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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ju park Dec 21. 2020

아끼는 삶. 새 가족. 430만원으로 살림 꾸리기

꼭 필요한 지 질문 던지는 습관. 계획적으로 소비하는 습관을 가져봤다.

기쁜 소식보다 힘들고 슬픈 소식이 더 많이 들렸던 2020년 끝자락에 우리 두 사람은 같이 살기로 결심했다.

 '결혼식'은 상황상 더 많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을 때쯤으로 잠시 미뤄두고, 둘만의 보금자리를 먼저 만들기로 한 것이다. 양 쪽의 부모님께는 우리의 계획과 이런 사정을 미리 말씀드렸고 허락을 받고 진행했다. 


새 가족을 만들기로 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눴고, 이사 전부터 재미있고 즐겁게, 그리고 잘 살기 위한 계획표를 짰다. 물론 계획표 대로 100퍼센트 진행되지는 못했지만 살림을 준비하는데 굉장히 도움이 된 것 같아서 글로 정리해보려 한다.


1. 충분한 대화 나누기. 같이 살 사람과 계획과 생각 공유.

일단 결혼식은 미루기로 한 것, 이사 시점은 21년 3월쯤으로 대충 정해두되 그전에 좋은 집을 찾게되면 바로 계약해도 좋다는 것이 우리 둘의 의견이었다. '투룸정도는 되어야 한다.' '회사에서 한시간 이상 거리의 전셋집보다는 현재 목돈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가까운 월세를 구하는 게 좋겠다. ' 등등의 의견도 나눴고 신기하게도 거의 부딪히는 부분이 없었다.

그러던 중 딱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했는데, 우리 둘의 회사도 걸어갈 수 있는 위치에 있어서 아침 잠도 좀 더 잘 수있고 자동차 기름값도 절약할 수 있는 적당한 위치의 빌라였다. 낡았지만 신축들보다 거실이 넓어서 좋았다. 비슷한 금액대의 집들과 비교했을 때 탁 트인 느낌이 들어 좋았다. 


집 말고도 나는 평소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것과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를 많이 만들지 않는 것에 관심히 많아서 이런 내용에 대해서도 메모장에 정리를 해서 이렇게 해봐도 괜찮겠느냐고 상대에게 물어봤다. 

예를 들면 샴푸,바디샤워 플라스틱용기를 사용하지 않고 샴푸바를 이용하자. 플라스틱 솔등을 구입하지 말고 구연산, 과탄산소다 등의 세제를 구비 해두자. 대신 욕실을 자주 청소하고 베이킹소다 시트를 잘라서 청소하자 등이었다. 강요를 하지 않고 생활이 불편하지 않은 수준에서 대체제를 찾아서 제안하고 동의를 구한 후 구매했다. 



2. 한달비용 계산하고 계획표 짜기


일단 집을 구하기 전부터 집을 구하면서 들어갈 비용들을 예상해 엑셀로 리스트를 쭉 짰다.

그리고 그 예상비용들을 반으로 나눴다.


우리 같은 경우는 고정비용 항목에 나보단 상대의 고정비용이 훨씬 많았는데, 일단 그런 부분은 생각하지 않고 전부 합산하여 계산을 했다.


아직은 집을 구하면서 사용한 금액들을 시트에 정리만 해둔 상태다. 

정산이 끝나면 앞으로는 공용통장에 월 비용을 모아서 지출할 계획이다.  


돈 관리에 대해서는 일단 살아보면서 맞춰나가면 될 것 같다. 












3. 필요한 리스트 뽑아보기. 신중하게 고르기. 

그 다음은 혼수 리스트를 짰다. 혼수 준비를 하면서는 기분이 상한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일방적으로 상대가 짜온 금액'때문이었다. 하지만 나중에 되새겨 보니 오해인 부분이 많았고 먼저 대화를 했다면 별 거 아니었을 일이었다.


'이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같아.' 하고 엑셀캡쳐본을 하나 보여줬는데 내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항목에 너무 많은 금액이, 반대로 가장 중요한 침대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적게 측정되어있었다.  -> 여기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써보려 한다.


구매할 물품들을 고르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는 어떤 것을 사야 오래쓸까였다. 무작정 싸다는 이유로 허술한 물건을 사다보면 불필요한 지출과 쓰레기만 늘이게 된다. 
침대같은 경우는 스프링 종류에 대해서 공부하고 브랜드값 때문에 비싸다면 과감히 포기하고 저렴하면서도 내부구조가 괜찮은 침대를 골랐다. 

