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할 수밖에 없는 박정민, 그의 새로운 행보 ‘무제’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이 누구야?”라고 나에게 묻는다면 고등학생 때부터 단 1초도 망설임 없이 박정민을 대답해 왔다. 영화 <동주>를 보고 그의 연기 실력에 충격을 받았고, 이것이 박정민을 좋아하게 된 시작이다. 그 이후로 박정민이라는 사람에 대해 서치하고 팔로우 업 해오면서 박정민이 연기만 잘하는 배우가 아니라, 소탈한 성격을 가진 똑똑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더 더 빠져들었다. 박정민이 어떤 작품을 선택하고 어떤 방식으로 인물을 연기하는지, 그가 쌓아나가는 필모그래피를 지켜보는 것은 나에게 큰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 알면 알수록 참 독특한 길을 걸어간다. 자기 집으로 책방을 만들고, 에세이를 출간하기도 하며, 침투부에 나와 배도라지 크루의 ‘우원박’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바쁜 와중에도 꼬박꼬박 배도라지 크루 엠티, 배도라지 롤 내전, 뿌끼먼 카드대회에 참석하는 모습을 보고 한 번 푹 빠지면 시간과 마음을 아낌없이 내는 사람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렇듯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하고 싶은 건 다 해 보고 사는 박정민의 인생은 자꾸만 눈길이 갔다.
그러더니 올해는 아예 1년간 연기를 쉬겠다고 선언했다. 25년도는 작품 촬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그러고 나서 뭘 하나 봤더니 출판사 <무제>를 차렸다. 말 그대로 ‘이름 없는, 소외된 것들’에 주목하고자 하는 소신이 담겨있다. 첫 번째로 출간한 책인 <살리는 일>과 두 번째로 출간한 책 <자매일기>에 이어 이번에 탄생한 책, <첫 여름, 완주>이다. 이번 신간은 시각장애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오디오북의 형태로 만들어졌다. 박정민이 오디오북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것은 바로 아버지 때문이었다. 시력을 잃으신 아버지가 자신이 만든 책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슬펐고, 그래서 이번 책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오디오북을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선한 의도, 똑똑한 기획, 출판계의 새로운 시도. 박정민의 행보 앞에 수식할 수 있는 말들이다. 그러나 내가 박정민을 좋아하는 이유는 보이는 모습 뒤에 항상 ‘수많은 고민들’ 존재하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라는 성과가 배우라는 타이틀 덕에 이룰 수 있던 건 아니었을지 조심스러워하며, 출판계에서 바라볼 시선들을 의식한다. 또 기획의 출발점이 ‘못된 동정’은 아니었는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되물었던 시간들이 그에게 있다. 본인을 냉정하게 바라보려고 노력하며 멈추지 않고 고민하는 태도. 그리고 확신보단 늘 의심에 가까운 마음. 나는 박정민이 긴 시간 동안 홀로 품어온 여리고 섬세한 생각들이 더 존경스럽다.
출판일이 본업도 아닌데 대체 왜 이렇게까지 열심일까. 하고 싶은 일에 그때그때 몰두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동진 평론가는 ‘10년 뒤의 박정민이 어떤 모습일지 예측할 수 없다’고 최근 말한 바 있다. 그가 일반적인 배우들이 갖는 연기에 대한 사랑을 공표하지 않기 때문이다. 박정민 역시 배우라는 직업이 자신의 삶을 재미없게 만든다면, 언제든 연기를 그만할 각오가 되어있다고 말한다. 커리어와 직업에서 한 발짝 물러나 ‘인간 박정민’으로서 인생을 재밌게 살고자 하는 태도가 느껴진다. 그런 가치관을 듣고 나면, 박정민이 보여주는 다채로운 행보가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지금과 같은 도전들을 마치고 다시 연기로 돌아왔을 때, 박정민은 또 얼마나 깊고 단단한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인간 박정민과 배우 박정민이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모습이 참 건강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박정민을 보며, 나 역시 일과 삶 속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쫓으며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나의 오랜 원픽이자, 닮고 싶은 어른이자, 늘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배우 박정민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그가 만들어가는 출판사 <무제>에도 진심으로 응원을 보내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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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