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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카이브 Feb 28. 2023

슈퍼앱의 비밀

그럼에도 당신이 다시 카카오였던 이유

소리도 없이 찾아온 재난

2022년 10월 15일, 평화로운 주말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재난이 찾아왔어요. 

그것은 다름 아닌 ‘디지털 재난’

갑작스러운 카카오 먹통 사태로 카카오톡은 물론 카카오페이, 카카오 모빌리티 등 카카오의 모든 서비스가 멈춰버린 것이었는데요. 모든 서비스가 복구되기까지 무려 127시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며 전 국민이 고통을 호소하며 일부 사람들은 카카오 측에 금전적인 보상을 요구하기도 했어요. 서비스 먹통은 일상적인 대화부터 업무 연락, 금융 거래, 택시, 주문 접수 불가 등 다양한 형태의 피해로 이어졌는데요.



사실, 처음이 아니야

2012년 4월, 당시에도 데이터 센터 화재로 4시간가량 카카오톡이 마비되는 사례가 있었어요. 복구하는 데 약 4시간이 소요되었던 그때와 다르게 지금은 복구 소요시간이 훨씬 오래 걸리기도 했고, 카카오가 불과 10년 사이 사업을 크게 확장하게 되면서 서비스 피해 규모 또한 막대했어요. 단순 SNS 서비스에 불과했던 10년 전과 달리,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된 ‘슈퍼 앱’이 된 만큼 금전적인 부분에서의 피해가 증가하게 된 것이죠.

잠깐, 그럼 앞서 말한 ‘슈퍼 앱’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그러는 걸까요?



슈며든다.. 슈퍼 앱이 뭐길래

슈퍼 앱은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하나의 애플리케이션만 있으면 별도로 다른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쇼핑, 송금, 투자, 예매 등의 여러 가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요. 지금 당장 카카오의 서비스가 뭐가 있는지 떠올려 볼게요. ‘메신저, 쇼핑, 송금, 음악, 택시, 게임, 선물하기…’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다섯 손가락이 부족할 정도로 이렇게 많네요. 이미 카카오는 ‘슈퍼 앱’으로서 서서히 우리의 일상 속에 깊게 스며들게 된 것이죠. 카카오 서비스만 가지고 하루 이틀을 살아가는 데 큰 무리가 없을 정도로 말이에요. 이렇듯 소비자 입장에서는 슈퍼 앱을 통해 여러 가지 앱을 각각 설치할 필요 없이 하나의 앱으로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편하다고 볼 수 있어요.


카카오 말고도 이미 슈퍼 앱으로 자리 잡은 플랫폼 기업이 많은데요, 그 예시로 네이버와 당근마켓, 야놀자, 리멤버, 우아한 형제들 등을 예로 들 수 있어요. 이러한 슈퍼 앱은 소비자 입장에서만 편하고 좋은 것이 아니라 일부 기업이 되고 싶어 하는 궁극적인 모습인데요. 그것의 가장 큰 이유는 앱 하나만 잘 구축해 둔다면 소비자의 체류시간을 늘려 소비자의 앱 이탈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에요.


그것을 바로 ‘네트워크 효과’라고 해요. '네트워크 효과'란 어느 특정 상품에 대한 수요가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효과를 말하며 사람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다른 사람의 수요에 영향을 준다는 뜻에서 붙여진 경제현상이에요. 가장 큰 사례로 페이스북을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페이스북은 친한 친구와 교류하는 SNS로, 친구 추천 시스템으로 오래전 연락이 끊긴 중고등학교 동창과 다시 연결이 될 수 있었어요. 지금은 흔한 기능이지만, 처음 페이스북이 등장했을 당시 큰 혁명이었죠. 이렇게 페이스북에는 점점 사람들이 몰리면서 커다란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었는데요, 이는 수많은 고객을 끌어들여 고객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것과 실질적인 매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디지털 기반의 하이테크 기업에게 아주 매력적인 결과랍니다.



경쟁사는 틈새를 찢어

앞선 사례처럼 강력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카카오가 꽤 오랫동안 먹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자, 갈 곳을 잃은 소비자에게 은밀하게 접근한 기업들이 있었어요. 

대표적인 예시로 네이버의 ‘라인’이 있죠. 라인은 네이버 메인 페이지에 “긴급한 연락이 필요할 때 글로벌 메신저 라인 사용하세요”라는 문구로 광고를 내세우기도 했죠. 이에 “카카오톡을 대체할 만한 대안을 노골적으로 제시한 것이 아니냐”라는 설에 대해 라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긴 했지만요. 실제로 카카오 먹통 시기, 앱 인기 차트 1위가 네이버 라인이 차지할 정도로 틈새시장을 굉장히 잘 이용한 케이스예요. 이 밖에도 택시 대체 앱 ‘우티’와 ‘티맵’, ‘타다’, 지도 대체 앱 네이버 ‘지도’ 등 수많은 대체 앱들이 카카오 사태로 각광을 받는듯싶었어요. 그러나 카카오의 서비스가 재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체 앱을 이용하던 소비자 다수가 다시 카카오톡에 찾아가는 현상을 보였다고 해요.


결국 돌고 돌아 살짝 못 미더워도 익숙한 카카오톡으로 돌아오게 되었다는 거죠.



