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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카이브 Aug 21. 2023

숏 폼 미쳤다

이거 어디까지 내려가는 거예요?

버릇처럼 들어간 인스타 돋보기에서 발견한 재미있는 예능 하이라이트를 시작으로 귀여움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영상, 그리고 정보를 전달하는 릴스까지. 그 자리에서 몇 시간을 릴스만 보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니다.

숏폼 몇 개만 보면 현재 대한밈국의 유행을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숏폼은 그 자체로 유행이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숏폼은 현재 유행이 기록된 수단이기도 하다.


숏폼 유행 이전에는 완성도 높게 다듬어진 고퀄리티 영상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빠른 호흡으로 전문 방송인이 아니더라도 핸드폰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촬영해 업로드할 수 있는 영상이 유행하고 있다. 이처럼 영상에 관한 진입장벽이 낮아진 덕분에 많은 사람이 숏폼의 생산자이면서 동시에 소비자가 되어 숏폼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 릴스 등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이러한 플랫폼 이용자라면 모두가 중독된 짧지만 강한, 짧고 굵은 숏폼. 내리고 내리다 보면 끝도 없이 내려가기에 ‘내가 이걸 왜 보고 있지?’라고 인지하기 전까지 핸드폰 위에서 손가락은 무아지경이다. 사실 숏폼을 계속 보다가 그 끝에 느끼는 현타는 유튜브 알고리즘에 이끌려 자동 재생되는 롱폼을 계속 봤을 때 보다 더 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숏폼나게 생산하실게요

도파민에 절여진 대한밈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짧으니까 더더욱 강렬하게!’라는 생각으로 자극적인 영상을 만드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영상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재미있는지도 모르겠고, ‘이 영상을 왜 찍었을까?’, ‘이 영상을 왜 올렸지?’라는 생각이 드는 영상을 볼 때면 가끔 정신없이 숏폼을 보고 있다가도 고개를 갸웃하며 손가락을 멈추게 된다.

무조건 자극적이기만 한 짧은 영상이 누군가에게는 길게 갈 충격을 줄 수 있고, 상처를 받는 사람이 생기거나, 사회적으로 비판의 여지가 있어 오래 사랑받을 수는 없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숏폼 생산자들은 ‘공감’을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또한 ‘하나의 영상을 보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고, 그들의 생각은 다양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영상의 길이가 짧다고 해서 얕아도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고 늘 신중해야 한다. 그래서 영상을 만드는 생산자들은 ‘이 영상으로 인해 상처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에 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어떤 영상이든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기에 그러한 것들로 생산자의 표현이 제한된다면 숏폼 문화는 발전하기 힘든 것도 맞다. 따라서 거를 건 거를 수 있는 통찰력도 키워야 숏폼 문화가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숏폼아, 좋아해!

하지만 좋은 숏폼 문화를 만들기 위해 강조되는 것은 비단 생산자만의 역할은 아니다. 소비자들 또한 거를 영상은 거르는 통찰력을 가져야 숏폼을 통해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다. 재미는 물론, 숏폼 영상을 보고 도전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얻기도 하고, 유용한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그만큼 숏폼 영상을 얼마나 자신이 주체적으로 이용하느냐에 따라 아주 짧은 시간에, 아주 적은 노력으로도 유용한 정보들을 쏙쏙 얻어 자신을 발전시키는 데 이용할 수 있다.

반면, 숏폼에 끌려다니기만 한다면 그것은 숏폼 중독, 자극 중독, 현대인들의 문제로 떠오르는 팝콘 브레인이 되어버릴 뿐이다. 우리는 대부분의 자유시간을 영상 콘텐츠를 보는 것으로 ‘때운다’고 표현하며 영상, 콘텐츠를 킬링타임용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는 영상 콘텐츠를 좋아하지 않는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 시간 낭비라 치부되는 것이 얼마나 속상하고, 힘 빠지는 일인지. 영상 콘텐츠를 좋아하는 내가 유튜브를 보는 시간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할 때면 어느 때보다 힘 빠졌던 순간이 있기 때문에 더 잘 알고 있다. 이렇게 영상을 소비하는 내가 영상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보는 영상은 내가 고른다!’며 영상을 주체적으로 소비한다면, 숏폼을 보는 그 시간을 낭비로 느끼지 않을 수 있다.


결국 영상이 짧다고 해서 우리 생각도 짧으면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짧은 영상이라고 해서 짧은 생각으로 자극적으로만 만들면 안 되며, 짧은 생각으로 혹은 생각 없이 영상을 소비해서는 안 된다. 사실 이 같은 이야기가 숏폼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자신의 생각과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지금, 우리는 이러한 자유에는 그만한 책임과 무게가 따른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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