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 소(小)배우의 글로 쓰는 독백
정신없는 일정을 보내다가 갑자기 쉬는 날이 되면 뭘 해야될 지 모르겠다. 어제까지는 바빴고 일하러 갈 곳이 있었는데, 잘 마쳤으면 좀 쉬어도 되는데.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는 것 처럼 불안하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그렇게 불안한지 몰랐다. 불안해서 불행으로 그 불안을 잠재우려고 했던 거야. 슬프고 처리해야 할 큰 감정들이 있으면 잠재우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어쩌면 나는 불안을 더욱 두려워했었나 봐. 그래서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부정적인 생각들을 스스로 불러들인 꼴이 아니었는가, 그게 나의 작년이 아니었나.
그럴 때 가끔은 몸이 약간 간지러워 지면서 무의식적으로 한 부분을 긁게 되는데, 과도했던 모양인지 요즘 내 피부에 없었던 흔적이 조금 생겼다. 그것도 왜 그런지 몰랐었다.
분명 오늘 아침엔 모처럼 일도 없고 기분도 나쁘지 않았다. 근데 쉬었다는 생각에(사실 완전히 쉬지도 않았는데) 저녁이 되니 또 불안이 올라온다. 아이허브에서 산 테아닌을 먹어봐야 겠다.
잠도 안 오고 자면 안될 것 같고 이래서 어떤 사람들은 더 센 병원약을 찾게 되는가(마약은 제외, 마약 근절!), 내일은 새벽부터 오래 뛰어볼까, 그렇지만 잠이 더 필요하겠지 오늘 일찍 잠들긴 글렀으니까.
일은 곧 내가 아니라는 유명한 문장이 있지. 나도 그걸 인지해서 좋았다. 그런데 이쪽 일이란 게 내 외적인 모습부터 모든 걸 고려해서 고용이 되는 것이라 분리하기 위한 지혜가 참 절실하단 생각이 든다. 두렵다, 내 자체가 일을 갈구하게 될까봐.
1인극을 하는 내 모습을 자주 상상한다. 대본을 쓰다 말다 한다. 주제도 못 정했고 그때 그때 떠오르는 장면을 엮어보면 어떨까 하고 있다. 그걸 보는 관객들의 표정은 어떨까. 관객과 나의 시너지는 어떨까.
이런 순간일수록 내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다. 자신을 향한 눈을 거두고 단순한 것들을 주목하자. 난 순간의 존재, 아무것도 없이 태어나서 아무것도 없이 갈 것이다. 그 사이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태어나기를 직접 선택한 것도 아니며, 언제 마지막 순간을 맞이할 지도 모르는 미물인 나.
그래 아무 것도 아니다.
어디서든 살 수 있다.
어디에든 사람이 있고, 서로 도울 수 있다.
진정하자. 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