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벽에 부딪치다
인터넷에 제로웨이스트 실천기는 많이 접했지만, 실패기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어 직접 써보려고 한다.
2년동안 제로웨이스트를 위해 애써봤던 행동들, 부끄럽지만 왜 실패했는지 고백해보겠다.
새로운 가족과 새 보금자리에서 새 삶을 시작하면서 오랫동안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바로 '쓰레기 줄이기', '환경을 덜 아프게 하기' 였다. 이사 준비를 하면서 각종 자료들, 제로웨이스트 실천 블로그와 유튜브를 참고하며 메모장에 열심히 계획을 써 내려갔다. 내 계획은 아래와 같았다.
♥︎일반 세탁 세제
본세탁용으로 필요함
♥︎섬유유연제 대체 : 양모볼 +에센셜 오일
양모볼은 영구사용 가능하고 오일은 다용도로 활용 가능 (집안 탈취, 세제비누만들기)
옷감에 아로마 오일을 뿌리면 잔향이 남고 남은 세균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음.
세탁물에 섬유유연제가 남으면 피부가 민감하게 반응할때도 있다.
♥︎구연산 5kg에 8000~10000원
식초로 대체 사용 가능해서 사실 안사도 되는데 식초 냄새가 너무 싫으면 구연산 사기.
세식초냄새 금방 날아가긴 함.
♥︎베이킹 소다 - 8kg 7000원
(5인 가족 기준으로 매일매일 세탁이랑 주방에 엄청 헤프게 썼는데 2개월 정도 사용.
과일세척, 보조세탁, 욕실 주방 청소, 냄새 제거에 사용
♥︎알코올 (기구소독용) 1500원
거울때 제거, 기구소독. 약국에서 판매.
♥︎설거지 비누
기름기 많을 경우 베이킹소다와 함께 사용
있는 재료로 비누를 직접 만들 수도 있음.
♥︎수세미
식물 수세미 사용
- 샴푸 린스는 비누를 사용
- 세제도 비누를 사용
- 플라스틱 칫솔, 치약을 대체 할 대체제
대나무 칫솔
고체치약
가난한 직장인의 1순위. 시간과 돈을 절약한다.
세제나 세정제 구입 항목을 줄인다. 없어도 되는 것은 사지않음
세제 사용을 줄인다.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 한다.
But 너무 복잡하거나, 시간과 돈이 절약되지 않으면 빠르게 다른 방법을 찾는다.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어도 다른 방법 찾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같이 살 남편을 배려하는 부분이었다.
쓰레기를 줄이는 노력을 하되, 동거인이 불편해하면 다른 방법을 찾자.
[실패] 일단 세탁을 집에서 잘 안 함... 집 세탁 -> 코인 빨래방 -> 세탁 대행
옵션으로 들어가있는 빌트인 세탁기가 제대로 된 작동을 안해서 걸레빠는 용도로만 사용 중이다.
섬유유연제도, 세탁세제도 어쩌다보니 구매하게 되었지만 2년째 추가 구매는 안하고 있다.
사실 세제를 거의 쓰지도 않는다.
재택근무가 끝나고 일과 집안일을 같이하다보니 도저히 시간이 나질않아 코인세탁방을 이용하다가 나중에는 대리 세탁 서비스를 이용하게 됐다. 세탁물을 받을 때마다 비닐이 너무 많이 나와서 마음이 복잡하다. 매번 건의를 넣고 있으나 어쩔 수 없는 듯 싶다.
그대신이라고 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세탁물 배출시엔 다회용 이케아 백을 사용하고, 배송받고 생기는 비닐 포장재는 분리수거 할 때 쓰거나 포장지로 쓰고 있다.
청소는 내 마음대로 [중립] 정도로 하고 싶다. 걸레질은 헤진 수건을 사용하고 있고, 청소도구는 스테인레스 집게, 곰팡이가 덜나게 하기 위한 물기 제거 스퀴지, 청소 솔 한 개만 구입하여 최대한 구매목록을 줄였다. 그리고 2년동안 추가 구입하거나 버리는 도구는 없었다. 청소솔이 필요한 경우엔 다 쓴 칫솔을 이용한다. 물기제거는 구멍난 양말이나 도저히 못입는 옷으로 닦고 버렸다.
1년동안은 곰팡이 제거할때 물 휴지에 락스희석액을 곰팡이가 생긴 부분에 붙여 없앴으나 재택근무가 끝나고는 뿌리는 타입의 곰팡이 제거제(분무형 플라스틱 용기)를 사게 되었다. 반성하며 쓰고 있다.
