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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카이브 Sep 11. 2023

초록을거머쥘우리들

당신의 '퍼스널 초록'을 위하여

푸르른 날들로 내몰린 젊은 우리는

영원한 사랑을 해 본 사람들처럼

꼭 그렇게 웃어줬네.



잔나비의 가사 말마따나 사계절을 모두 겪는 한국인은 자연환경에 따른 감정의 동요도 큰 듯하다. 또한 계절에 따라 반복되는 감정들 사이로 우리는 나무처럼 단단한 나이테를 저마다 갖추어 나간다. 봄에는 꽃이 피는 설렘을, 여름엔 파릇한 초록 잎들에게 생기를, 가을엔 붉어지는 낙엽과 함께 사색을, 겨울엔 씨를 거두고 웅크려 내년을 준비하는 기다림을 배운다. 이렇게 자연에서 태어나 많은 것을 체득하며 끝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우리지만, 왜일까. 21세기 최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현대 사회에서 자연의 상징 ‘초록’은 그저 패션 아이템의 유행 컬러로만 치부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에 대한 반향으로 ‘초록’을 그리워하는 도시인들이 이따금씩 생겨나고 있다. 식집사를 자처하며 반려식물을 키운다거나 물멍과 불멍에 이은 일명 ‘풀멍’을 때리기 위해 촌캉스와 템플스테이 등 도시를 떠나 자연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식집사’와 ‘풀멍’ 모두 식물과 관련된 신조어로, 청년층 사이에서 주로 사용된다. 자연을 자연스럽게 마주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취미로, 혹은 큰 마음을 먹고 시간을 내야만 ‘초록’을 볼 수 있는 척박한 환경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 역시 당신만의 진정한 초록을 잊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고민해봐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 에디터 히든 또한 초록을 그리워하는 도시인으로서, 일상 속에서라도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한 노력을 부단히 하고 있다. 당신에게도 잠시나마 초록을 거머쥘 수 있는 몇 가지의 장소를 소개하고자 한다. 말 그대로, 애디터 히든이 소개하는 ‘히든 플레이스’겠다.


서울 용산구 ‘비스트로아란’

효창공원역 앞, 바로 인근에 위치해 있는 식당이다. 흔히 맛보지 못하는 지중해식 요리를 당차게 선보이는 곳이다. 밥은 물론 와인과 함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이곳. 반려동물 동반입장이 가능한 곳이라, 주인과 함께 여유를 즐기러 온 동물까지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이곳을 히든 플레이스로 지정한 이유는 바로 야외 테라스가 있기 때문이다. 따스한 엔틱 실내 인테리어로 꾸며진 이곳의 뒷문을 열고 나가면, 가로수와 함께 어우러진 탁 트인 야외 테이블을 발견할 수 있다. 바삭하게 구워진 뽈뽀와 와인, 와인색으로 물들어가는 석양과 나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날 하루는 걱정 없이 안온하게 마무리할 수 있으리라.


서울 중랑구 ‘오크라’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나무 인테리어와 중앙에 위치한 큰 화분이 눈에 띄는 곳이다. 가정적인 분위기의 실내도 물론 좋지만, 앵무새를 두 마리나 키우는 이곳은 새소리와 함께 식물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야외 테라스가 하이라이트다. 대학교 부근에 위치해 있어 합리적인 가격의 음료가 제공되며, 무엇인가 열중히 공부하거나, 젊음을 논하는 생기 가득한 학생들의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덤이다. 동물의 숲 비둘기가 운영하는 카페처럼 늘 거기에 있을 것 같은 안정감을 주는 곳.


전주 한옥마을 ‘다화원’

서울의 플레이스를 앞서 소개했으니 이젠 전주로 떠나보자. 5월의 전주 국제 영화제를 보러 왔거나, 혹은 전주 한옥마을을 들릴 일이 생겼다면 두말없이 이곳으로 걸어가면 된다. 자연과 한옥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전주에서도 유독 더 자연친화적인 찻집이다.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다도체험을 해볼 수 있는 소중한 공간. 조용하다 못해 자신의 숨소리까지 집중해 볼 수 있는 고요한 곳이다. 말없이 주변 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평소에는 놓쳐버렸을 자연의 소리를 온전히 느껴볼 수 있다. 전주 한옥마을 외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전주에 막 들어서는 설렘으로, 혹은 전주 여행을 마무리하는 마음으로, 어느 순서에 이곳을 지나치든 완벽한 찻집이다.


이 글을 읽고, 당신만의 ‘초록’ 플레이스가 떠오른다면 참 다행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당신만의 플레이스를 찾아내는 것을 올해의 목표로 삼으셨으면 좋겠다. 도시에도 자연이 있는 곳은 많다. 하다못해 길거리에만 지나도 여러 가로수와 공원들을 어렵지 않게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건조한 마음으로 빠르게 지나치는 곳들에서는 초록을 거머쥘 마음이 쉽사리 생기지 않곤 한다. 하루 반나절의 시간마저 제대로 낼 수 없는 바쁜 사람들이 증가하며, 도시는 더더욱 건조해져만 가고 있다. 에디터 히든 역시 매일 가로수들을 바라보며 출퇴근을 반복하지만, 휴식이 아니라 떠나갈 목표만 가진 채 바라보는 이 초록들은 마음속에 깊게 들어오지 않았었다. 하지만 마음을 터놓고 초록을 거머쥘 마음으로 떠난 ‘플레이스’는 아무리 작은 자연이라도 마음 편히 다가오곤 한다. 각종 사치품들은 턱턱 사내면서, 왜 자연을 즐기고자 하는 작은 마음은 언제부터 금전적인 소비보다 더 사치로 전락해 버린 것일까? 우리와 평생을 함께 해온, 그리고 함께 할 자연을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것은 당연지사인데 말이다. 도심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초록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절대 아니다. 작고 좁은 곳이라도, 자신의 초록이 필요한 순간. 마음속 작은 초록을 품고 사는 도시인들은 꼭 자신의 마음에 귀 기울였으면 좋겠다. 자신에게 맞는 자그만 ‘퍼스널 초록’을 거머쥐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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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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