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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카이브 May 31. 2024

나도 껴줘. 너네 세계관.

 전지적 독자 시점, 화산 귀환, 나 혼자만 레벨 업, 재혼 황후, 신의 탑 등등… 수많은 웹툰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는 이 장르! 뿐만 아니라 귀멸의 칼날, 체인소맨, 진격의 거인, 주술회전 등등… 애니계의 든든한 국밥! 바로 판타지 장르다.


 예전부터 판타지물은 수요층이 확실한 장르이긴 했지만, 요즘 특히 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에 맞춰 양산형 판타지 작품들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여길 가나 저길 가나 화려한 그림체에 내가 최강이라는 둥, 회귀를 해서 복수를 한다는 둥 전개가 뻔히 예측되는 작품들이 나오고 있지만, 신기하게도 대부분 인기가 많은 편이다. 지금 당장 네이버 웹툰에 달려가 조회 순으로 설정해 봐라. 상위 3개 중 1~2개는 무조건 판타지물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판타지 장르를 소비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볼 수 있다.



숨참고 판타지 다이브

 판타지 장르를 즐겨 보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세계로 빠지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니면 이세계 트럭에 치이는 상상이라던가… 그 사람이 바로 나다. 나는 보통 웹툰보다는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몰입하는 편인데, 판타지물을 보는 동안에는 잠시나마 현생에서 벗어나 작품의 세계관에 집중하게 된다. 이 시간 자체가 나의 소중한 힐링 포인트인 것이다.



오타쿠력 조기교육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일상물보다 판타지물을 더 좋아했다. 잔잔한 일상물보다는 화려한 스킬들을 남발하는 히어로 만화들을 보며 도파민을 충족했던 것 같다.


 라떼는 말이지~ 캐릭캐릭체인지, 포켓몬스터, 꿈빛파티시엘, 썬더일레븐 등 투니버스에서 방영되는 애니메이션들이 세상의 전부였다. 네이버 창에 <만화 이름, n기, n화> 이렇게 검색하면 풀버전을 올려놓은 블로그들이 나왔었는데, 엄마한테 혼날 때까지 그 블로그에서 정주행 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오랫동안 컴퓨터를 봤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얼음을 가져와 뜨거워진 모니터 앞뒤로 비빈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어린놈이 참 잔머리도 야무지게 썼었네.



 내가 어렸을 때 제일 좋아했던 판타지물은 <캐릭캐릭체인지>랑 <포켓몬스터>였는데, 진짜 거의 미쳐있던 수준이었다. 캐캐체를 볼 때는 거기 나오는 수호 캐릭터가 너무 갖고 싶어서 나름대로 종이에 나만의 알을 디자인하고, 나한테도 마음의 알을 달라고 기도한 적도 있다. 하나님 입장에서는 기가 찼을지도…? 글로 적어보니 너무 수치스럽지만 뭐 어렸을 때 다들 이 정도의 상상력은 가지고 있잖아?!


 포켓몬스터에 빠져있을 때는 진짜 그 포켓몬 세계에 들어가고 싶어서 애니 틀어놓고 모니터에 냅다 머리를 들이박았었다. 엇, 그러고 보니 갑자기 궁금해졌다. 여러분들의 최애 포켓몬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이브이었습니다. 진화하는 형태가 다양하다는 설정과 속성들마다 개성 있게 귀여운 생김새는 초등학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거든요. 꿈이 뭐냐고 묻는 어른들의 질문에 ‘식물학자’ 또는 ‘시인’이라고 말했었지만, 사실 진짜 꿈은 포켓몬 마스터였다. 하지만 이 순수하고 현실성 없는 꿈을 추억 속에 간직한 채로 눈 깜짝할 새 나는 22살이 되어버렸다.



그대들이 부러워요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더니 초딩 때의 애니 과몰입 성향이 성인이 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 딥해지면 딥해졌지 얕아지지는 않더라. ‘데스노트’, ‘나히아카’, ‘은혼’, ’진격의 거인’ 등등… 질릴 법도 한데 난 왜 이렇게 오랫동안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고 있는 것일까?


 생각해 보면 내가 이 장르를 정주행 하는 순간이 정해져 있더라. 현생이 힘들 때나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또는 그냥 심심해서 오락거리가 필요할 때. 만화 속 주인공들을 대부분 세계관 최강자거나,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그래서 적이 나타나면 다 부숴버리거나 고난이 일어나도 쉽게 이겨내더라. 이런 시원시원한 전개가 나에게 대리만족감을 선사해 주는 것 같다. 특히 회귀물 여주인공들은 어쩜 그리 똑똑해? 새로운 회차가 나올 때마다 그들의 두뇌회전에 감탄하는 동시에,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그들을 부러워한다. 아, 그래서 요즘 사람들의 판타지 장르의 수요가 더욱 늘어나고 있나 보다. 점점 각박해지는 현실과 달리, 무한한 가능성이 이뤄지는 판타지 콘텐츠를 보는 것을 통해 사람들은 대리만족을 느끼고, 정신적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이다.



현생을 살아

 예전에 통닭천사가 침착맨에게 날린 명언이 있다.


“제발 현실을 살아 이 씹덕아”


 맞는 말이다. 판타지는 판타지고 우리가 살아야 할 현실은 지금 ‘이’ 세계임을 잊지 말자. 실제로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 판타지 세상 속으로 들어갔다고 쳐도, 그 안에서의 새로운 고난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결국 내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현실 속의 나!


 만화들을 보면 그 속의 주인공들의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이 엄청 대단해 보이지만, 생각해 보면 나에게 잠재되어 있는 능력들이 더 많을걸?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것만으로도 나라는 사람은 너무나도 대단하다. 자, 오른손을 들어 머리 위에 올려 복복복 쓰다듬어주자~ 그리고 내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개쩌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가 보자. 아자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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