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카이브 Mar 30. 2024

좀 서글프긴 해 그때로 돌아갈 수 없는 게

이번 주는 학교 가는 토요일

학교 앞 문방구 오락기,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은 여자애가 아이들 사이에 비집고 앉아 있다. 룰을 알고나 있는지 오락기에만 시선을 집중한 채 열심히 버튼을 누르고 있는 여자애는 겨우 초등학교 3학년.


집으로 돌아오면 가장 먼저 눅눅한 바닥 위 바퀴 달린 의자를 도르륵 끌며 발가락으로 컴퓨터 전원 버튼을 꾹 눌렀다. 오락기 게임보다 좋아하는 건 플래시 게임과 캐주얼 게임.


해리포터보다 야후꾸러기 아르피아로 마법사의 꿈을 키우고, 따로 전화하지 않고도 오후 6시에 너나 할 거 없이 게임 속에서 모였던 그 시절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유튜브에 추억의 게임 OST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는 것을 추천!



슈비리 두비루밥 샬랄랄라~샬라~

당시 쥬니어네이버, 야후꾸러기, 키즈짱을 떠돌며 웬만한 플래시 게임은 섭렵했던 초딩이었다. 그중 가장 많이 한 게임은 쥬니어네이버의 동물농장, 야후꾸러기의 아르피아! 그리고 가장 많은 추억을 남긴 건 ‘파니팡’과 ‘아바타 스타 슈’이다. 당시 여자애들의 마음을 빼앗은 뿌까 머리 둘은 게임뿐만 아니라 만화 요소까지 섭렵하며 시간을 하루 종일 투자해도 모자랄 정도로 흥미를 끌었다.


가장 가슴을 몽글몽글하게 만드는 게임을 떠올려보자면 짱구 플래시 게임이 먼저 떠오른다. 상자에 숨어 공룡을 피하고, 블록을 쌓고, 아이스크림을 팔며 짱구의 친한 친구가 되었었다. 특히 짱아를 찾는 게임을 많이 했었는데, 초딩의 말도 안 되는 감성으로 짱아를 오래 못 찾으면 불쌍하다고 울던 시절이 있었다.



도시라#시라#라솔#솔파#솔

게임을 틀면 특유의 동화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몽환적인 OST가 들리다 급격히 신나는 음악이 깔리는 것이 특징이었던 ‘테일즈런너’. 체육시간에 러프를 따라 하겠다고 뒤로 달리다 크게 엉덩방아를 찧어 몽고반점처럼 커다란 멍도 생겼었다. 그 당시에는 모두가 러너였다. 애니싸랑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30명이 달리는 맵을 친구들로만 채울 수도 있었다. 당시 테일즈런너는 안 하는 친구를 보기 힘든 만큼 많은 애들이 즐겨하던 대표적인 게임이었다. 사실 아직까지도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종종 피시방에서 즐겨한다.


게임이 시작되면 마법가루를 뿌리는 듯한 배경음과 함께 공중에 날개 달린 문이 나타난다. 요즘엔 시작과 동시에 문이 벌컥 열리며 바로 시작되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날갯짓을 한참 해도 문은 열리지 않아 물도 떠오고 화장실도 다녀올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어쩌다 빨리 시작하면 오히려 당황했었더랬다.


맵의 테마가 다채로운 만큼 어울리는 OST가 몰입을 극대화해 주었는데, 특히 컨셉이 확실했던 흥부와 놀부, 넷이서 한마음, 알라딘과 같이 동화 맵 테마들은 맵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경쾌한 OST가 참여자를 진짜 동화 속 러너로 만들어주었다. 덧붙이자면 느긋한 분위기의 공원과 팜 OST를 특히 좋아했다.



도레미레 파미레도 시도시도레시솔

“너 무슨 서버야?” “나 드림서버.” “그럼 같이 게임 못 하는데…”


‘크레이지 아케이드’ 특유의 물풍선이 팡팡 터지는 듯한 OST가 들려오면 벌써부터 신나서 들뜬다. 친구와 함께 게임을 하려 하는 그때 첫 번째 난관에 도착한다. 서버가 서로 다르다. 크레이지 아케이드는 왜인지 해피서버와 드림서버로 나뉘어 서버가 다르면 함께 게임할 수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하나의 컴퓨터로 두 명이 동시에 게임을 하는 것. 키보드를 양쪽으로 나누어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현명한 방법인가.


두 번째 난관에 도착한다. ‘아 채널1 만석이야;;’ 왜인지 자유 채널1은 늘 만석이었다. 그래서 친구들 여러 명과 게임을 하려면 꼭 채널 2-3번으로 들어가야 했다. 서버 종료 전 들어간 크아는 자유 채널1 마저도 텅텅 비어 가슴도 텅텅 비었더랬다. 어찌어찌 게임에 들어가고 게임 스타트-!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게임을 시작한다. 크아 역시 캠프, 해적, 빌리지, 공동묘지 등 테마별로 OST가 다른 것이 포인트였는데 난 특히 바다 맵 신버전 OST를 좋아했다. 몬스터전 보스 스테이지 OST부터가 무서워서 괜히 더 손이 발발 떨렸던 기억도 있다.


OST를 들으면 추억이 방울방울 터지듯 떠오른다.



코믹 메이플스토리만 보던 초딩은 커서

게임 OST의 힘은 크다는 것을 실감할 때가 종종 있다. 해보지도 않았던 게임 OST가 들려오면 게임에 대해서 없던 추억도 회상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놀랍게도 모든 초딩의 추억일 ‘메이플스토리’ 게임을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 처음 시작해서 고릴라같이 생긴 캐릭터가 무서워 그 이후로 게임을 켜본 적도 없다. 그럼에도 메이플스토리의 OST를 줄줄이 꿰고 있는 것은 왜일까. 대학교 과제를 하다가도 메이플스토리의 멜로디가 흐르면 괜스레 코를 훌찌럭거리며 비트맵으로 된 캐릭터를 움직이는 초등학생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


‘테일즈위버’의 Reminiscence라는 OST를 아는가? 들어보면 동년배라면 열에 아홉은 들어봤다고 말할 것이 분명하다. 피아노 학원 좀 다녔다는 친구들이 매번 쳐주는 대표적인 곡 중 하나이니 말이다. 교회 초등부실 구석에 있는 피아노에는 항상 누군가 앉아있었는데, 머리를 하나로 모아 위로 질끈 묶고 보라색 안경을 썼던 친구가 매번 첫 번째로 쳐줬던 곡이다. 들리기만 해도 초등학교 시절의 모습이 생생히 그려진다. 다만 플레이되는 장면들이 게임이 아닌 추억 속 장면일 뿐이다.




그때 그 시절의 게임들이 그리운 걸까 그 시절의 내가 그리운 걸까. 정말 그리운 건 이제는 바래지는 추억인 것 같다. 플래시 게임부터 캐주얼 게임까지, 하나하나 사라져 가는 추억의 그 시절의 게임들을 보면 우리의 추억도 사그라드는 거 같아 마음 한구석이 휑해진다. 그렇게 보면 게임 OST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향수 같다. 잊고 살다가도 OST가 귓가를 스치는 순간 그 시절의 감정이 몽글몽글 살아나며 나를 그 작은 거실 컴퓨터 책상 앞에 데려다 놓는다. 그 시절 함께 게임했던 동네 친구들, 게임 속 캐릭터에 이입해 모험을 하며 설레던 순간들. 이제는 기억도 아른거리지만 그 감정만은 몸에 배어 있는 듯하다.



-

비타

작가의 이전글 너 운세는 무슨 맛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