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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카이브 Feb 14. 2023

버리는 사람도 나, 치우는 사람도 나?

환경보호 캠페인의 이면

본격적인 글에 들어가기 전, 쓰레기와 관련된 한 가지의 질문을 하고자 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지금까지 살면서 얼마만큼의 쓰레기를 버렸는가? 카페에 갈 때마다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 한강에 놀러 갈 때마다 사용하는 일회용 접시와 젓가락, 택배가 올 때마다 집 안 한켠에 쌓이는 종이 상자. 나는 이 질문을 받은 후 몇 초에 불과한 시간 동안 일상 속에서 내가 만들어낸 쓰레기들이 이리저리 뒹굴며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쓰레기로 기억될 지구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70년이라는 시간을 살면서 배출하는 생활 쓰레기는 무려 55톤에 이른다고 한다. 코끼리 한 마리가 대략 5톤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인간은 70년 동안 코끼리 11마리만큼의 쓰레기를 만드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경제 규모가 확대되고 산업 구조가 고도화됨에 따라 폐기물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하는데,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낼 쓰레기가 55톤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현재 국내에 쌓인 불법 폐기물, 소위 '쓰레기 산'이라 불리는 쓰레기 더미는 전국에 2백 곳이 넘는다. 이것도 정부의 현장 조사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확인된 숫자이며, 아직 발견되지 않은 쓰레기 산이 얼마나 더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막상 하려니 쉽지 않은 ‘실천’

우리나라 쓰레기 문제가 이토록 심각해진 건 과연 언제부터일까? 대한민국 국민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출처 : 한국피앤지X자원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95% 이상이 환경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에 반해, 실제 친환경적인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적인 제품이 극히 드물고, 이마저도 너무 비싸 자주 구매가 어려워요. 지속가능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과 접근성이 너무 낮아서 이에 대한 제약을 느끼기도 해요.” - 응답자 1


“재활용 분리를 제대로 하고 싶지만, 페트병 라벨지, 뚜껑 등은 제거가 쉽지 않고, 기업의 과대포장으로 실제 사용할 물건보다 버리는 쓰레기가 더 많아요. 이에 따라 소비자 차원의 분리배출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생활을 실현하기 어려워요.” - 응답자 2


이처럼 실천도가 떨어지는 부분에 대해 도움을 제공할 실질적인 가이드가 부족하다는 입장들이 다수였다.



기업 : 내가 도와줄게 / 소비자 : 나도 직접 해볼게

이에 따라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환경과 관련된 실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캠페인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데, 이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 경영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 속 하나의 전략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들은 단순히 쓰레기를 줍고 환경을 보호하는 행위를 넘어 친구와 가족이 함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즐거운 액티비티로서의 활동을 지향하며 많은 소비자의 참여를 이끌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산책 혹은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이며, 볼보자동차의 경우 스웨덴에서 시작한 친환경 트렌드인 플로깅 문화의 국내 확산을 위해 지난 2019년부터 ‘헤이, 플로깅’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으며 환경 재단에서는 지난해 해변에서 주워온 쓰레기를 다양한 해양 생물 모양 과자로 교환해 주는 비치클린 캠페인 ‘씨낵(SEANACK)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좌) 볼보자동차 / (우) 환경재단


그리고 기업이 제공한 환경보호 캠페인에 ‘참여’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환경보호의 실천에 앞장서 많은 사람의 시도를 유도하고 SNS에 공유하는 소비자들의 행보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환경보호 일기를 작성하고, 일상 속 소소한 실천을 공유하고, 각종 챌린지를 직접 만들어 시도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이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렇게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이 글의 서두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아직까지 환경 문제는 완화되거나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나 많은 기업과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환경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이 아이러니한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일어나는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나는 이를 나 자신으로부터, 그리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발견할 수 있었다. 플로깅에 참여한다고 이야기하지만, 담배꽁초는 길바닥에 쉽게 버리는 사람들. 텀블러를 통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인다고 하지만, 여러 개의 텀블러를 돌아가면서 쓰고 싶다며 또 다른 낭비를 낳고 있는 사람들. 결국 버린 사람이 돌고 돌아 다시 치우는 사람이 되고 치우는 사람이 돌고 돌아 다시 버리는 사람이 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어쩌면 나도 환경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쓰레기를 치우고 있지만, 동시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되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되기도 한다. 당신은 어떤가? 어쩌면 버리는 사람도 ‘나’, 줍는 사람도 ‘나’인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해 있지는 않은가?


앞으로의 시간 속에서 지구가 쓰레기로 뒤덮인 행성이 되지 않도록 환경 보호의 이면에 가려진 문제들을 인지하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일상 속에서, 그리고 범위를 넓혀 사회 속에서 우리 자신이 어떠한 노력을 할 수 있을지 우리 스스로 생각해 보고 실천해 보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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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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