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X>를 보며 가장 흥미로웠던 관계는 백아진과 김재오였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남자 중 백아진에게 유일한 O였던 김재오를 통해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자신이 필요로 할 때만 김재오를 찾는 백아진에도 그는 최후엔 목숨을 바칠 정도로 그녀에게 최선을 다한다. 모두가 쓸모없는 놈이라 욕하던 그에게 쓸모를 준 백아진은 김재오에게 삶의 이유를 만들어줬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O를 연상케 하는 드럼통에서 마지막을 장식한 김재오를 하이 앵글에서 비추는 장면은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자신의 쓸모를 만들어준 백아진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는 이 장면이 단순히 백아진에게 꼬여 결국 목숨을 잃었다고만 설명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김재오는 백아진때문에 목숨을 잃은 걸까 백아진 덕분에 끝까지 쓸모를 찾을 수 있던 걸까…
분명한 건 한마디로 정의 내릴 수 있는 관계는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위해 대가 없이 행한 헌신이라 말할 수도, 그렇다고 순전히 자신의 쓸모를 찾기 위한 이기적인 행위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둘의 관계는 파국으로만 치닿는 관계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상대로 하여금 나의 쓸모를 깨닫고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할 때 나의 모습을 찾았기 때문이다.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관계만큼 의미 있는 관계가 있을까.
이런 의미에서 백아진과 김재오, 둘의 관계는 어쩌면 평범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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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