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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카이브 May 31. 2024

독서는 정말 섹시할까?

나는 너를 계속 읽고 싶어 닳아 없어질 때까지

지하철에서 책 읽는 사람 찾기

 당신은 하루 일과 중 어느 곳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가? 만약 당신이 서울시민이거나 경기도민이라면, 혹은 집과 직장의 거리가 멀다면, 대부분 많은 시간을 대중교통에서 보낼 것이다. 현재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는 나는 서울에 위치한 학교에 가기 위해 매일 두세 시간 정도를 지하철에서 보낸다. 처음 서울에 상경하였을 때는 지하철에 있는 내내 스마트폰만 쳐다보았는데, 갈수록 눈과 머리가 아파져 나중에는 이어폰만 꽂은 채로 노래만 들었다. 스마트폰을 쳐다보지 않고 노래만 듣기 시작하니 눈과 머리가 아프지 않았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했는데, 그것은 바로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당최 모르겠다는 것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지하철에서는 오직 저마다의 얼굴을 가진 사람들로만 가득 차 있다. 하지만, 당장 내 눈앞에 서 있는 사람들을 대뜸 뚫어져라 쳐다볼 이유는 없다. 이유도 없을뿐더러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래서 나에겐 “무엇을 해야 지하철에서 심심하지 않게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을까?” 하는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아까운 시간을 땅바닥에 버리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이러한 고민이 생길 때쯤이라는 전공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이 수업은 한 학기 내내 매주 한 권의 책을 읽는 수업이었다. 그리고 교수님께서는 꼭 지하철에서 책을 읽어 보라고 하셨다. 지하철에서 읽는 책은 또 색다르다는 말을 덧붙이시며. 안 그래도 지하철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나는 유레카를 외치며 “이제까지 내가 왜 지하철에서 책을 읽을 생각을 안 했지?”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날 바로 지하철 독서를 실천하기로 결심했다.



옆 사람의 숨소리가 다 느껴질 정도로 사람들로 가득 찬 퇴근 시간의 3호선.

 운 좋게 자리에 앉게 된 나는 교수님의 말씀을 잊지 않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덜컹거리는 지하철의 소음, 내가 무슨 책을 읽는지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사람들과의 거리. 그렇다. 집중이 전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스마트폰을 볼 때보다 머리가 더 아픈 것 같았다. 그래서 유튜브에 ‘책 읽을 때 듣기 좋은 음악’을 검색하여 재생한 후, 한 글자 한 글자를 눈에 넣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지하철 독서의 힘을 느끼기 위해 노력하니 점차 책의 내용이 눈에 들어오며 금세 집중이 되었고, 그 어느 때보다 빨리 도착지에 도착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정신이 말똥할 땐 지하철에서 거의 매일 책을 읽고 있다. 시간이 잘 흘러가 전처럼 지루하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틈틈이 독서하는 나의 모습이 기특하여 맘에 든다. 시끄러운 지하철에서 유독 잘 읽히는 책은 더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기도하고. 이처럼 지하철 독서의 맛을 맛본 나는 요즘엔 나처럼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을 발견하면 반가운 마음이 든다. 애독자들을 많이 만난 날엔 괜히 기분이 더 좋기도 하다. 동지를 만난 기분이 이런 것일까.



나를 발견하는 시간

 새벽만 되면 감수성이 풍부해진다는 말. 많이들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모두가 경험해 봤을 것이다. 나는 종종 내 생각을 블로그에 적곤 하는데, 낮에는 한 줄도 제대로 못 쓰면서 새벽에는 새로운 자아가 내면에 들어온 것처럼 거침없이 글을 작성하곤 한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내가 왜 이런 걸 썼지?” 하며 후회막심하며 비공개로 돌린다. 이게 나의 일상이다.


 이처럼 새벽 글쓰기는 후회로 시작하는 아침을 안겨주곤 한다. 그렇지만 그 속에는 이제껏 알지 못했던 나의 모습이 숨어져 있다. ‘오글거린다’라는 말이 등장한 이후로 우리에게 솔직함은 ‘오글거림’으로 치부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의 진솔한 생각이 타인에겐 단순히 ‘오글거림’로 여겨져 우리는 우리의 속마음을 쪽팔린 것, 숨겨야 하는 것으로 여기게 되었다.


 그런데 독서 붐이 일고 많은 매거진 계정이 탄생하며 우리는 점점 ‘오글거림’보단 ‘진솔함’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잠든 고요한 새벽, 진솔한 마음을 담아 끄적인 글은 이젠 더 이상 오글거려 숨겨야 하는 글이 아니다.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 삶 속에서 느낀 생각과 감정이 담긴 글은 타인에게 나의 진솔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는 것이다.



따라 하면 뭐 어때?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인스타그램엔 수많은 매거진 계정이 탄생했고, 탄생하고 있다. 매거진 계정주들은 대부분 Z세대로, 현재 Z세대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에 대한 콘텐츠와 더불어 자신들만의 생각을 다루고 있다.



매거진 포화 시장.

 일각에선 개나 소나 매거진을 운영한다면서 개성 없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비판에 공감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따라 했다고 할지라도, 자신만의 매거진을 운영하고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 아닌가.


 지금 당장 백지상태의 워드 창을 켜봐라. 밤을 새워서라도, 어떻게든 끝마치는 과제와는 달리 내 마음과 이야기를 담은 글은 한 줄도 쉽사리 쓸 수 없을 것이다. 쳐다보기만 해도 막막한 백지를 검은 글씨로 가득 채우는 것, 어쩌면 백지를 가득 채운 검은 글씨는 그들의 열정이 불타오른 뒤의 흔적이 아닐까.


 망설임을 이겨낸 용기가 남긴 검은 흔적은

그 누구도 함부로 꺾을 수도, 지울 수도 없다.



 너는 어느 얼굴 없는 소설가의 문학 첫 문장

“너의 노랜 글이 되어 내 눈 속에 깊이 박히고 모두 너를 듣게 될 거야 너는 나의 노르웨이의 숲 너는 나의 데미안 너는 나의 설명할 수 없는 책 나는 너를 나는 너를 계속 읽고 싶어 닳아 없어질 때까지”


 요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박소은의 '너는 나의 문학'이라는 노래다.


 노래 소개를 인용하자면, “새로울 것도 하나 없는 이 21세기 현대 사회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는 또 얼마나 지겨워져 가는가. 사랑이라는 게 뭔지 나는 종종, 잘 모르겠다는 거다. 그래서 나는 사랑한다는 말 대신 다른 말을 내 것들에게 주기로 했다. 너는 나의 문학이야라고.”


 사랑이라는 단어 없이도 사랑을 표현할 수 있다니, 참 낭만적이지 않은가? ‘너는 나의 문학’이라는 표현에서 엿볼 수 있듯이 독서와 글쓰기는 우리 내면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깊이 있는 방식이다.


 “클래식은 영원하다” 텍스트 콘텐츠의 트렌드를 가장 잘 대변하는 문장이 아닐까.


 변화의 물결 속에서 변함없이 존재하는 가치, 바로 텍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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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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