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미안해'라는 말은 참 어렵다.
이 세 글자는 사람과의 관계 매듭을 풀 수도, 더 엉키게 할 수도 있는 어렵고도 복잡한 말이다.
어떤 진심이 담겨있느냐, 어떤 타이밍에 말을 하느냐 변수도 많은 말이다.
이 말에 이르기까지 과정도 참 어렵다.
사람과의 사이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참 좋은데, 어쩔 수 없이 문제는 발생을 하게 된다. 의도하지 않게도.
어떤 문제가 생기고 그 문제에 대한 옳고 그름을 가르는 과정, 잘잘못을 가리는 과정에서부터 어려움은 시작된다. 단순한 문제이거나 누군가가 잘못이 명쾌한 경우는 그리 어렵지 않은데 , 문제가 쌓이고 쌓였거나 수없이 많은 '말'의 실타래가 엉킨경우. 그 옳고 그름을 가르는 과정에서 상대방과 무수히 많은 질문과 가치관이 부딪치는 힘겨운 싸움을 맛봐야 한다.
푸는 과정에서도 실이 너무 심각하게 엉켜 풀리지도 않아 짜증이 날 수도 있고,
결국 이 과정에서 가위로 싹둑! 잘라버리는 게 편해질 만큼 엉켜있어 그냥 그렇게 편한 방법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엉킨 실타래 속에서 어디서 어떻게 엉켰는지를 찾아내고,
그런 다음 옳고 그름이 가려지고, 그것이 나의 잘못이었다면 내 잘못을 바로 보고 겸허히 인정한 후 그다음 '미안해'라는 말을 목구멍 밖으로 꺼내야 한다.
내 잘못을 알면서도 인정하기 싫어지고 , 별별 생각이 다 들면서 이 미안해라는 말은 참 쉽게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결국 이렇게 저렇게 회피를 하면서 상대방이 그냥 넘어가는가 싶으면
'아 , 화가 풀렸나 봐. 이해해줬구나'
라고 생각하며 이 문제는 살짝 덮어버리고, 다른 화제를 꺼내 전과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관계는 다시 이렇게 지속된다.
아니
이관계는 한 사람만 지속되는 것일 수 있다.
엉킨 실타래로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상대방이 이해했다고 , 잊어버렸다고, 괜찮아진 거라고 생각하는 근거는 무엇이며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왜 잘못한 사람일까?
이런 경우 사과를 받아야 하는 상대방은 성의 없는 사과보다 더 화가 나버린다.
나만 민감한 사람이 된 거 같고, 상대방은 아무 일도 없었단 듯 행동해버리면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걸까. 같이 넘어가면 되는 걸까?
아마 다음에도 , 또 다음에도 이렇게 어물쩡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사람 관계에서 일어나는 문제의 해결 방식은 그 관계의 지속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내가 정말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한테 정말 진심으로, 미안한다고 말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돌려 말하지 말고 미안하다는 생각을 전해지도록 표현하는 것.
미안하다는 진심이 전해졌다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이 사람의 생각도 이해해주는 것.
나는 지금 간단히 글로 쓰고 있지만 쉽지 않은 일임을 알고 있다.
나도 사과를 잘 하는 성격이 아니었고 고집도 세고, 무슨 자존심에서인지 사과를 한다는 것은 내 생각을 굽히는 거 같아 인정하기도 싫어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잊힐 때쯤 슬그머니 연락을 하곤 했으니까.
하지만 이건 정말 상대방을 전혀 헤아리지 않은 행동이었다.
그렇게 똑같이 내가 사과를 받지 못하고, 쿨하지 못한 사람이 돼버리고, 문제에 대한 명확한 답도 없이 그대로 쌓아놓고 관계를 지속하고, 이런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고 문제가 생기기 전과 똑같이 대할 수 도없었다.
그저 관계가 지속되는 척을 하는 것뿐이다.
미안해 라는 말이 관계의 마지막 말이 된다고 해서, 그 말이 잘못된 것도, 쓸데없는 것도 아니다.
미안해라는 진심이 그 순간 받아들이지 않았고, 전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진심으로 미안함을 표현했다면 시간이 지나고 마지막 순간을 기억할 때 최소한 찝찝함과 억울함, 뭔지 모를 후회로 남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미안해라는 말이 관계를 억지로 이어나가기 위해서 하는 것도 좋지 않다.
그저 이 사람과의 관계가 끊기고 싶지 않아 대충 내 잘못으로 인정하고, 뭐가 잘못된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미안해 라는 말은 다음에 또 같은 실수를 하게 되고 더한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미안해' 라는 말을 한다는 것은 내가 무엇이 미안한지, 내가 상대방에게 어떤 잘못으로 상처를 주었는지 그것을 인정하고 , 이런 행동을 이 사람에게는 물론 다른 사람에게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