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가진 가장 큰 힘은

by 애카이브

이동진은 비평가이지만 동시에 파워블로거이기도 하다. 내가 알기로 거의 20년 가까이 블로그를 꾸준히 운영해 왔다. 나 역시 이동진의 블로그를 종종 구경하는 편인데, 업로드 주기가 잦고 일정해 들어갈 때마다 읽을 글이 차곡차곡 쌓여 있기 때문이다. (수업 시간에 딴짓하기에도 꽤 좋다.)


반면 내 블로그는 방치에 가깝다. 그래서 오랜만에 글을 쓰려할 때면 늘 같은 고민에 빠진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써야 할지, 그동안 쌓인 생각들을 전부 담아내야 하는 건 아닐지. 그렇게 정리해야 할 생각들을 뜯어보다가, 결국 귀찮아져서 또다시 미루게 된다.


이동진은 어떻게 이걸 20년 가까이 해온 걸까?


이동진이 이렇게까지 오래 글을 쓸 수 있었던 이유는, 오히려 블로그에 분명한 목적과 방향성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그는 블로그를 키우고 운영한 파워블로거가 아니라, 그저 글쓰기를 습관처럼 꾸준히 해온 사람이었다. 블로그는 그 글을 배출할 수 있는 유통 창구였을 뿐이다. 그렇게 쌓인 그의 글들은 켜켜이 쌓여 각종 미디어에서 밈으로, 인용구로 쓰이며 살아 움직이고 있다. 쓸 때는 문장 한 줄이었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이동진만의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고, 그 데이터는 이동진이라는 비평가에 대한 신뢰가 되어주었다.


이렇게 보면 글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나에게 도움을 줄지 알 수 없는 기록이라는 생각이 든다. 쓰는 순간에는 그저 흘려보낸 생각 하나일 뿐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꽤나 도움이 되었다.

나의 경우에는 내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줘서 부를 축적했다거나, 영향력을 만들었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당연히 아니다. 대신 글로 적어두었던 생각이 오래 기억에 남아 어느새 내 가치관의 기준이 되어버리기도 했다. 어떤 문장은 과거의 나를 발견하게 만들고, 또 어떤 문장은 현재의 나와 비교해 보게 만들었다. 그렇게 내가 썼던 글은 언젠가 부메랑처럼 나에게 돌아왔다.


정리하자면 이동진의 꾸준한 글쓰기 습관을 보며 느낀 것은 아래와 같다.


글을 쓰는 것의 효용은 즉각적이지 않다.

글은 시간이 지날수록 저마다의 가치를 지닌다.

내가 썼던 글은 언제 어디선가 나에게 되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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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가능하면 자주, 웬만하면 대충, 그냥 뭐라도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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