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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카이브 Apr 05. 2023

냉장고는 열린 문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냉장고

안녕하세요, 여러분에게 따뜻함을 전하러 온 에디터 요닝입니다. 제가 오늘 다뤄볼 주제는 바로 공유냉장고인데요, 혹시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독일에서 시작된 공유냉장고는 Community fridge 혹은 Freedges라고 불리며 지역 사회 내에서 음식을 공유하는 사랑 나눔 공유 프로젝트입니다. 그렇다면, 이 프로젝트는 왜 생겼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저와 함께 알아볼까요?


공유냉장고의 등장 배경 1 - 음식물 쓰레기, 문제야 문제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약 1만 5천 톤의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합니다. 그중에서도 70%는 음식점과 가정에서 발생하죠.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음식을 소비하고 낭비하지만, 이 음식물 쓰레기는 환경적으로 굉장한 악영향을 미칩니다. 매년 33억 톤의 이산화탄소가 음식물 쓰레기에 의해 발생한다고 해요. 식량을 생산하고 운송하는 데 화석 연료가 사용되며, 음식물 쓰레기 자체에서도 메탄가스가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전지구적 상황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낭비되는 식량은 약 13억 톤으로, 이는 지구상에서 굶주리는 815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1년 치 식량을 4번씩 주고도 남는 양입니다. 그 정도로 버려지는 음식물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뜻이죠.



공유냉장고의 등장 배경 2 - 영원한 숙제, 빈곤

빈곤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저는 유니세프나 월드비전에서 모금 활동을 위해 내세우는 빈곤국 아동의 사진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하지만 빈곤 문제는 생각보다 우리와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상대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4번째로 높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누리는 일정 수준의 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 6명 중 1명에 달하는 것인데요. 특히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은 43.4%(2018년 기준)로 OECD 회원국 최고 수준입니다. 노인 2명 중 1명은 빈곤하다고 생각해 보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와닿을 것 같아요.



응답하라 냉장고

공유냉장고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등장했어요. 음식물을 폐기하는 대신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누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는 것이죠. 현재 한국에서는 서울, 수원, 인천 등 다양한 지역에서 공유냉장고가 운영되고 있답니다. ‘밥’의 민족 한국답게, 공유냉장고는 우리의 정서와 잘 맞아떨어진 듯해요.

응답하라 1988 제1화 장면

응답하라 1988의 유명한 심부름 장면, 기억하시나요? 반찬으로 시작해서 과일까지, 이웃집으로 나르느라 분주했던 그 장면이요! 우리는 예전부터 이사 오면 떡을 돌리고, 경삿날에는 국수를 나눠먹고, 고마운 사람에겐 ‘밥’을 산다고 하죠. 이처럼 음식에 진심인 한국이지만, 갈수록 짙어지는 개인주의와 파편화된 사회에 주변의 이웃들에게 관심을 가지기가 어려웠어요. 심지어는, 청년과 노인의 고독사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기도 하죠.

이러한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 공유냉장고는 어쩌면 우리에게 정과 사랑을 되찾아줄 첫 단추가 될 수도 있어요. 음식을 나누며 이웃의 생활을 한번 들여다보고, 수많은 1인 가구는 일상에서 느끼기 어려운 가족의 정을 작게나마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이렇게나 좋은 점이 많은 공유냉장고, 과연 장점만 있을까요? 사실, 공유냉장고는 사회적으로 다양한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어요. 공유냉장고가 현실적으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어떤 문제점과 해결의 실마리를 가지고 있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알아보기 위해 제가 직접 방문해 보았습니다.


공유냉장고 PLAY ▶️

잠실 새마을전통시장 '모두의 냉장고'

저는 공유냉장고 중 잠실 새마을전통시장에 위치한 모두의 냉장고에 가보았습니다! 시장 입구에, 눈에 잘 띄는 빨간색이라 멀리서도 잘 찾을 수 있었어요. “과연 뭐가 들어있을까?” 하는 생각에 떨리는 마음으로 냉장고 문을 열었지만, 제 기대와는 달리 냉장고 안은 텅 비어있었습니다. ‘유통기한을 표시하라’는 안내와 나눔자 정보를 적는 장부만이 들어있었죠.


그래서 제가 직접 나눔에 참여하기 위해 요구르트 한 줄을 공유냉장고에 넣어보았습니다. 참여방법은 다음과 같았어요.

1) 유통기한이 충분히 남은 먹거리를 챙겨간다.

안전상의 문제 때문에 최소한 일주일 정도는 남은 제품을 가져가는 것이 좋아요. 제가 가져간 요구르트는 유제품이라 유통기한이 비교적 짧은 편이었는데, 여러분이 나눔 하실 때에는 다른 식품군을 추천드릴게요!