그리고 정말 필요한가에 대해서도 거의 한달은 고민을 했다. 생활 필수품이라고 생각하다가도 없어도 괜찮네? 하는 것들이 꽤 있었다.  압력밥솥은 주변에서 필요하다고, 사라고 했지만 사지 않았다. 매끼니 집에서 밥을 먹지는 않으므로 냄비밥을 맛있게 해서 냉동실에 전자렌지 용기에 담아 얼려두면 밥이 쉴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원래 가족들이랑 살 때도 항상 냄비밥을 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없었다. 압력밥솥의 보온기능도 밥의 상태를 2~3일밖에 유지하지 못하므로 크게 필요없었다. 스타일러는 금액대가 비싸고 한 사람한테만 필요한 기기라 일단은 보류했다. 건조기도 원래는 사려고했으나 겨울인데도 생각보다 빨래가 금방 말라서 보류! 대용량 에어프라이어 혹은 오븐은 꼭 사려던 물품이었으나 급하게 살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미뤄두고 있다. 

신혼집에 들어가기 전부터 모든 물건을 갖추려고 욕심 부리지 않으니 초기비용이 많이 절약 됐다.

물론 예쁘고 이름만으로도 비싼 물건에 욕심이 생길 때도 많았는데, 그때마다 '난 인스타 과시용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게 아니야.' '우리 둘이 살 집에 꼭 필요한 물건이어야 해.' 라고 마음에 되새겼다.




4. 집에서 주시는 건 받고, 쓰던 물건 가져오고,

    중고거래 이용

이삿짐을 꾸리다보니 양쪽에서 이것저것 챙겨주시는 게 많았다. 주로 안쓰고 모셔놨던 감자칼, 산 지 오래된 과도, 외할머니 메이드 들기름 (삼다수 2L통에 들어있음), 엄마표 김치, 등등등.... 내 짐이 큰 여행가방 한개에 다 들어가면 주방 용품은 세 박스나 됐다. 

베란다에 묵혀놨던 스테인레스 통, 커다란 찜기도 주셔서 베이킹소다를 겔처럼 만들어 묻혀서 반짝하게 닦아놨다.

이사를 하고 양쪽집에서 주신 것들을 쭉 보니 언제 산거지..싶은 핑크색 꽃 레이스 앞치마, 꽃그림 오븐 장갑, 알록달록 감자칼과 허술해보이는 과도, 노란 고무장갑 등등의 물건들이 모여 색이 아주 다채로웠다. 예쁘진 않지만 요긴하게 잘 쓰고 있다. 


생각해보니 그릇과 식기, 유리잔들도 하나도 새로 사지않고 각자 집에서 쓰던 물건을 가져왔다. 

크고 긴 머그잔 딱 한개 뿐이어서 커피잔으로 쓸 머그잔 정도는 구매해야 할 듯하다. 아직 살 만해서 뒤로 미루고 있다. 


냉장고도 이삿날 20만원주고 당근에서 구매하려했으나... 그 집 현관문으로 나올 수 있는 크기가 아니어서 돈은 전부 돌려받았다. 대신에 사이즈가 커서 성인남자도 누워서 잘 수 있는 소파는 공짜로 얻어왔다. 앉는 부분에 시퍼런 물이 들어있긴하지만 소파에 극세사 천을 덮어두고 만족하며 잘 쓰고 있다!! 


-

혼수 리스트를 작성하면서 당근으로 많이 장만하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결과적으로는 쓰던 물건 가져오기 + 적당한 가격의 새 것 구매로 

430만원에 혼수 살림을 모두 장만했다. 여기서 430만원은 입주청소, 굴소스, 간장, 파스타면 같은 식재료 까지 포함한 가격인데 이 항목들을 제외하고 계산해보면 380만원정도 들었다. (구글 시트에서 =sum수식을 이용해서 계산했다.)



(끝!)




다음에 더 해볼 이야기. 작성 예정.

- 혼수 리스트 작성 할 때 생긴 오해. 대화로 오해 풀기.

- 냉장고 없이 일주일 살아본 이야기 

- 살림살이 구매는 미뤄도 청소는 미루지 말자

- 쓰레기 줄이는 살림법. (일회용품 대신 천과 실리콘 뚜껑 이용하기, 카멜보드로 냉장고 관리하기 등)

- 살면서 중/단기 계획 세우기. 작은 것부터 실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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