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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신 Sep 06. 2023

거북이

느리게 바라보는 세상은 생각보다 신난다

한 때는

남들이 걷는 길을 그저 열심히

뒤처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치며 따라갔고

그것도 버거워서 두려웠다


남과 같은 속도로 간다는 건

어쩌면

누군가에겐 쉬운 일이지만

누군가에겐 어려운 숙제다


걸음의 속도가 달라서

걸음의 농도가 달라서

사람마다 사는 인생이 달라서

바라봐야 하는 세상이 달라서


그런 거라고 믿고 싶었다  

남과 다르지 않다고 믿고 싶었다

느리다는 걸 부정하고 싶었다

세상 속에서 평범하게 인정받고 싶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느리다는 걸 인정하게 되면서

느린 세상은

좋은 사람을 더 오래 보여줬고

지나간 길을 더 오래 생각할 수 있게

기회를 줬다


느리게 바라보는 세상은

생각보다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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