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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카이브 May 31. 2024

우리 다시 만날 수 있겠지?

너와 나의 거리

덕질의 시작

 내 아이돌 덕질의 시작은 B1A4 오빠들이었다. 그때만 해도 버블과 같이 1:1로 아이돌과 소통하는 일은 꿈도 못 꾸던 시절이었기에,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B1A4가 컴백하면 음악방송을 본방사수하고, 언니와 방 안에서 노래를 따라 부르며 가사를 외웠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굿즈를 구매해서 모아두는 등 나름대로 행복한 덕질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의 B1A4는 우러러보는 ‘우상’ 같은 존재로 내 기억에 남아있다.



유사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나는 한 그룹이나 아이돌을 좋아하기 시작하면, 처음에 애정을 한 번에 쏟는 편이다. 좋아하는 아이돌이 버블(아티스트와 1:1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소통 플랫폼)을 시작한다는 공지가 올라왔을 때, 선착순도 아닌데 오픈 시간에 맞춰서 버블 구독을 시작하며 누구보다 먼저 아이돌과 가까워졌다는 사실에 괜히 기뻐하기도 했다. 또한 대화에서 자신의 닉네임을 본명으로 설정하면 아티스트가 내 이름을 불러주는 설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어쩌다 우연의 일치로 내가 보낸 메시지와 아티스트와 대화가 자연스럽게 연결될 때면, ‘혹시 내 메시지를 본 걸까..?’하는 기대감으로 하루를 보내곤 했다. 이와 같은 경험으로 ‘버블이 유사연애의 끝판왕이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전에 이영지는 유튜브 채널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에서 아티스트가 버블로 ‘영지’라고 메시지 하나만 와 있으면 다음 메시지가 올 때까지 거기서 갇혀 산다고 말했는데, 나도 이에 공감이 갔다. 종종 아티스트가 ‘보고 싶다’고 메시지를 보낼 때면 혹시 라이브를 켜는 건 아닐지 기대하며 다음 메시지가 올 때까지 기다리곤 했다. 그렇게 구독 시작한 지 일주일은 아티스트의 메시지를 기다리고, 바로 칼답을 하며 아티스트와의 대화를 즐겼다.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덕질에 오래 몰두하는 편이 아니라 그 이후에는 애정이 식은 탓도 있었지만, 컴백 시즌 등의 이유로 시간이 지날수록 메시지를 자주 보내지 않는 아티스트들도 있었다. 따라서 나는 버블, 위버스 DM 등을 구독했다가 두세 달 만에 해지한 적도 많았다. ‘덕질은 멀리서 봐야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 말도 있듯이 버블 구독 이후 오히려 아티스트와 멀어지게 된 적도 꽤 있었다.



조건 없는 사랑은 가능한 것일까

 이처럼 아티스트와 팬이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팬덤과 아티스트의 관계가 이전보다 훨씬 가까워졌다. 특히 요즘은 팬 커뮤니티 플랫폼인 Weverse(위버스)에서 팬들이 게시물을 올리면, 아티스트들이 댓글을 남기는 등 시공간의 제약 없이 사적인 대화가 가능해진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디어유 버블, Weverse(위버스) DM 등 모두 한 달에 일정 금액을 내고 구독하는 서비스인 만큼 아티스트들의 소통량 역시 팬들에게 민감한 문제이다. 그런데 전부터 팬들 사이에서 몇몇 아티스트들의 소통 부재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유료로 하는 서비스인데 어느 정도는 찾아와 줘야 하는 것 아니냐’, ‘불만 있으면 구독을 취소하면 되지 않냐’ 등 팬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엇갈렸다.



 팬들에 대한 아티스트들의 영혼 없는 태도를 일컫는 ‘동태눈’, ‘아 진짜요’가 밈이 될 만큼 아티스트의 태도 및 소통 관련 문제는 전부터 뜨거운 감자였다. 이 논란에 이어서, 특히 소통에 대해서는 다른 아티스트들과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많은 팬들이 서운함을 표출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들은 팬인 동시에 소비자이기 때문에 지불한 만큼의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면 저절로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달에 몇 번 이상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등의 규정도 없어 아티스트에게 소통을 강요할 수도 없으므로, 누구 하나를 콕 집어서 탓할 수 없는 모호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사랑할 수박 에~

 사실 팬과 아티스트가 서로 좋은 상호작용을 주고받기 위해 생긴 소통 플랫폼이 이러한 문제들로 갈등이 심화되는 것 같아 앞으로의 K-POP 내 소통 문화가 걱정되기도 한다. 따라서 팬과 아티스트의 관계를 재정립할 시간도 필요해 보인다.


 나는 인간관계에서 누군가와 가까워질수록 그 사람에 대한 예의와 존중의 태도를 더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와 더 깊이 친해질수록, 오랫동안 볼 사이일수록 더욱 상대방 입장을 생각하게 되고 조심스럽게 대하게 된다. 현재 아티스트와 팬의 관계도 평소의 사람 대 사람의 관계로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그것이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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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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