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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카이브 Jun 30. 2023

나 혹시 몰라 경고하는데
잔들어!

음주 콘텐츠, 과연 적절한 것일까

최근 유튜브 영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는데, 바로 음주 콘텐츠이다. 대표적으로는 ‘이영지의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 ‘조현아의 목요일 밤’ 등이 있다. 이러한 음주 콘텐츠가 사람들의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방송에서는 볼 수 없었던 스타들의 색다른 모습과 솔직한 이야기, 즉 랜선 취중 진담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대중들을 이끄는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유튜브 콘텐츠 특성상 시청 연령에 제한이 없기에 청소년들도 쉽게 접할 수 있고, 더불어 요즘 유명인들의 음주운전 이슈가 심각한 만큼 큰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사실 음주 콘텐츠는 요즘 MZ들의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밥 친구, 술 친구가 아닌가? 날이 갈수록 소비자와 음주 콘텐츠 간 유대관계가 더욱 끈끈해지고 있는 상황인데, 인간관계가 가까워지고 익숙해질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좁아진 시야로, 무뎌진 감각으로 인해 잊히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콘텐츠를 소비할 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우리가 음주 콘텐츠를 더 많이 소비할수록 그 부정적인 면에 대해 경계할 필요성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애주가 집안이 한 번 보아하니

음주 콘텐츠가 부정적인 면을 갖고 있다고는 하지만, 음주 콘텐츠 자체를 막을 수는 없는 법이다. 이미 음주 콘텐츠는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고, 앞으로 더욱 확산되면 확산됐지 스스로 자취를 감추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럼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음주 콘텐츠를 더 잘 사랑할 수 있는지 그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보면 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내가 애주가로서 그 방법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았다. 혼자 고민하는 것은 깊이감을 만들어 줄 수는 있어도 더 넓은 시야를 갖는 데에는 역부족이라, 술과 더 긴 세월을 함께한 애주가 부모님과 함께 고민해 보았다.

20대인 내가 바라본 음주 콘텐츠는 더할 나위 없이 긍정적이다. 혼술, 혼밥 등 ‘혼O’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이제는 어엿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요즘이다. 코로나19 이후로 사람들의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더 강해졌다고는 하지만, 사람만이 줄 수 있는 인류애적인 요소에 대한 갈망도 동시에 더욱 깊어졌다. 즉, 혼술이 주는 만족감 사이에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피어오르기 딱 좋은 시기라는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음주 콘텐츠는 수많은 ‘나’들에게 큰 재미와 위로를 준다. 고요한 집에서 느끼는 자취생의 외로움과 허전함을 채워주는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다. 음주 콘텐츠에는 경계해야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겠지만, 시대적으로 지금 딱! 즐기기 좋은 콘텐츠가 아닐까?


40~50대 애주가는 음주 콘텐츠를 어떻게 바라볼지 너무 궁금해 평소처럼 안부 전화를 걸어 대뜸 인터뷰를 시작했다. “엄마, 아빠는 음주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돌아오는 답변이 참 재미있었다. “그게 뭐야.” 유튜브와 친숙한 세대가 아니기에 그들에게 콘텐츠는 좋은 친구의 역할을 해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점을 간과하고 갑자기 음주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다니… 잠깐 불효녀가 된 기분이었다.


그런데도 콘텐츠와는 조금 거리가 먼 부모님 세대도 알고 있는 음주 콘텐츠가 딱 하나 있었다. 바로 ‘성시경의 먹을 텐데’. 이는 MZ세대가 생각하는 음주 콘텐츠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술을 마시라며 권장하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그냥 혼자 조용히 맛집에 찾아가 술 한잔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부모님은 그것이 그나마 재밌었던 것이다. 혼자 고민해 보았다면 절대 알지 못할 인사이트를 얻어 참 기분이 좋기도 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고향에 자주 내려가 부모님의 술친구가 되어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커졌다.



음주 콘텐츠 너어~

음주 콘텐츠는 우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긍・부정적 영향에서 벗어나 음주 콘텐츠 그 자체가 갖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자. 결국 우리가 직접 경험해 볼 수 없는 사랑하는 스타들과의 랜선 술자리를 갖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지닌 의미가 매우 크다. 평소 우리 또한 술자리에서만 들을 수 있고,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존재하기에 여러 핑계를 대며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지 않는가?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내가 사랑하는 여러 사람과 모니터 하나를 사이에 두고서라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사실 대(大) 미디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이 글을 마지막으로 다듬고 있는 오늘도 술을 잔뜩 마시고 와서 눈을 꿈뻑이고 있다. 그런데 오늘 아주 오랜만에 소중한 사람과 만나 술잔을 기울여 보니 확실히 느낀 점이 하나 있다. 지나친 음주는 뇌졸중을 유발하거나, 기억력 손상 및 치매를 불러오지만, 적당한 음주는 사람 대 사람으로서 나눌 수 있는 진정성과 사랑, 그리고 깊은 마음을 안겨준다는 점이다. 얼굴을 마주 하는 술자리든, 랜선 술자리든 적당한 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지만 취중진담은 가끔 그 선을 넘는 것이 진정한 재미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선을 넘지 못해 아쉬웠던 사람들과, 혹은 스타들과 함께 웃음이 끊이질 않는 술자리를 한 번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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