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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카이브 Aug 23. 2023

Without elegance of the heart

There is no elegance

좋아하는 여자 아이돌을 ‘언니’라고만 부를 수 있던 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요즘 한창 인기를 끄는 4세대 여자 아이돌 중 내가 자신 있게 ‘언니’라고 부를 수 있는 대상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무심코 “OO언니 진짜 이쁘다”라고 내뱉은 혼잣말에 스스로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작년 여름 혜성처럼 등장한 뉴진스, 그리고 초등학생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초통령’이라 불리는 그룹 아이브의 장원영과 안유진이 이러한 4세대 아이돌의 대표적인 이들이라 할 수 있겠다. 한때 유행어였던 “예쁘면 다 언니야”라는 말이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 상황이 놀랍기도, 서럽기도 할 뿐이다. 하지만 이들은 내게 더 이상 언니가 아니라는 사실보다 더 놀라운 두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순서대로 뉴진스 하니, 혜인, 다니엘, 민지

바로 모두 명품 브랜드의 앰버서더로 발탁되어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뉴진스의 멤버 하니는 구찌와 조르지오 아르마니 뷰티, 혜인은 루이비통, 다니엘은 버버리와 생로랑 뷰티, 민지는 샤넬 뷰티·패션·시계, 그리고 주얼리의 앰버서더로 발탁되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 또한 미우미우와 프레드의 글로벌 앰버서더로, 같은 멤버 안유진은 펜디의 한국 앰버서더로 공식 발탁 되어 활동하고 있다. 이쯤 읽으면 이게 뭐?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 연예인으로서 명예를 얻고 각종 브랜드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고, 대중의 관심과 사랑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앰버서더가 되는 것은 하나의 일일 뿐이니 말이다. 하지만 내가 주목한 점은 이들이 모두 명품 브랜드의 앰버서더라는 점이 아니다.


최연소 루이비통 앰버서더로 발탁된 뉴진스 혜인 (16)

주목할 점은 바로 이들의 나이에 있다. 뉴진스의 경우 2004년생인 민지와 하니를 제외한 다니엘(19), 해린(18), 혜인(16)은 모두 10대다. 아이브의 경우 또한 안유진은 지난해, 장원영은 올해 스무 살이 됐다. 이들이 앰버서더가 된 것은 성인이 채 되기도 전이다. 16살의 나이에 한 브랜드의 앰버서더가 된다니, 연예인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업적, 그리고 무궁한 영광이다. 

그러나 앰버서더들의 저 연령화가 과연 사회에도 밝은 빛만을 비추고 있을까?



less is more

몇 년 전만 해도 유튜브 내에서 20대 후반 이상 직장인들과 3040이 주를 이루던 콘텐츠인 '명품 언박싱', '쇼핑 브이로그' 들. 언박싱과 브이로그를 포함해 여러 아이템을 구매하고 평가하는 '하울'까지, '명품'을 키워드로 동영상을 올리는 연령대가 최근 급격히 낮아졌다. 유튜브에 ‘호캉스’, ‘명품’을 검색하면 10대인 중고등학생들은 물론 초등학생 유튜버도 눈길을 끈다. 댓글에는 “언니 너무 부러워요” “나도 사고 싶다” 등 이들을 부러워하고 동경하는 모습도 보인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가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의 첫 명품 구매 연령은 평균 15세로, M세대보다 3~5년 빠르다.


일각에서는 명품 소비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면서 명품 브랜드에 발탁되는 앰버서더들의 나이가 덩달아 낮아지는 추세로 보고 있다. 하지만 명품 브랜드에 발탁되는 어린 앰버서더들이 10대들이 명품에 관심을 가지는 데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이브만 하더라도 팬미팅에 참석한 관객의 대다수가 어린 학생들인 만큼 큰 영향을 끼치고 있고, 번화가를 돌아다니면 어렵지 않게 이들의 명품 광고를 발견할 수 있다. 동조 심리가 강한 청소년시기의 학생들에게 ‘우상’이 되는 어린 아이돌의 이러한 행보는 따라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더 나아가 명품 소비가 당연한 것이고, 뒤쳐지면 안 된다는 생각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청소년 사이의 동조효과, 즉 베르테르 효과는 감정선이 짙어지는 나이에 있는 이들에게는 특히 더 깊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한다. 본인이 열망하는 가치를 가지고 있는 대상에 자기 자신을 투영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동일시하는 연예인 혹은 대상이 어떠한 행동을 하게 되면 그것을 따라하고 싶고,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청소년들 사이에서 일명 ‘프로아나’, ‘먹토’ 등과 같이 극단적인 다이어트 방식들이 잠시 유행했던 것 또한 늘 마른 몸을 유지하며 대중 앞에 서는 아이돌들을 따라 하고 싶은 동조 심리 때문인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뉴진스 하니가 맸던 구찌 가방”, “아이브 장원영이 입었던 미우미우 원피스”. 성인인 우리조차 감히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운 가격을 가지고 있는 명품 브랜드들. 이들이 미성년자 앰버서더를 발탁하고 활동시키는 것은 누군가에겐 좋아하는 아이돌의 밝은 미래가 되겠지만, 어느 누군가에게는 좋아하는 아이돌을 따라하고 싶다는 열망이 어두운 이면으로 변질될 수 있다. 성인들도 명심해야 하겠지만, 소비라는 것은 수입과 본인이 지출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하는 게 바람직하다. 어렸을 때부터 이러한 외부적 요인에 의해 옮지 않은 소비습관이 형성된다면, 미래에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생각 또한 든다. 미디어에 쉼 없이 노출되는 10대 아이돌, 연예인들의 명품 앰버서더 활동들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우리 10대들이 올바른 소비습관을 가지고 나와 연예인을 분리해서 볼 수 있도록 하는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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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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