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함의 미덕

by 애카이브

어렸을 때부터 나는 내가 둔한 사람이라고 믿어왔다. 항상 부모님께서 날 주변에 “얘는 진짜 둔해요.”, “거의 남자애야.” 이런 식으로 소개하셨다. 사실 그래서 내가 예민한 사람이란 걸 깨달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얼마 전 X에서 봤던 트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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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로 그 가짜 덤덤충이었다. 너무 예민한 사람이라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기 위해 덤덤이라고 세뇌해 왔던 것 같다. 나는 사실 싫은 소리를 잘하지 못한다. 거절도 잘 못하고 차라리 내가 힘들고 말지 싶은 성격이다. 근데 이런 성격과 예민함이 섞여 가짜 예민충을 탄생시켰는지도 모른다.

한 번은 친구와 밤에 전화한 적이 있었는데 사실 잠이 너무 왔지만,, 그만 끊자는 이야기를 하지 못했던 적이 있다. 또 한 번은 알바 끝날 때쯤 퇴근해야 하는데 퇴근하겠다는 말을 못 해서 10분 연장근무는 기본이었다.




가짜 덤덤충의 특징

내가 생각하는 가짜 예민충은 일단 어떤 선택지가 있을 때 내가 어떤 걸 원하는지 보단 상대방이 어떤 걸 더 좋아할지를 먼저 생각하는 특징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에 선행되어 주변 사람이 어떤 성향인지 다 파악하고 있는 편이다. 진짜 덤덤충들은 주변 사람에게 관심이 절대 없고 있더라도 표면적인 것들만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예민한 사람인 이유는 이런 걸 다 설명할 수 있다는 것부터가 이를 증명하는 것 같다.


원래는 예민함은 숨겨야 하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요즘엔 예민함을 기분 상하지 않게 이야기할 수 있냐가 성숙한 사람을 결정하는 것 같다. 사실 싫다는 걸 이야기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닌가… 그럼에도 싫다는 이야기를 기분 나쁘지 않게 전할 수 있는 것이 성숙도를 결정하는 것 같다.

예민함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예민한 사람이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뭐든 기민해야 옳지 않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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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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