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얘 너 발에서 피나고 있어!"
집에 들어와서 씻지도 못한 채 피곤해서 바닥에 누워 핸드폰으로 시간이나 때우고 있던 나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피?
"무슨 소리야. 발에서 갑자기 피가 왜나"
다른 게 묻어있겠지 싶어 발을 확인해보니 이미 발바닥은 피범벅에 양말도 피로 살짝 젖어있었다.
상처는 마치 압정이나 무언가로 살짝 뚫리는 듯이 파여있었고, 피가 주변에 굳고 다시 피가 나고를 반복해서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뭐지? 이거 어디서 다친 거지?
집에 들어와서 뭐에 박혔던 걸까? 피가 이렇게 굳은 걸로 봐선 오래된 거 같고.. 뭘까?'
한참을 생각하다 문득 오늘 하루 종일 나를 조금 불편하게 했던 것이 떠올랐다.
여기저기 걸어 다니면서, 한 걸음씩 발을 내딛고 땅에 발이 닿을 때마다 한쪽 발바닥이 조금 아팠다는 것을.
신발을 확인해보니 오래 신은 신발 바닥 안에 무언가 뾰족하게 튀어나와있었다. 신발을 좀 험하게 신는 편이어서 안쪽이 다 헤짐과 동시에 신발 바닥을 지지해주는 얇은 철심 같은 것이 튀어나와 있었고 그것이 계속 내가 걸을 때마다 내 발안 쪽으로 콕콕 찌르다 못해 아예 압정처럼 박혔거나 계속 살을 파여내고 있었던 것이다.
조금 불편하고 아프긴 했지만, 발에서 이렇게 피가 날줄은 생각도 못했다.
원래 아픔을 잘 참는 미련한 성격이기도 하고 , 조금 귀찮아서 그냥 내버려둔 것도 사실인데 이렇게까지
상처가 깊을 줄은 상상도 못 하였다.
이렇게 피가 날줄 알았으면 중간에 신발 바닥에 뭔가를 덧대던, 아니면 다른 신발을 갈아 신던
조치를 취했을 텐데….
그러고 보니 나는 참 상처와 아픔에 무디고 둔한 편이다. 남의 아픔에는 굉장히 호들갑을 떠는 편인데 말이다.
상처가 나도 그렇게 빨리 약을 바르고, 치료를 하는 편은 아니다. 구두를 신을 때마다 발 뒤꿈치가 까져
굳은살이 배기고 아프지만 항상 그것도 참고 걸어 다녔던 것 같다. 이것도 아마 그 정도로 생각했고. 뭐든지 그냥 참는 편이다.
내가 마음속에 무언가 뾰족한 게 쿡쿡 찔러도 그냥 그냥 참는 듯이.
괜찮겠지.
별거 아니겠지.
이 정도는 뭐 참을 수 있어.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정말 괜찮아지는 기분은 든다. 사실 괜찮아지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아픈 것을 점점 까먹는 것 같다. 사실 계속 아프다.
이 정도는 참을 수 있다. 사실 못 참겠고 다 그만두고 싶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나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 말을 해주고
아 내가 너무 오래 참았구나 싶어 내 상태를 확인을 한다.
참 내 아픔에 대해선 왜 내가 이렇게 무관심할까 생각이 들었다.
마음도 똑같았을 것이다. 처음부터 내가 모든 것이 무너질 만큼 힘들고, 한 번에 방전되진 않을 것이다.
분명 조금씩 어딘가가 불편했을 것이고, 마음속에서 나에게 잠깐 멈추고 돌아보라는 신호를 보냈을 것이고
그것을 무시하자 이제 몸에도 신호를 보냈을 것이고,
결국 나는 계속해서 '괜찮다' 라며 그냥 무시를 했을 것이다.
정말 괜찮았던 걸까?
이렇게 아파도 아픔을 참는 게 익숙해져서 아픔 자체를 인지를 못할 때도 있고, 가끔은 내 아픔이 다른 아픔에 비해 너무 작아 보일 때도 있고, 이게 아프다고 말해도 다른 사람들이 '아픔'이라 인정을 해줄까.
이 정도는 다들 참고 살지 않을까.
참았던 이유는 다양했다. 참다 보니 아픔이라는 건 참 익숙해지기 쉬운 감정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 자신을 제일 잘 아는 것은 나인데, 왜 굳이 나를 속이면서까지 괜찮다 라는 최면을 걸었던 걸까.
적어도 나자신에게는 솔직해도 될텐데 나 자신에게마저 '이정도는 괜찮아'라고 말할 필요가 있을까.
아픔을 인지하고 그 자리에서 꺼내보여 상태를 확인해도 될 텐데
나는 정말 쓸데없는 참을성만 느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