2) 제조일자, 입고일자, 유통기한, 먹거리 종류와 기부자 이름을 기록한다.

먹거리를 가져가는 사람이 식품의 정보를 잘 알고 먹을 수 있도록, 식품의 제조일자 및 유통기한을 기록하게 됩니다! 더불어, 체계적인 유통을 위해 냉장고에 넣는 입고일자와 먹거리의 종류, 기부자 이름도 함께 기록해요. 이렇게 자세하게 정보를 적으니 제 식품에 대해 더욱 책임감을 가지게 되고 나눔을 받는 사람의 안전도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3) 기록한 스티커를 식품에 부착하고 냉장고 안에 비치한다.

정보를 적는 종이가 라벨지여서, 제가 쓴 부분만 떼서 식품에 붙일 수 있었어요! 스티커를 부착한 요구르트를 냉장고의 잘 보이는 곳에 비치하였습니다.


4) 나눔의 보람을 만끽한다.

제가 공유냉장고에 요구르트를 넣자마자, 한 어르신께서 바로 가져가셔서 근처의 노점상 상인들과 함께 나눠드셨어요. 사실 저는 그 모습이 조금 놀라웠는데, 제가 공유한 음식에 대한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날 줄 몰랐거든요. 그래서 보람이 느껴지는 동시에 ‘생각보다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주변에 많이 계시는구나’라는 생각에 조금 씁쓸하기도 했답니다.



공유냉장고 PAUSE ⏸

여기서 잠깐! 앞서 언급했듯이 공유냉장고는 여러 사회적 이슈가 있는데요, 특히 제가 직접 공유냉장고를 경험해 보고 느꼈던 한계점과 해결방안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1 - 코빼기도 안 보이네

제가 공유냉장고를 처음 접하고 알아봤을 때, 가장 크게 느꼈던 불편함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어요. 심지어는 허위 사실이나 오류도 있어서 가기 전에 전화로 몇 번씩이나 확인을 해야 했죠. 수원특례시는 공유냉장고를 시 차원에서 관리하여 시청 홈페이지에 정확한 위치와 사용법이 기재되어 있어요. 반면 서울은 공유냉장고를 검색해도 관련 기사나 사진만 뜰뿐, 이용자들을 위한 정확한 수칙이나 위치는 제공하고 있지 않습니다.

→ 내 주변 가장 가까운 공유냉장고는 어디인지 알려주는 위치 기능 서비스 필요

→ 국가나 시 차원에서 공유냉장고의 분포 및 작동여부에 대한 조사 과정 필요


2 - 많은 이용 바랍니다

잠실의 공유냉장고가 텅 빈 것을 보고, 주변 상인과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나 : 평소에 주민분들께서 공유냉장고를 잘 이용하시나요?

상인 : 실효성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설치 초기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이용을 했지만, 이제는 음식을 기다리는 사람들만 남아있어요.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 냉바냉(냉장고 바이 냉장고), 지바지(지역 바이 지역)겠지만, 1번 문제의 연장선으로 더 많은 이용을 위한 홍보가 필수적


3 - 야무지게 닦아야지

식품에 대한 관리는 비교적 체계적으로 이뤄지던 반면, 냉장고 내부는 꽤 오랫동안 관리가 되지 않은 듯 오염이 있고 더러웠어요. 공유냉장고는 별도의 지원금이나 확립된 제도 없이 지자체 행복복지센터(주민센터)나 복지 단체에서 운영하는 것이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냉장고를 관리할 인력이나 예산이 부족한 경우가 더러 있다고 해요. 더불어, 약물을 탄 위험한 식품을 넣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고 합니다. 100% 양심에 맡기기에는 워낙 흉흉한 세상이니,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는 것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 공유냉장고의 공식적인 제도화와 안전을 위한 대책 마련 시급



공유냉장고 REPLAY 

지금까지 공유냉장고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았는데요, 이제 공유냉장고가 조금 친숙해지셨나요?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공유냉장고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을 것 같아요. 아직 제도적인 부족함이나 관리 차원의 문제가 있지만 점차 개선되리라 믿습니다. 제가 직접 이용자가 되어 음식을 나누고 나니, 작은 일이지만 사회의 일원으로서 매우 뿌듯하고 행복했어요.


여러분 주변에서 가장 가까운 공유냉장고는 어디에 있나요? 이 글을 읽고 공유냉장고를 이용해 볼 의향이 생기셨나요? 만약 그렇다면, 그 따뜻하고 소중한 마음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뭐니 뭐니 해도 우린 모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니까요, 이웃을 위해, 이웃에 의해 더욱 아름다운 사회가 되기를 에디터 요닝이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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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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