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생인 나에게 에픽하이는 사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나온 하루 아빠가 있는 그룹 정도였다.
그러다 요즘 릴스를 넘기다 보면 자주 보였던 덕에 어떤 음악을 하는지, 노래까지 자주 듣게 됐다.
셋이 함께 있는 영상들을 보면 그렇게 날 것의 무언가일 수가 없다.
아무래도 안 싸우는 영상이 없다 보니..
처음엔 저렇게 싸우는데 22년을 함께했다는 게 신기했다. 개인적으로 나에게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 사람이라 그랬던 것 같다.
참 신기한 건, 그런 내가 봤을 때도 저들의 모습이 눈살 찌푸려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마음은 눈으로 볼 수 없다지만, 어떤 마음들은 그 형체를 눈치챌 수 있다.
그들의 모든 말과 행동엔 마음이 담겨있다.
아무리 툴툴거려도 그 속엔 결국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있음이 느껴진다.
타블로가 방송에서 했던 이야기 중, 이젠 에픽하이가 가족이 된 것 같다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딸이 학교에서 부모님이 연락이 되지 않을 때 연락할 연락처에 이젠 할아버지, 할머니 보다도 에픽하이 멤버들을 적는다는 걸 보고 그들 사이엔 어떤 신뢰가 있는 걸까 싶었다.
결국엔 서로가 서로를 믿고 있고, 이걸 서로가 알고 있다는 것이 이 관계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느끼는 마음들, 사실 이 마음을 서로가 알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을 거란 걸 알고 있다. 실제로 들어보면 이들의 데뷔 초반은 해체할 뻔도 하고, 다사다난했던 것 같다.
느껴지는 마음들은 그 힘이 참 대단하다. 덕분에 이들이 하는 음악도 그 색이 묻어나 에픽하이 음악만의 힘이 생기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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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