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부자가 되고 싶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지금은 욜로지만요.

by 다양

안주해 있던 나를 누군가가 흔들어 깨웠다. 한 페이지 가득히 적혀 있는 활자를 읽어나가는데 활자가 살아 움직이며 내 뺨을 때리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얼얼한 내용이었다.


요약하자면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여행 다니며 살면서 미래가 바뀌길 바라는 건 네 오만이고 만용이라는 따끔한 훈계였는데, 어찌나 요즘 나의 상황에 대해 적나라하게 적어 두었던지 나는 읽다가 약간 질린 기색으로 몸을 뒤로 빼고 입술을 짓씹었다.


분하지만 맞다. 부자가 되고 싶어 고시원에 나갔던 지도 어느덧 2년이 흘렀다. 그때 경험한 자본주의와 부자가 되고자 했던 결심, 돈을 착실하게 모으고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 경제지를 구독하고 공부했던 노력들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나는 다시 밥과 카페에 하루 3만 원씩 지출하고(이 돈이면 월간 매경을 구독할 수 있다) 해외여행을 일 년에 세 번씩 다니는 욜로의 삶으로 변모해 있었다.


돈이란 것은, 한번 쓰면 그 재미를 알아서 절대 그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하는데 정말 맞는 것 같다. 갓 사회 초년병이었던 20살의 저자는 2년 반동인 사회에 찌들었고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먹고 노는 걸로 풀며 나쁜 소비습관을 삶이라는 도자기에 새긴 것이다.


도예를 해본 적이 있는가? 밀레니얼을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초등학교 시절 물레를 돌리며 항아리를 빚고, 조각칼로 그 위에 삐뚤빼뚤 물고기와 꽃 등을 그리고 유약을 발라 가마에서 구워진 질그릇을 받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인생은 참 질그릇과 비슷하다. 어릴 때는 굽기 전의 진흙과 같아서 장인(어른)의 손으로 뽑아내어 그릇의 형태를 가꾸게 도와줘야 하고. 물레에서 분리해 낸 다음에도 아직 유연하여 칼로 긋는 대로 시시각각 그 형태를 바꾼다.


그러나 굽고 난 뒤엔 딱딱해지고 이미 자신만의 형태가 너무나도 뚜렷하고 확실해져서 섣불리 바꾸려 하면 깨져버린다. 가마에서 구워지는 동안 그 성질이 단단해져서 더 이상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나는 그 사이의 어느 단계쯤에 있느냐고 하면 애매하게 구워져서 나온 반 건조 질그릇 정도로 볼 수 있겠다. 조금 괘씸한 말이지만 젊음이 좋다는 건 그런 뜻이다.


그러나 이 질그릇은 한편으론 마음의 나이를 뜻하기도 한다. 스스로 나는 이제 안 돼, 변할 수 없어라고 얘기하면 단단한 질그릇의 상태로 있는 것이고, 만약 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질그릇이라면 다시금 가마로 들어간다.


가마는 뜨겁고 고통스럽다. 변화를 위한 첫 발자국은 환희와 희망이 가득하지만 거기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이전과 다른 선택이 고통스럽고 때로는 회의감마저 든다. 내가 왜 이 고통을 자초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이 가마에 계속 있다간 깨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도 든다. 내가 원하는 이상향은 너무나도 멀게만 느껴지고 대체 언제까지 여기에 있어야 하는지, 잠깐 맡았던 바깥공기의 시원함이 사무치게 그립다.


잔혹하게도 이 가마를 나왔을 때 내가 어떤 모양의 질그릇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 알려주는 이조차 없다. 그런데 대체 왜 이 가마를 자초하는가?


결론은 지금의 내가 맘에 안 들기 때문이다. 만족스럽지 않다, 부족함을 절감한다 등 포장지를 고르면 좀 더 고급스럽게, 그럴싸하게 말할 수 있겠으나 단순 명료하게 표현하자면 나의 이런 모습이 꼴 보기 싫다.


한번 사는 인생인데 겨우 이 좁은 세상에 갇혀서 이 좁은 사무실이 전부라고 생각하며 눈을 감고 싶지 않다. 보다 많은 면적의 세상에 내 발을 붙이고, 내 뺨을 맞대고 살고 싶다.


허락된 자유의지 안에서 누릴 수 있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다 누리고 가고 싶다. 그러려면 결국엔 돈이 있어야 한다. 부자가 되고 싶다!


변화를 꽤나 싫어하고, 리스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베팅이 필요할 때는 크게 한다. 지난 1년간 글을 거의 쓰지 않아 정제되지 않은 이 따위의 글을 내 작가 서랍에 등록하는 것부터가 그 변화의 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오늘부터 퇴근길에 길든, 짧든, 글을 한 편씩 써서 브런치 작가 서랍에 올려보고자 한다. 작심삼일로 사라진다면 다음에 다시 도전하면 된다.


왜냐하면 나는 기꺼이 가마 안으로 다시 들어갈 마음의 준비가 된 질그릇이니까…!!


나에게 깨달음을 준 작가에게 다시금 무한한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 인생 선배의 매운맛의 조언이 듣고 싶다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세이노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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