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를 좋아하세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두근거림을 멈출 수 없다. 연애 프로그램, 로맨스 드라마… 그야말로 대 로맨스의 시대에 살고 있는 나지만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다들 로맨스가 최고의 도파민이라고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오히려 스릴러, 호러, 오컬트와 같이 도파민이 아주 팡팡 터지는 것들이 좋다.
그러던 중 ‘재밌는 것’이 나왔다. 그 주인공은 지난 2월 한국을 휩쓴 미스터리·오컬트 영화 <파묘>. 파묘는 기존 한국 영화에서 등장하지 않던 오컬트 소재와 독특한 캐릭터 디자인을 선보이며 개봉과 동시에 1,000만 관객을 넘기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사람들이 영화 <파묘>에 열광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내가 생각한 <파묘>의 성공 요인은 다름 아닌 영화의 장르적 특성에서 온다. 파묘의 중심에는 일부 마니아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되던 ‘오컬트’가 있다. 오컬트란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적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는 장르로 쉽게 말해 주술이나 유령, 귀신들을 탐구하고 그와 관련된 것들을 나누는 장르로 여겨진다. 오컬트는 장르와 마니아층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등으로 인해 국내 영화계에서는 흥행이 쉽지 않은 장르로, 2016년 나홍진 감독의 <곡성> 이후로 국내 영화계에서 조명받는 오컬트 장르의 영화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 속 오컬트를 일으켜 세운 것은 다름 아닌 <파묘>이다. 파묘의 폭발적인 인기는 오컬트 장르의 대중화로 연결됐다.
오컬트는 호러와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다른 장르라고 할 수 있다. ‘호러’의 중심에는 ‘공포’가 있고, ‘오컬트’의 중심에는 ‘이해’가 있다.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오컬트는 무서운 것이 아니다. 오컬트(Occult)라는 말 그대로 외계인, 주술, 샤머니즘 등 미지의 존재를 다루는 장르로서, 이해할 수 없는 것들에서 오는 두려움을 공포심으로 착각하거나 공포에 기인한 다양한 요소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때도 있다.
이렇듯 알다가도 모를 오컬트 장르가 호러와 같이 대중적인 장르의 반열에 오르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오컬트 문화는 소수의 마니아층으로 유지되는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깊은 사랑과 애정을 가진 이들 덕분에 장르의 명맥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파묘>의 성공과 국내 ‘오컬트 붐’과 같이 오컬트 장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소재로 이용되며 빛을 발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패션업계인데, 세대가 변화하며 개성과 취향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며 마이너한 장르이면서도 그 색이 독특한 오컬트가 디자인의 요소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파묘>가 아니었으면 오컬트 장르는 그저 소수의 취향이라고만 여겨졌을 법하다. 오컬트 장르가 큰 관심을 끌며 이를 즐기는 다양한 방법들이 등장했다. 그렇다면 오컬트 마니아들이 오컬트를 즐기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첫 번째는 샤머니즘적 요소라고 생각한다. 샤머니즘과 오컬트는 사뭇 다른 장르 같지만 ‘이해할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이라는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다. 사주와 타로에서는 이해할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는 것에서 오는 재미를 찾을 수 있다. 믿거나 말거나 자신의 방식대로 해석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 재미를 제공한다. 여러 해석이 나오는 오컬트 장르의 영화 <파묘>처럼 ‘K-사주 회피법’과 같은 다양한 방면의 해석이 사주와 타로에서도 존재한다. 사주와 타로와 같이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것들 외에도 오컬트가 가미되어 있는 ‘순수 재미’ 콘텐츠들 역시 등장하고 있다. 오컬트 마니아라고도 할 수 있는 내가 최근 가장 좋아하는 것은 다름 아닌 ‘나폴리탄 괴담’이다. 나폴리탄 괴담을 한 줄로 소개하자면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무서운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내 방식대로 이해하고, 상상하는 것은 어떤 것보다도 큰 재미와 공포를 불러일으키곤 한다.
오컬트를 왜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그 중심에는 ‘이해’라는 키워드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컬트 영화든, 오컬트 콘텐츠든 이해할 수 없는 주제를 내 방식대로 이해하고 상상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사람마다 다른 해석을 사랑하고, 나의 이해와 해석을 통해 일상의 재미를, 때때로는 지혜를 찾아간다. 일상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을 상상하는 것이 마치 나에게는 지루한 하루 속의 단비같이 느껴지기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루한 하루들 속 새로운 재미를 찾는 당신에게 오컬트를 추천한다. 많은 사람을 만나왔고, 만나고 있는 나지만 애석하게도 오컬트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찾기란 어렵다. 공포에서인지 설렘에서인지, 어디서 오는지 모르는 이 두근거림을 다른 누군가에게도 선물하고 싶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묻고 싶다.
그쪽도 오컬트를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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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