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만큼은 외치고 싶다
가끔은 내가 가는 길이 맞는 길인지 의심할 때가 있다. 좋아하는 일을 남들보다 열심히 하지만, 의문은 의심이 되어 날아온다. 누가 이게 정답이라고 말해주면 좋으련만. 인생에 그걸 아는 이는 없다. 그래서 인간이고 그래서 인생인가 보다. 매 순간이 고비니까. 나이가 들면서 좋아하지 않는 말이 생겼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좋아하지 않게 된 거다.
‘최선을 다했다?’
몇 년 전, 촬영 현장에 지각을 한 적이 있었다. 대본 수정 작업으로 밤샘을 했는데, 핑계를 댄다는 것이 잘하려고 최선을 다 하다 보니 늦었다고 말했다. 촬영 감독님은 현장에서 배우며, 스텝이며, 최선을 안 하는 사람이 누가 있냐며, 최선은 기본이라며 화내셨다. 틀린 말이 아니기에 어떤 반박도 하지 못했다.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다. 나 혼자만 열심히 한다는 코스프레를 떨었던 건 아닐까? 그 시절을 생각해 보면, 화가 났다기보단 죄송하다는 생각과 다른 사람들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몸소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그 사건 이후로, 고립되어 있던 생각이 주변으로 관심을 돌리게 되었다. 친한 지인들, 동네 마트 사장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등. 먹고살기 힘들다는 핑계로 혼자만의 생활을 걱정했었다. 주변을 돌아볼 여력이 없었다는 말도 사실은 핑계에 가깝다. 열심히 살아가는 그들을 보며, ‘나도 저렇게 살고 있지’ 라며 저절로 동질감이 들었다. 나는 지금 정말 최선을 다 하고 있긴 한 건가. 남들 하는 만큼 하는 정도니 더 바득바득 이를 갈고 고군분투해야 되나?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이 많은 걸 보니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건가. 생각은 고민으로 계속 이어졌다.
작업을 잠깐 쉬며 휴식을 취할 땐 멍 때리는 시간이 많다. 대개는 잠을 자거나 게임을 하며 머리를 식히는데, 가끔 나 자신을 돌아볼 때가 있다.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칭찬보단 부정적인 질타를 많이 하게 된다. 계획한 목표를 제대로 달성 못한 부분들도 있겠지만, 중요한 건 생각이... 하고자 하는 의지가... 날이 갈수록 무뎌진다는 거다. 시간을 아끼며 제대로 활용을 해야 하는데 요즘은 그것조차 힘들다. 불안한 마음에 손은 노트북에 올리고 있지만, 생각은 반대편 너머에 건너가 있다. 집중이 안되니 당연히 작업 속도는 지연이 된다. 놀지 않고, 쉬지 않고, 책상에서 억지로라도 일만 하면,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을까?
최선을 다했다! 이 말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순간이 인생에서 몇 번이나 될까? 그래도 후회나 여운이 남지 않게 매 순간 노력을 해야겠다. 가끔은 힘들고 지쳐서 주변에 알아 달라고 소리치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런 걸 보면, 나는 아직 어른이 될 려면 한참 멀었나 보다. 생각이 많아지는 새벽이라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거창한 목표를 잡고 하루를 살진 않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매 순간을 힘겹게 넘어간다. 작은 고비일지도 당사자에겐 최고의 고통이다. 그 고비를 넘다 보면 세월이 어느새 훌쩍 지나 있다. 자신만의 고통을 이겨내며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 그 순간들이 모여서 지금의 내가 있다. 아직은 부족한 것 투성이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 그래도 아등바등 열심히 달려 보련다.
‘언덕 너머를 꿈꾸다’
내가 바라는 세상은 언덕 너머에 있다. 오르기도 힘들지만 넘기는 더 힘들다. 그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꿈을 좇아 발걸음을 옮긴다. 열정이 담겼기에 발걸음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그래서 더 앞으로 나가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무엇일까? 꿈을 이뤘다면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나? 그 과정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 이후에도 최선을 다할 건지 묻고 싶은 대목이다. 그래도 언덕의 너머는 궁금하다. 평생을 노력해도 못 갈 수 있는 그곳. 그래도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곳이다.
나는 오늘도 언덕 너머로 최선을 다해서 걸어간다. 일상이 지겹고 힘들어도 묵묵히 걸어가야만 한다. 평생에 걸쳐 만족할 만한 글은 과연 적을 수 있을까? 후회하지 않기 위해 지금 이 순간을 알차게 보내지만, 시간이 지난 후 이 순간을 회상하면 항상 후회뿐이다. 만족과 후회는 다음 발걸음을 위한 원동력이다. 한 줄의 감성을 세상에 전달하기 위한 투쟁은 그렇게 비좁은 책상 앞에서 격렬하게 진행된다.
내가 걷는 길에는 의심보단 의문이 많았으면 좋겠다. 이야기에 대한 의문, 사람에 대한 의문, 삶에 대한 의문 그리고 나에 대한 의문. 다양한 해답들이 모여서 의심을 푸는 열쇠를 만든다. 그 열쇠는 나의 길을 개척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내가 만족하는 삶은 후회가 남지 않는 삶이 될 것이고, 나이가 들어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다. 나는 지금 열심히 걷고 있다. 그리고 이제 열심히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최선을 다해서!
정답이 존재하는 인생은 없다. 자신이 정하면 길이 되고, 바다가 되고, 미래가 된다. 원하는 목표를 향해 혼신의 힘을 쏟아서 한 번이라도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성공과 실패의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찾아오는 많은 감정들이 미래를 끌고 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나는 지금 최선을 다해서 달리고 있다. 아직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고,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 밤잠을 설치며 달리고 있다. 미래의 난, 과거의 자신에게 최선을 다했다고 당당하고 말하고 싶다. 그런 사소한 이유 때문에 현재의 과정을 포기하는 게 싫다. 나는 지금 언덕의 중턱까지 올라 건 것 같다.
‘오늘의 하루는 만족하는가?’
진심의 농도가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 원하는 일이 있다는 감사함과 그 과정을 거치고 있는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격려와 응원은 반드시 자신이 해야 한다. 하루를 살아가는 당신은 후회하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만 내일의 당신은 움직여질 테니까. 인생을 걸고 그 과정에 진심을 담아야 한다. 그러면 당신의 하루는 세상 그 무엇보다 값진 일상이 될 것이다.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의 소중한 일상은 당신의 노력에 땀방울이 되어 줄 것이다. 진심을 담아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여서 당신을 정상으로 올려 줄 것이다. 그런 자신을 꿈꾸며 오늘도 열심히 달려야 한다. 나의 하루는 아직 만족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 최선을 다해서 달릴 생각이다. 나를 위해 그리고 나의 진심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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