들이 느끼는 삶에 대한 애정을 남들이 이해한다는 것은 사실상 힘들지도 모른다. 다만, 잠시라도 그들의 곁에서 그들이 느끼는 삶의 일부분을 엿볼 수만 있다면, 삶에 대한 중요한 가치를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글 적는 것에 대한 관심보단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애틋한 순간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시간은 흘러간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시곗바늘은 돌아가고, 희로애락을 느끼며 일상을 보낸다. 지루한 일상이라도 그 일상을 꿈꾸는 누군가가 있고, 그 누군가가 되기 위해 매일을 열심히 사는 또 누군가가 있다. 현재 나에게 주어진 삶 그 자체가 어쩌면 위대한 행복이다.     


하루를 살아도 후회되지 않기를 바란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많이 가지기를 바란다. 그들과 평범한 일상을 함께 살아가며 평범함이 주는 행복을 공감하길 바란다.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는 아침이 상쾌하게 느껴지는 하루다.     

  

7pm가 되어서야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팔과 목이 꽤 아픈 걸 보니, 그래도 나름 열심히 작업을 했나 보다 하고 생각을 해본다. 답답한 마음에 작업실 밖으로 나간다. 선선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 간다. 꽤 시원하다. 두 눈을 감고, 잠시나마 바람과 하나가 되어 본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뱉는다. 인적이 드문 골목길이지만, 오늘따라 사람들이 더 보이지 않는다. 하늘을 구경하는 첫 외출. 정해둔 스케줄대로 진도는 많이 못 나갔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이 즐겁다. 누군가에게 제안을 받고 글을 적는 기분. 짜릿한 이 기분은 절대로 포기하지 못하기에, 좀 더 좋은 글을 뽑으려는 의지로 연결된다.   

   

어떤 방식으로든 시간은 흘러간다.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체감하는 하루의 시간은 짧다. 요즘 들어 하루가 정말 짧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하고 싶은 일을 이렇게 제대로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기쁨은 시간마저도 날려버릴 만큼 유쾌하다. 좀 더 생각을 하고, 좀 더 집중을 해서, 세상에 보이는 나의 생각이 좀 더 괜찮은 작품으로 나오길 바란다. 머릿속이 안개로 자욱했는데, 그래도 선선한 바람이 콧구멍으로 들어가자 나름 시원한 하늘로 변했다.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은 노브북에 다시 손을 올리게 만든다. 차분해진 생각은 정리 된 스토리로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데, 이 순간의 느낌이 가장 짜릿하다.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

 

스토리를 적는다는 것은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다양한 직군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며 많이 배워 나간다. 그들의 삶과 애환을 작품 속에 잘 녹여낼 때, 새로운 캐릭터는 현실적인 생명력을 부여받는다. 글도 살아있어야 캐릭터의 존재감을 독자가 잘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느낀 것을 하나씩 채워 나가며 평범한 일상을 평범하지 않은 스토리로 풀어간다.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기고, 손이 가는 대로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글을 적는다. 오늘의 책상은 생각보다 편하게 다가온다.      


지나간 것을 잡고 싶을 땐 눈을 지그시 감아본다. 욕심을 부리고 싶진 않지만, 간혹 마음 가는 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후회하며 과거를 잡아보려 하지만, 그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과거를 용서하고 인정해야 현재의 나 자신이 나아갈 수 있지만, 지금 그러지 못하는 걸 보면 아직 나는 어른이 되지 못했나 보다. 어른스러운 생각과 마인드 그리고 행동이 아직 몸에 베이지 않았다. 그래서 더 철부지 아이처럼 주변에 욕심을 내는지도 모르겠다. 털어 버려야 한다.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 과감하게 인정하고 변화를 주어야 한다. 쉽지 않은 건 알지만, 쉽지 않기에 더 바꿀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야 한다. 어쩌면 이런 생각조차도 욕심일 수 있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다

    

내가 걷는 길의 주인은 나여야만 한다. 실수투성이인 일상이라도 그저 바람처럼 지나가기에 인정하고 반복된 실수를 줄여야 한다. 사람을 중시하고, 스치는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일에 책임감을 가지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 내뱉는 푸념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나는 아직 부족하고, 그 부족함을 매 순간 느낀다. 배워야 할 것이 많지만 배우지 않고, 적어야 할 것이 많지만 적지 않고, 만나야 할 사람도 많지만 만나지 않는다. 다양한 핑곗거리로 나의 이유를 합리화시킨다.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다. 나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싶다. 지나가는 바람처럼 말이야.      


오늘 스치는 바람도, 스치는 인연도 지나가는 바람처럼 다시 나에게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그 진심은 지나가지 않기를. 지나가는 바람에 진심은 남아있기를. 그렇게 욕심부려 보는 새벽이다.  

                     

<그림출처 - www.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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