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겨울왕국이랑 비슷한데?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이 심상치 않다. 한국에서도 엄청난 붐을 일으켰지만, 외국에서는 현재까지도 빌보드 차트에 오르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보며 떠오른 다른 애니메이션이 있다. 바로 약 10년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디즈니의 <겨울왕국>이다. 신화 같은 존재인 트롤이 나오고, 북유럽의 생활 문화가 자연스럽게 녹아져 있는 등, 겨울왕국은 북유럽 신화와 문화를 깊이 있게 반영하면서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다뤘다. 특히 제작진들이 직접 북유럽에 가서 현장 조사를 했다는 비하인드 영상을 어릴 때 보고 충격받았다. 이렇게까지 한다고..? 근데 다른 나라의 문화가 세계관이 되는 거라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 같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또한 한국의 문화적 서사를 전면에 내세우며 그 결을 함께한다. 이는 단순한 ‘소재 차용’이 아니라,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고 진정성 있게 풀어낸 것이라 생각한다.
케이팝 공부 좀 (많이) 하셨나 봐요
무엇보다 케데헌은 K-팝이라는 한국의 문화 자산을 훌륭하게 녹여냈다. 단순히 배경음악으로 K-팝을 쓰는 수준이 아니라, 캐릭터들이 아이돌이자 퇴마사라는 설정 자체가 이 산업의 구조와 의미를 잘 이해하고 그 위에 창의성을 더한 결과인 것 같다. 한국의 연예계, 특히 아이돌 산업은 단순한 음악 생산을 넘어서 훈련, 팬과의 관계, 공동체 의식 등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복합적 구조다. 케데헌은 이 점을 스토리텔링 속에 녹여내며, 그 안에서 아이돌이라는 존재가 왜 ‘구원자’로 그려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마치 내가 힘든 고3 시절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듣고 치유를 받았던 것처럼(아미였다..), 팬들을 지켜주는 퇴마사로서 대치시킨 게 정말 재미있는 포인트다.
무속 문화를 이렇게?
작품의 오프닝에서 초기 데몬 헌터스의 모습이 무당처럼 비친다. 퇴마라는 모티프를 흔히 서양에서는 엑소시즘이나 성경 기반으로 구성하지만, 케데헌은 이를 한국만의 ‘무당’과 ‘굿’으로 풀어낸 것이다. 이에 대한 감독의 인터뷰도 인상 깊었다.
강 감독은 원조 데몬 헌터가 무당이라는 점에 대해 “굿이라는 건 음악과 춤으로 요괴들을 물리치는 것이다 보니, 이 영화의 콘셉트와 딱 맞을 것 같았다. 그리고 한국 무당은 거의 다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 슈퍼히어로와) 좀 더 연결이 잘 되는 부분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굿이 최초의 콘서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했다.
해당 인터뷰를 보며 [무당 - 퇴마 - 아이돌] 셋의 자연스러운 연결고리를 찾아 이를 풀어낸 감독의 creativity를 너무나도 훔치고 싶었다..
디자인까지 국뽕 차잖아요,,
캐릭터 디자인에서도 이러한 한국적 정서는 선명하게 드러난다. 한복을 모티프로 한 전투복, 부채와 노리개처럼 익숙한 소품의 재해석, 심지어 머리 모양까지 세심하게 만들어진 디테일은 단순한 ‘비주얼’이 아니라 정서적 공감대를 만든다. 이 캐릭터들이 입은 옷은 단순히 ‘전통 의상’이 아니라, 문화적 뿌리를 상징하는 정체성이 된다.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어
결국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성공은 단지 ‘한국적인 것이 먹혔다’라는 이야기로는 부족하다. 그들은 한국의 문화를 표면적으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의 맥락과 정서를 깊이 이해하고 존중했다. 그리고 그러한 타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의 위에 창의성이 더해졌기에 사랑받지 않을 수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이 메시지는 콘텐츠뿐 아니라 광고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진정한 울림을 주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문화에 대한 존중과 맥락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단순한 언어 번역이나 피상적인 현지화는 오히려 거리감을 만든다. 진정성 있는 연결은 결국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되며, 그것이 바로 콘텐츠든 광고든 성공의 첫걸음이 되는 것 같다. 여기에 자신만의 창의성을 더할 수 있다면, 그 작은 차이가 큰 울림을 만들어낸다고 믿는다. 나 역시 그런 기획자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