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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여우 Sep 08. 2021

딜리버리 해피니스를 꿈꾸던 빛바랜 토니 셰어의 왕국

자포스와 다운타운 프로젝트의 흥망 성쇠

세상에 딜리버리 해피니스를 꿈꾸고 실현했던 당사자는 역설적으로 행복하지 못했던 것일까? 


자포스의 CEO 토니 셰어가 46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사고의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화재로 인한 죽음이다. 그는 죽기 전 불에 집착했다고 하는데 유타주 파크시티에서 셰이에게 자택을 판 부동산 중개인은 얼마 후 그 집에 가보니 1000여 개의 촛불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재포스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 뒤 특히 음주가 늘었고  측근들에 의하면 그는 술뿐만 아니라 엑스터시와 같은 마약류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으며 극단적으로 단식을 해 한때 몸무게가 100파운드(약 45kg)도 나가지 않게 되었던 때도 있다고 한다. 긍정과 행복의 아이콘의 창업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죽기 전 기이한 행동을 거듭했다.


  


토니 셰어라는 사람의 마력

기술, 성과 중심의 실리콘 밸리의 창업자들과는 다르게 토니는 커뮤니티와 가족주의를 지향했다는 점에서 극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그의 곁에는 항상 추종자들이 넘쳐 났고, 그의 비전을 담은 자포스는 아마존에 12억 원(약 1조 3천억 원)에 매각되며 온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자포스의 10가지 핵심 가치와 컬처북은 조직 문화에 관심 있는 창업가라면 한 번쯤은 들어보고 공부해 보았을 바이블과 같다.



자포스 창업 여정을 담은 <딜리버리 해피니스>의 시작은 아마존으로부터의 인수가 확정 발표 이후 전체 환의에 찬 자포스 직원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문득 궁금해졌다. '행복은 전파된다'라는 철학을 가지고 세계적인 성공을 이루었던 토니는 대체 왜 기이한 행동과 함께 죽음을 맞이 하게 된 것일까? 



비전을 넘어 개인 숭배로 이어진 몰락  

토니는 자포스의 성공 이후 자사 건물을 낙후된 라스베이거스의 구도심으로 옮겨 유토피아적 직장 공동체를 구현하는 ‘다운타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자포스는 왜 버려진 도시로 갔을까>는 바로 이 다운타운 프로젝트를 심층적으로 다룬 책이다. 토니는 이 지역의 투자를 통해 문화 불모지나 다름없는 이곳을 창의적인 도시로 탈바꿈하고, 자포스에도 혁신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이 책은 실제로 '다운타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한 여기자의 시선과 다른 참여인들의 인터뷰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프로젝트와 토니의 행동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토니는 라스베이거스 다운타운을 '세계 최고의 커뮤니티 중심 대도시'로 만들자는 사명 선언을 가진 후 투자 대상 목록을 작성했다. 초기 투자는 이 프로젝트가 아닌 다른 곳에서는 투자를 받을 가능성이 없지만 분명한 잠재 가능성을 지닌 기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협상 과정에서 기업들에게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았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무이자 대출이었고, 대출을 갚지 않고도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3년 정도가 지난 무렵 그의 딜리버리 해피니스는  멈춘 듯했다. 커뮤니티라는 명목 하에 만들어졌던 매일의 광적인 파티는 실제로 '프로젝트의 이익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자포스의 홀라크라시 실험은 혼란을 일으키면서 일하기 좋은 기업이라는 명성을 잃어간다. 자포스와 다운타운 프로젝트를 함께 했던 사람들도, 그 자신도 결국엔 헤어지고 상처를 받게 된다. 


상황이 악화되자 그는 다운타운 프로젝트의 사명에서 '커뮤니티'를 없애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나중에 그는 '커뮤니티'라는 것이 이익을 추구하는 그의 회사가 굳이 치를 필요 없는 책임을 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운타운 프로젝트의 직원들은 커뮤니티 기반 수익이라는 용어 또한 쓰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렇게, 토니는 모든 갈등 상황을 피했고 뒤로 숨었다.



좋은 의도로 한 일이 완전히 어긋난 버린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허망함이 밀려왔고, 그의 죽음의 순간을 상상해 보았다. 좋은 의도에서 시작된 그의 여정, 한때는 세계적의 영감을 발휘했던 그의 여정은 아주 초라하게 끝이 나고 말았다. 큰 비전을 가진 한 명의 천재가 떠났다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토이 셰어와의 만남 속에서 깨달은 점이다.  

1. 길을 아는 것과 직접 가는 것은 다르다.

2. 성공에는 거버넌스가 중요하다. 추종자들로만 가득하면 위험하여 균형 잡힌 시각은 필수다.

3. 도시 재건 사업은 로컬의 민심을 기반으로 할 때 생겨난다.

4. 갈등을 회피하지 말자. 



비록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자신이 바라는 바를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있는 그의 에너지와 사람을 끌어들이는 마력을 보면 정말 대단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토니의 생각에 사로잡힌 지금의 나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한동안 그를 더 알아보려 시간을 가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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