주방은 후하게[어느정도 성공]을 주고싶다. 일단 이사한다고 이것저것 사지 않았다. 양가 집에서 물려받은 물건을 썼기 때문에 불필요한 소비를 최대한 없앴기 때문이다. 신혼인데도 인삼 수저를 쓰고 있어서 집들이 선물로 식기를 선물 받긴했다. 물끓이는 포트도 내부에 곰팡이 핀 중고 포트를 외삼촌한테 받아서 베이킹 소다로 벅벅 닦아서 2년넘게 알차게 사용중이다.
[실패] 설거지비누는 비용 문제로 사지 못했다. 1kg짜리 화장품 공병에 리필용 세제를 사서 2년내내 쓰고 있다. 인테리어는 망했지만 그래도 플라스틱 통 사용을 줄일 수는 있었다. 세제는 무조건 대용량으로 아껴서 아주아주 오래쓴다.
[실패] 광목천 행주 사용하기도 실패하고 말았다. 물이 흡수가 잘 안되고 삶는게 솔직히 번거로웠다.
일부러 사진 않고 부모님이 주시는 행주를 받아서 최대한 버리지않고 아껴 쓰고 있다.
[중립] 식물 수세미 사용하기 - 식물 수세미는 부서져서 내구도가 오래가지않고, 비용문제로 사지못했다. 가난한 부부가 사기엔 비용이 부담이 됐다. 대신 옥수수로 만들어진 수세미를 이용하고 있다.
이 분야는 완전히 실패다. 한.. 20점?
[실패] 화장품 사용에서 나오는 플라스틱용기, 유리용기, 포장재, 화장솜 사용은 줄이지 못했다. 화장솜대신 광목천을 사용해봤으나, 세탁의 불편함때문에 오래가지못했다.
[실패] 대나무 칫솔. 대나무가 쪼개져 입술에 찔릴 것 같아 쓰는 내내 불안했다. 습기에 취약했으며 제일 중요한 점이 기능성인데, 일단 칫솔질이 잘 되지않았고 잇몸이 부었다.
[실패] 치약 대체제 찾기. 소금도 실천해봤지만 입냄새를 잡지는 못했고, 고체치약을 알아봤으나 비싸고...생소하고 번거로워서 남편을 설득시킬 자신이 없었다.
[중립] 20점을 준 이유. 포장재가 많은 것은 소비하지 않음, 수납박스는 쓰던 것 재활용. 쓰고 나온 플라스틱 용기를 잘라서 수납용기로 2년 넘게 잘 쓰는 중. 그리고 웬만해선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않는다는 것.
[실패] 반찬통 지참해서 가게에서 물건 구입하기. 초반에는 근처 정육점에서 반찬통을 들고가 고기를 사왔지만, 이 정육점이 내가 갈 때만 쓰레기 같은 고기를 비싸게 팔아서 이용하지않고 멀리 가고 있다. 이래저래 설명하고 들고다니는 것도 번거로워서 원래 가지고 있던 장바구니 들고 다니는 정도만 실천중이다.
[성공] 입사 때 고모가 주신 스테인레스 텀블러를 7년째 사용 중이다. 음료수도 설거지가 필요한 음료는 잘 안마시고 물만 마시고 있다.
[성공] 장바구니는 종량제 봉투로 받아오거나, 직접 만든 천가방을 계속 들고다닌다.
그리고 필요한 만큼만 낭비하지 않게 산다.
이 글은 망한 제로웨이스트 고해성사가 맞다.
내가 한 것이 쓰레기 줄이기, 경각심 가지기 정도라고 하면 그럭저럭 잘 해왔다 하고 싶은데...
긍정적인 부분은 내가 잘하는 것은 뭔지, 못하는 건 뭔지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과감히 포기하고, 할 수 있는 선에서 쓰레기 줄이기를 실천하기로 했다.
걸레빨고 화장지울 광목천 삶는 건 진짜 못하겠어! > 화장솜을 쓰든 오일을 쓰든 편한 방법을 찾는다. 대신 과하게 사용하지 않고 재활용을 할 수 있다면 한다. 모아뒀다가 한번 물로 헹궈서 먼지 훑어내기 등..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하게 되었다.
나는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을 잘 하고, 재활용을 잘 한다. 불가피하게 나온 비닐이나 종이봉투는 헤지거나 사용을 할 수 없을 때까지 재활용한다. 그러나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실천은 오래 유지하지 못한다.
내 약점을 알았으니 내가 잘 하는 부분에서 더 신경쓰고 실천해야 겠다.
목표를 잡고 끊임없이 시도해보는 것도 내 장점이니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