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회사 다닐 때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죄송합니다'였다.
내가 잘못을 했던 안 했던 죄송합니다 라는 것은 그 생활에서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처음에 패기 있게
'아니요, 제가 한 것이 아닌데요'라는 말은 3개월도 채 가지 않았던 것 같다.
무조건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제 잘못입니다.'
상황을 무마시키려는 안 좋은 습관이었지만 반복되는 질책,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내 이야기 , 그리고 사실 듣고 싶었던 말은 나의 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반사적으로 저 말을 입에 담았다.
어찌 됐든 그 말을 내뱉으면 더 이상 갈등이 깊어지지도 , 시끄러워지지도 않기 때문에.
물론 그 상황에 대한 억울함과 답답함은 오롯이 내 가슴속에 남아 감정의 쓰레기통에 차곡차곡 쌓이곤 하였다.
그래서일까. 회사를 그만둔 후에도 나는 무슨 일만 생기면 무조건 '미안해요' '죄송합니다'를 입에 달고 살았고 사람들은 '뭐가 그렇게 죄송해? 니 잘못 아니잖아'라는 말을 해주었다.
나는 그게 그렇게 어색할 수 없었다.
내 잘못이 아니구나.
내 탓이 아니구나
내 잘못이 아님에도 나는 저 말을 내뱉으면서 나도 모르게 나 자신을 깎아 내리고 있었던 것 같다.
뭐가 그렇게 나는 죄송스럽고 미안했을까. 왜 나 자신에게 그렇게 채찍질을 하며 굽히고 있었을까.
아직 나는 완전히 습관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여전히 '죄송해요 죄송해요' 란 말을 하고 있지만
가끔씩 '제가 그런 게 아니에요 이건 이래서 그런 겁니다'라고 말할 때 그렇게 마음이 두근거릴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