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다 보면 나아진다
필자는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살 때부터 바로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재테크에 눈을 떠서 고시원도 다녀오고, 욜로에 눈을 떠서 이곳저곳 여행을 하며 살다 보니 어느덧 직장인 3년 차가 되었다.
세월은 참 빠르다. 갓 취업해서 아무것도 모른 채 인사만 하고 다니고 선배들에게 가르침을 받았던 게 어제 같은데 벌써 3년 차라니.
직장 생활을 잘했냐고 묻는다면 결코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지만 그래도 스스로에게 참 잘 버텼다고 말해주고 싶다.
웃으면서 견디는 법을 가장 먼저 배웠던 것 같다. 그렇게 되기까지 매일 눈이 팅팅 불도록 울었다. 실수하고 폐 끼치는 자신이 싫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모습이 참 하찮아서였다.
몇 번은 회사에서도 울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야 프로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억울함과 수치심에 비죽비죽 새어 나오는 울음을 감추기엔 무력했다.
밥 대신 눈칫밥을 먹고 말랑말랑했던 마음이 이리저리 비틀리고 몇 번 찢어져도 보았다. 찢긴 자리엔 금세 새살이 돋워지지 않았고 그로 인해 약 1년 정도는 계속 끙끙댔던 것 같다.
내가 피해자인 것 마냥 서술해 뒀지만 아마 그런 나 때문에 선배들은 몇 배는 더 힘드셨을 것이다. 밑으로 후배들이 들어오는 지금, 신입 시절의 필자를 감당하셨던 선배님들이 참 존경스럽다.
똥을 열심히 빚는 필자가 답답하지만 그래도 사랑과 애정으로 챙겨주셨던 선배님들 덕분에 3년 동안 점점 더 단단해졌고, 모든 순간과 경험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회사생활을 배울 수 있었다.
누구는 직장을 그만두기 전에 1년 정도는 다녀봐야 한다고 말한다. 필자는 3년 정도 다녀 보라고 권해 보고 싶다. 물론 사람 문제면 말을 아끼겠다. 인간관계 문제는 내 마음대로만 풀리지 않는 법이다.
그러나 일이 안 맞는 것 같아서, 적성이 아닌 것 같아서 그만둘까 고민 중이라면 3년은 다녀보는 것을 추천한다. 필자의 성격이 일과 지지리도 안 맞았고, 이런 문제는 결코 고칠 수 없다고 은연중에 생각했다.
그러나 처음엔 오기로, 나중엔 습관으로, 결국엔 일을 ‘잘’ 하지는 못해도 ‘보통’ 정도는 하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그렇게 되는 데 2년이 걸렸다.
아마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라면 이 대목에서 헉, 싶었을 것이다. 명확히 기간으로 꼬집어서 말하긴 어렵지만 신입이 들어오고 1년이면 모든 업무에 능숙해지고, 안 물어보고 혼자서 하길 바라는 게 직장인들의 속내인 것 같다.
그런데 필자는 그 기간이 조금… 아니 오래 걸렸다. 스스로에게 많이 실망하고, 절망하고, 자책도 해보고 고치려 노력도 해봤다.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스스로를 참 많이 괴롭혔다. 그럼에도 결국 버텼고, 혼나고 깨진 다음날에도 얼굴에 철판을 깔고 출근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 기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주변의 선배님, 동료분들이 기다려 주고 집에 가면 가족들이 따듯하게 응원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다. 좋은 직장, 좋은 동료들과 선배님들, 그리고 더는 안될 것 같다고 투정을 부려도 1년만 더 다녀보라고 꿋꿋하게 얘기해 줬던 엄마에게 지금은 참 감사하다.
물론 그 기간 동안에는 참 야속했다. 내 친엄마가 맞나 싶었고 필자가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어떻게 저렇게 남 일처럼 쉽게 말할 수 있지 싶었다.
그리고 선배님들의 몇몇 응원이자 지적이라고도 읽는 것들은 너무 사실적이어서 당시에는 마음에 상처를 잔뜩 입었다. 그렇지만 다시 조언을 듣게 된다면 그 말 안에 담긴 감정이 아닌 사실을 볼 것 같다.
일은 그냥 일이다. 그 사람들도 잘하면 좋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답답하고 속상한 마음에 욱 하고 나오는 것이니 마음 넓은 당신이 이해하길 바란다.
버티고 버티다 보면 어라 여기가 바닥인 줄 알았는데 더 깊은 곳도 있구나, 싶다. 더 이상 망가질 것도, 실수할 것도 없을 줄 알았는데 그보다 더 크게 사고 치는 날도 있다.
이제 나는 끝장이구나 싶은 절망감도 여러 번 맞으면 내성이 생기더라. 그렇다고 시체처럼 회사를 다니라는 말은 아니다.
회사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부족을 고치기 위해 노력해라, 그리고 회사를 벗어나서는 딱 덮고 잊어버려라!
처음 일을 배울 때는 회사에만 집중하는 게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일못러로의 일상이 너무 만성화되면 삶에 다른 요소들을 추가해라. 인생이라는 그릇에서 회사의 비중을 줄이는 게 장기적으로 버틸 근성과 정신건강을 챙기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견뎌라! 그러면 언젠가는 끝난다! 그냥 이 말을 해주고 싶었다. 이미 한번 겪어 본 사람으로서, 일못러라는 지난한 고통도 견디다 보면 끝난다.
당신이 일못러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 때문에 고통스러울 것이다. 이 분위기, 평판은 바뀌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 것이고, 사회생활은 대차게 망한 것 같고, 이 직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근데 그들은 회사의 일부일 뿐이다. 다들 잊어버리고 자기 인생 살기에도 바쁘다. 그러니 마음 편히 가져라. 그리고 버텨라! 그러면 언젠가 참고 다니길 참 잘했다고 생각하게 되는 날이 오더라.
그냥, 신입 3개월 차의 눈물 흘리며 한강에서 자전거로 질주하던 나를 만나면 이렇게 얘기해주고 싶다. 일이 망했지 네가 망했냐!! 괜찮아!!
신입시절을 감당해 주셨던 선배님들에겐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 소중한 시간을 들여 선생님처럼 가르쳐주시고 부족한 저를 묵묵히 기다려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