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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신 Oct 30. 2022

잘못된 길

당신의 발걸음은 당당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내가 갈 수 있는 길. 내가 가야만 하는 길. 이젠 멈출 수 없는 길. 철부지 어린 청년은 목표 없는 행진의 첫발을 겁 없이 내디뎠다. 열정과 오기로 남들보다 치열하게 경쟁하며 아등바등 이를 악물고 돌진했다. 이런 그를 주변의 시선은 칭찬과 응원으로 발걸음에 힘을 실어 주었다. 청년은 자신을 더 높게 평가하며 정해진 길을 무서운 속도로 달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발걸음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주변의 시선은 또 다른 청년을 응원하기 바빴으니까. 그들의 관심은 새로운 발걸음에 힘을 실어주기 바빴으니까. 자신이 응원한 청년의 결과를 궁금해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으니까. 사실, 그들의 시선은 처음부터 누구도 응원하지 않았으니까. 

       

힘이 빠진 청년의 발걸음은 초라했다. 정해진 길을 정신없이 달렸지만,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저 옳은 길을 가고 있다며 믿을 뿐이었다. 그렇게 바람 빠진 풍선은 방향성을 잃고, 몸이 흔들리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발을 옮겼다. 풀린 다리와 풀린 눈동자는 세상의 시선을 피하기에 충분했다. 의심과 두려움으로 똘똘 뭉친 청년의 발걸음은 이제는 더 이상 멈출 수가 없었다. 달리는 두려움보다 멈출 때의 좌절감이 더 무서웠다. 도달할 수 없는 목표를 향해 넋을 잃고 달리는 청년. 결국 세상은 그를 인생의 실패작이라 비판했다.       


내가 가는 길의 끝엔 무엇이 있을까? 내가 걷는 발걸음은 누군가를 위한 발걸음인가? 그게 아니면, 단지 멈추기 두려운 겁쟁이의 질주란 말인가? 모르겠다. 지금의 나는 어떤지. 무슨 생각으로 달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세상이 정해둔 목표를 쟁취하기 위한 발걸음. 그것이 내가 정한 목표라 착각하는 발걸음. 어쩌면 남들의 시선을 갈구하는 발걸음.    

       

모든 것을 알아야만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나는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다. 지금 걷는 이 길도 모르니까. 당당하게 모른다고 말하기 두려우니까. 이 길이 맞다고 억지로 믿고 싶으니까. 어른이 되고 싶은 청년은 지금도 힘 빠진 다리를 붙들고 열심히 달리고 있다.   

       

 내가 믿는 세상의 주체는 나여야만 한다. 잘못된 길로 갔다면, 또다시 자신에게 기회를 주어야만 한다. 두려워하는 자신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이는 자기 자신이니까. 용서와 배력의 미덕을 자신에게 주어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을 때까지 그 과정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 결국, 그 길을 못 찾더라도 자신을 원망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잘못된 길은 누가 결정하는 것일까?’   

      

나는 아직도 철부지 청년이다. 세상 물정 모르고, 잘못된 길로만 다니는 어리숙한 소년이다. 남들이 기피하는 이상주의자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올바른 발걸음을 위해 또 한 번 질주할 거다. 도달하지 못하는 목표일지라도 용기를 내서 달릴 거다. 주변의 시선에 무너지지 않는 한 나의 여정은 계속될 거다.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나도 궁금하니까.       

      

당신의 발걸음은 당당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림출처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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