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과거를 소환하는 이유

by 애카이브

“오늘 저녁 경도 하실 분 구합니다”

한때 놀이터를 점령했던 경찰과 도둑이, 어른이 된 우리의 부름에 다시 소환됐다. 그때와 다를 바 없이 여전히 규칙은 단순하고, 준비물도 없으며 단지 몸만 있으면 된다. 다만 달라진 건 친구 대신 ‘동네 사람들’이 모였다는 것뿐이다.


우리는 왜 하필 지금, 이 오래된 놀이를 다시 꺼내 들었을까.


경찰과 도둑, 얼음땡, 지탈 등 2000년대 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숨을 헐떡이며 뛰어다닌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번 당근 경도의 유행을 보며 나는 ‘우리는 과거를 통해 현재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과 미래에 대한 걱정에 치여 사는 일상 속에서, ‘맘 편히 놀아도 되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허락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우리가 진정 필요했던 건 단순히 쇼츠를 넘기며 얻는 반복적인 도파민이 아니라, 넘어지는 것마저 웃긴 그런 순수한 재미였던 것 같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재미 말이다.


어른이 된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큰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는 걸 두려워하게 되었다. 노는 시간조차 어딘가 생산적이어야 할 것 같은 순간이 있다. 그래서일까? 경찰과 도둑의 유행은 단순한 추억 회상이라기보다 우리가 잃어버린 즐거움을 다시 찾는 시간처럼 보인다. 서로 잘 모르지만 웃고, 떠들면서 잠깐 친해졌다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이 시간. 어쩌면 이 큰 의미 없어 보이는 순간이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당근 경도의 유행은 “요즘 우리는 어떤 즐거움을 그리워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나는 아직도 초등학생 때 놀던 친구들을 만나면 어김없이 그 시절로 돌아간다. “너 그때 정글짐 올라가다 끼인 거 기억나?” 같은 말 한마디에 과거에 푹 빠져 몇 시간이고 떠든다. 그 추억이 특별한 이유는 과거 자체에 있기보다, 지금의 우리가 잠시 내려놓았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중요한 건 그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게 하는가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놀이를 다시 시작하면서 큰 의미 없이 순수하게 즐거웠던 그때의 우리를 잠시 불러낸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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