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중요성

알고 있지만 한번 더,

by 다양

아무것도 하기 싫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이 있다. 퇴근길에 그냥 기대어 서서 덜컹이는 지하철의 맥동에 몸을 맡기고 하루를 곱씹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하루 말이다.


그런 날에 집에 갔을 때 따뜻하고 맛있는 밥을 해줄 수 있는 엄마가 집에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따끈한 쌀밥에 총각김치를 올려 먹으면 그것만으로 밥 한 공기 뚝딱이다.


고시원에 살 때에는 저녁을 아예 안 먹었다. 첫 고시원은 라면 무료제공이 아니었기에 직접 요리를 해 먹어야 했는데 귀찮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내가 나를 챙기는 것이 쉽지 않았다. 개인 냉장고에 넣어 둔 계란과 치즈, 햇반 참치캔 등은 매일 밤 웅웅 거리는 냉장고 소리로 나를 괴롭혔다. 미루고 미루다 방을 빼기 일주일 전에 라면 한 봉을 사 왔다. 하루는 참치라면, 하루는 계란 푼 라면, 또 어떤 날은 라면 국물에 밥 말아먹는 식으로 냉장고 파먹기를 실천했다.


7-8월의 에어컨이 안 나오는 공용주방은 서 있는 것만으로도 덥다. 심지어 바닥이나 개수대 근처에는 정체불명의 끈적끈적한 감촉이 맴돈다. 두 사람 남짓 들어가면 꽉 찰 정도로 좁은데 그 공간 안에 건조기 6대까지 배치해서 열기가 2배로 느껴진다.


좁은 공용주방에서 라면 끓일 때 더운 김이 천장과 유리창문에 서린다. 그런 공간에서 잠깐 5-10분 물 끓이는 것도 이렇게나 덥고 힘든데, 국 하는 건 얼마나 더 힘들까. 야채와 부자재를 썰고 볶고 끓이는 주부의 위대함을 체감한 순간이었다.


이렇듯 자취를 하면 주어진 것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하루의 끝에 맛있는 식사를 챙겨주시는 부모님 계심에 감사, 따듯하고 넓은 집 주심에 감사, 벌레 보지 않음에 감사, 신발을 따로 신발장에 넣지 않아도 됨에 감사, 조명이 여러 개라 내 마음대로 색온도를 조정할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주일 설교를 듣다가 요즘 사람들은 감사하지 않아서 괴물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엔 선뜻 동의하긴 어려웠지만 생각해 보니 나도 고시원에 가기 전에는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이 감사한 줄 모르고 살았었다. 오히려 주변 친구들과 비교하며 쟤네 집엔 공기청정기 있대, 로봇청소기 있대 우리도 사줘~ 하고 ‘없는 것’들에 초점을 맞추며 투정을 부렸다.


사실 조금만 시선을 비껴서 지구 반대편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보면 우리가 입고 먹고 누리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감사한지 알 수 있다.


차고 넘치게 풍족해서 감사함을 모르게 되어버린 현대사회가 참 씁쓸하다. 너무나도 많은 청년들이 그런 비교의식에 휩쓸려 불행을 선택한다.


나는 왜 통장에 돈이 없지? 투자하는 족족 마이너스야, 나는 왜 오마카세를 먹지 못하지? 쟤보다 내가 더 나은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런 집에 살고 있지?


계속 비교하는 건 결국 불행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당신보다 더 돈이 많은 사람, 투자 수익률이 높은 사람은 천지삐까리이고, 오마카세 가게는 계속 생기고, 부동산도 끊임없이 좋아진다.


비교하지 말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라. 그런 자기 계발서 같은 이야기는 나도, 당신도 머릿속으론 이미 알고 있다. 처음 들었을 때는 아하!!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나의 부족함을 꼬집고 자책하고 괴롭혔구나 하고 깨닫는다. 그러나 한 번, 두 번 넘게 듣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져서 아 이미 아는 내용인데 어쩌라고요~ 하는 심정이 되고 만다.


필자도 이 글을 쓰고 잠깐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에 꽉 찬 허리춤과 정직하게 접히는 뱃살에 한숨을 푹 내쉬며 은연중에 낭창하고 늘씬한 같은 팀 대리와 자신을 비교하고 말았다.


우리의 무의식은 계속해서 비교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상처 입힌다. 그렇기에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한번 더 되짚어주고 기억해 줄 필요가 있다.


필자는 계속 말하지만 부자가 되고 싶다. 그리고 미래의 어느 시점에 반드시 부자가 될 것이다. 부자가 되고 싶지만 내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한다고 하면 그것은 모순인가?


요새 아침마다 부를 부르는 확언, 명상 같은 것들을 듣곤 하는데 그곳에도 이미 주어진 모든 것들에 감사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미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그것들을 나누고 베풀고자 실천할 때 비로소 부자가 될 그릇이 되는 게 아닐까.


나는 아직 부자가 아니어서 모르겠다. 그렇지만 악착같이 살아가면서도 항상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며 마음만은 먼저 부자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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