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여전히 무도 유니버스에 살고 있는 이유

by 애카이브

토요일 저녁이면 TV 앞에 앉아 본방 사수를 하며 일주일의 피로를 털어버리던 시절이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웃음을 만들어내던 그들의 고군분투는 한 주를 마무리하는 가장 호쾌한 마침표였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사라진 지금, 주말의 즐거움도 함께 희미해진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요즘 예능들은 그 시절에 비해 세련되고 포맷도 다양해졌다. 패널들의 리액션도 예전보다 훨씬 매끄러워졌지만, 이상하게 가슴 한편에는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느껴지곤 한다. 아마도 지금의 예능들이 즉각적인 자극이나 단기적인 이미지 소모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 아닐까. (요즘은 도파민만 좇는 예능들이 참 많아진 것 같다)

반면 무한도전 멤버들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신들만의 독보적인 색깔을 진하게 녹여냈다. 중심에서 흐름을 잡는 유재석과 그 옆에서 빌런 역할을 수행하던 박명수의 티키타카처럼, 세월이 빚어낸 깊이 있는 관계성은 지금의 어떤 세련된 예능도 쉽게 흉내 내기 힘든 그들만의 영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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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찬란했던 여정이 예상보다 서둘러 멈춰 섰다. 높아진 시청자의 요구와 예기치 못한 악재들이 겹치며 쉼 없이 달려온 배가 요동쳤고, 결국 우리는 준비되지 않은 작별을 맞이해야 했다. 어쩌면 쉼 없이 채찍질을 견디며 달려온 이들에게 우리가 너무 엄격한 잣대만 들이댔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20주년을 맞이한 지금까지도 우리가 그 시절의 영상을 찾아보고 무도 유니버스에 열광하는 건, 단순히 웃음이 그리워서가 아니라 그들이 보여준 진심 어린 헌신과 그 시절의 우리 자신이 그립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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