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의 진짜 의미는

by 애카이브

회고, 回(돌아올 회)와 顧(돌아볼 고)

‘돌아본다’는 말이 두 번이나 들어가서인지, 회고라는 단어는 나에게 늘 무겁게 다가왔다.

마치 거창한 업적이 있거나, 분명한 교훈과 반성을 얻어야만 할 것 같은 부담감 때문이었다.

그래서 연말이 다가오면 한 해의 나를 제대로 마주하는 일을 괜히 미루게 됐다.

돌아보지 않으면 평가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고, 평가하지 않으면 실망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2025년에는 큰 결심을 하고 나를 제대로 돌아봤다.

의미 있는 순간만 골라내기보다, 흘려보냈던 장면들까지 하나씩 꺼내놓고 바라보았다.

한 씬, 한 씬 꼼꼼히 들여다보고 나니 비로소 새로운 걸 깨달았다.


나에게 회고가 유독 무겁게 느껴졌던 이유는, 내가 늘 단면적인 키워드로만 나를 정리해 왔기 때문이었다.

‘성공’, ‘실패’처럼 결과만 남은 단어들로 한 해를 요약하려다 보니,

그사이에 존재했던 수많은 나의 순간들은 자연스럽게 지워졌다.


하지만 그 단어 하나 속에도,

용기 내 도전하던 순간이 있었고,

울고 싶어도 씩씩하게 웃어넘기던 장면들이 있었으며

서툴지만, 열정적이던 나의 모습들이

프레임 단위로 숨어 있었다.


그 장면들을 하나씩 다시 불러내고 나서야 깨달았다.

회고는 잘 해낸 일을 증명하는 과정이 아니라,

그 시간 속에 분명히 존재했던 나를 인정하는 일이라는 걸.


이제야 회고의 진정한 의미를 조금 알 것 같은 기분이다.

나를 제대로 돌아보고 나니,

칭찬도 반성도 주저 없이 후련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해가 밝은지도 어느덧 한 달이 흘렀다.

지난 순간에 대한 아쉬움에 머물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마저 놓치지 않기를.

회고가 나를 붙잡는 일이 아니라,

다시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한 정리가 되기를 바란다.


-

다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우리가 여전히 무도 유니버스에 살고 있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