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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신 Oct 09. 2022

실패하기 위한 도전

성공의 횟수보다 실패의 횟수로 만족한다

도전(挑戰)은 정면으로 맞서 싸움을 걸다는 의미에 명사다. 다만, 누군가에게 정면으로 맞서 본 적은 초등학생 이후로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 뼈아픈 현실이다. 강한 상대를 무서워했다기보다는 성향이 다른 상대방과 함께 하는 것을 기피했었다. 좀 더 성향이 맞는 친구들과 장난치며 노는 것을 즐겨했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지금의 난 여전히 성향이 맞는 사람들과 인생을 함께 하며 지내고 있지만, 작은 생활의 변화가 생겼다. 바로 정면으로 맞서 싸울 상대를 만난 것이다.  

    

학창 시절 지극히 평범했었던 난, 눈에 띄지 않는 학생들 중 한 명이었다. 불가능에 대한 도전보다는 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조차도 힘겨운 시기였었다. 그래서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우고 최소한의 목표를 세워서, 작지만 강력한 성취감을 맛보는 것이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었다. 그런데 그 어린아이가 나이가 들고 머리가 커지더니 새로운 버릇이 하나 생겼다. 남들이 재미 삼아 말하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해 보려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말도 안 되는 히어로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좀 더 윤택하고 재미있게 보내려는 시도들을 여러 방향성을 가지고 실행에 옮겨보았다.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기에 앞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거창하게 제목도 붙였다. <실패하기 위한 도전!> 대단한 목표를 성취하기보다 실패하더라도 다양한 방향성을 생각해 내는 것이 이 계획의 취지다. 성공의 횟수보다 실패의 횟수로 만족감이 표시되기에, 좀 더 유쾌하고 엉뚱한 상상력을 펼쳐보기로 했다. 

    

첫 번째 과제는 요리다. 시대를 불문하고 식욕은 인간 본연의 행복감을 최대치로 올려주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그렇다면 무슨 요리를 어떻게 섭취하는 것이 가장 재미있을까? 평소 고기를 선호하는 난, 야채를 주재료로 하는 음식들을 만들지 못한다. 정확히 표현하면 양념의 종류와 비율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이겠다. 유튜브로 추천 레시피를 검색해 봐도 되지만, 양념 방법을 직접 실험을 통해 찾아보는 것도, 꽤 흥미로운 도전이 될 것 같다. 몇 번만에 제대로 된 양념이 만들어질지 기대를 해보며 과제 목록에 넣었다.

      

두 번째 과제는 예술이다. 글을 쓰고 노래를 부르는데, 그림까지 그릴 수 있다면 인생이 얼마나 행복해질까? 글은 나와 친숙한 소재지만, 노래와 그림은 아무래도 전문가가 아니기에 어려움이 있다. 그래도 관심과 호기심은 어려움을 흥미로움으로 바꿔준다. 밥을 먹듯 예술은 내 정신을 살찌게 하니까. 그렇게 믿고 몸을 맡기니까, 자연스럽게 몸에 체득이 된다. 혼자 흥얼거리는 멜로디는 스치는 작곡이 되고, 도화지 위를 움직이는 선들은 형태를 갖춘 그림이 된다. 누군가를 위한 작품이 아니라, 나의 만족과 정신 건강을 위한 낙서이기에, 그 순간만큼은 세상 누구보다도 위대한 예술가가 된다. 그런 엉뚱한 생각들이 모여 일상에 소소한 활력을 불어넣게 된다. 


나는 아직 어리고 배울 것이 많다. 불가능을 가능하다고 믿는 철부지 소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많은 실패를 경험하고, 인생의 방향성을 개척하길 바란다. 내가 직면한 과제에 정면으로 부딪히고 힘들어하며, 그 속에서 작은 탈출구를 발견하길 바란다. 그 과정이 불가능처럼 보일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더 욕심이 나는지도 모르겠다. 가지지 못하는 것에 대한 동경은 인간을 도전하게 만들고, 실패와 성공의 저울에 올려지게 한다. 신의 계시로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과정의 농도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우리들은 이미 알고 있다. 그래도 지금은 실패를 위한 과정이길 바란다. 내가 그렇게 정했으니까. 



<그림출처 -www.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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