락인(Lock-in)도 락이다

앞서 말한 카카오 복귀 현상은 락인 효과랑 큰 연관이 있는데요, 슈퍼 앱은 네트워크 효과에 이어 락인 효과도 만들 수 있어요. 락인 효과는 잠금 또는 고착 효과라고도 불리며, 카카오 사례처럼 특정 기업의 서비스나 재화를 한 번 이용한 고객이 쉽게 다른 것으로 바꾸지 않는 현상을 말해요.

조금 더 쉬운 예시로 아이폰과 갤럭시를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갤럭시 유저는 아이폰으로, 아이폰 유저는 갤럭시로 잘 바꾸어 구매하지 않는 이유에도 이 ‘락인 효과’가 작용한다고 볼 수 있어요. 이것의 큰 원인은 전환 비용 발생 때문이에요. 아이폰을 사용하던 사람은 갤럭시 핸드폰으로 바꾸게 된다면 케이스나 충전기 등을 몽땅 바꿔줘야 한다는 것에 금전적 부담을 느낄 수 있는데, 이때 ‘전환 비용이 크다’고 할 수 있어요. 근데 이 전환 비용은 꼭 금전적인 비용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능을 익히는데 들이는 시간과 노력까지 포괄한답니다. 특히 저는 갤럭시에서 아이폰으로 넘어왔을 때 인터페이스에 적응하는 것과 기능을 익히는 것이 쉽지 않아 처음 며칠간은 참 애를 썼어요.

그러나 애플에 너무나도 익숙해진 현재 저는 아이폰으로 시작해서 에어팟, 맥북, 아이패드, 그리고 애플워치까지.. 진정한 애플 덕후가 되어버렸어요. 애플 생태계에 완전히 갇혀버렸죠!



은근슬점(占)

플랫폼에서의 락인 효과는 곧 기업의 ‘독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지해야 해요.

슈퍼 앱의 우산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 그림자가 넓어지면서 이전에 없던 새로운 뛰어난 플랫폼을 발굴, 개발하기 어려워지고 더 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 우려되는 부분이에요.

실제로 벤처 투자(VC) 업계에서는 새로운 플랫폼이 탄생할 가능성이 예전보다 줄었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해요. VC 업계 관계자는 "쓸 만한 스타트업 대부분에 각 분야를 점유한 플랫폼 기업이나 빅 테크 기업의 자본이 들어가 있는 사례가 많다"라며 "슈퍼 앱의 그림자가 넓어지고 있어 창업을 통해 제2의 네이버, 카카오로 키우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플랫폼 기업이 한 가지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 전문성 없이 문어발 확장을 한다면, 그 피해는 온전히 소비자들이 떠안아야 하는 부분도 슈퍼 앱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기 전 꼭 고려해야 할 부분입니다. 사실 카카오톡을 ‘메신저’ 자체로만 이용하고 싶고, 당근마켓을 물건을 사고파는 용도로만 이용하고 싶은 소비자가 있을 수도 있는데, 한 가지 플랫폼에서 자꾸 욕심을 내서 이것저것 담다 보면 메인 서비스가 아닌 불필요한 기능들로 누군가에게는 피로감을 줄 수도 있으니까요.

플랫폼의 사업 영역을 급하게 늘리고 갖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것보다 이왕이면 전문성 있게, 천천히 하더라도 더 확실하고 튼튼하게 도입하는 것이 훨씬 좋을 것 같다는, 저의 생각입니다.



독점 밑이 어둡다

독점이 마냥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과한 독점은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 갑과 을의 관계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존재해요.

한 사례를 살펴볼까요? 구글은 무료로 용량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었던 ‘구글 포토’를 2021년 6월부터 유료화를 시작했어요. 이에 2년간 50여 개 대학들에 무료로 제공하던 무제한 저장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겠다고 통보하면서 많은 대학들은 꼼짝없이 날벼락을 맞게 되었죠.

이렇게 유용하게 쓰던 무료 앱이 갑자기 유료로 전환된다는 통보를 해온다면, 소비자인 제 입장에서는 정말 당황스러울 것 같아요. 이미 익숙하게 잘 쓰고 있는데, 갑자기 다른 갈 곳도 없는데 방을 빼라니..! 사실 무료 서비스 제공 후 사람이 모이면 서서히 유료화하는 전략이 기업들 사이에 만연한 수익 모델이긴 하지만 독점 구조를 통해 소비자들을 이용하는 측면에서는 정당하다고 하기가 어려워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슈퍼 앱’ 이름에 걸맞은 ‘슈퍼(Super)’ 앱이 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책임과 노력이 뒤따라야 하지 않을까요?


소비자인 우리도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슈퍼 앱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자연스럽게 앱 의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어요. 저도 어디 회원가입을 해야 하거나 정보를 입력할 때, 귀찮아서 ‘카카오톡 계정과 연결하기’ 버튼을 눌러버리고는 하거든요. 그러나 그 순간의 간편함으로 지난 카카오 사태 때 모든 것이 멈춰버리게 되었어요. 하나의 멀티탭에 꽂아둔 수많은 코드들이 전원 OFF 버튼 한 번 눌렀다고 일제히 작동을 멈춰버린 것처럼요. 


익숙하고 편한 한 가지에 무작정 의존하는 것보다 ‘슈퍼 앱’의 독점 가능성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의식적으로 진정 나에게 필요한 것을 ‘골라서’ 쓰는 연습을 우리 ‘모두’ 일상 속에서 실천해 보면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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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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