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시작한다는 게 힘들어질 때

무엇인가 시작할 수 있다는 토끼의 이야기

by Something

첫 번째 동화의 첫 번째 이야기: 달콤한 달이 된 토끼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밖으로 나온 토끼는 해님을 바라보는 해바라기 꽃을 보았어요.


‘해바라기는 왜 해님을 바라볼까?’


궁금해진 토끼는 해바라기 옆에 서서 해님을 바라봤어요.


“우와! 해님이 빛나는 모습이 정말 예쁘다”


토끼는 해바라기가 해님의 모습을 닮고 싶어서 바라보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토끼도 해님을 닮고 싶어 졌어요.


“해님. 저도 해님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싶어요”


토끼가 말했어요.

그러자 해님이


“그래? 마침 너에게 부탁할 일이 있어. 이따가 내가 잠을 자러 가기 전에 나를 보러 와줄래?”


토끼는 해님의 말에 너무 기뻐 깡충깡충 뛰었어요.


“네! 그럼요. 이따가 꼭 올게요!”


“해님의 부탁이 무엇일까? 엄청 재미있는 일이겠지? 난 할 수 있어!”


토끼는 해님의 부탁을 꼭 들어주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스르륵 잠이 들고 말았어요.


“앗! 지금 몇 시야? 해님을 보러 갔어야 하는데……”


어느새 밤하늘에는 노란 별님이 총총 빛나고 있었어요. 밖으로 나온 토끼는 해님을 찾으러 돌아다녔지만 깜깜한 밤이 되어서 너무 무서웠어요.


“노란 별님! 조금만 더 환하게 빛내주시면 안 돼요? 저는 해님을 찾으러 가야 해요”


“미안해 토끼야. 우리는 작아서 해님처럼 빛날 수가 없어. 그리고 해님은 잠을 자러 갔는걸”


토끼는 노란 별님의 말을 듣고 너무 속상했어요.


‘왜 밤에는 해님을 볼 수 없는 거야?’


토끼는 할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가며 노란 별님에게 소원을 빌었어요.


“노란 별님. 밤에도 해님을 볼 수 있게 해 주세요.”


토끼의 말이 끝나자 갑자기 노란 별님이 번쩍 빛을 내고 사라졌어요.



첫 번째 나의 이야기: 시작이 어렵다.

새롭게 시작하는 게 어렵기만 한 시점이 있다.

처음에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고 방법은 찾으면 될 거라 생각했다.


시작에는 두 가지가 있다. 아이가 처음으로 초등학교에 가는 것처럼 말 그대로 새싹을 틔우는 시작과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회사에 들어간다거나 다른 일을 해보는 것 같은 경험 아닌 경험이 있는 시작이다. 나는 누구든 불만은 제기하면 그만두고 다른 걸 해도 되지 않느냐는 말을 쉽게 말하곤 했다. 그렇게까지 힘들어하면서 왜 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런 나에게 누군가 말했던 말이 생각났다. 잃을게 많아지면 시작과 끝이 어려워진다고. 그 말과 그 의미를 이제야 실감한다. 그리고 난 말을 그렇게 했으면 안 되었다.


회사를 다니고 30대 중반이 되어서 대체 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받고 일을 한다는 건 어떻게든 성과를 한 줄이라도 내야 하는 것이고, 내가 무엇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거다. 보고를 하고 전자결재를 열어 내가 무엇을 하겠다고 적어야 하는 하얀 문서가 펼쳐질 때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렵기만 하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하얀 문서에는 하고 싶은 말이 이렇게도 많은데...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겠다고 말을 만들어 낸다는 게 어렵지만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시작할 용기가 아직은 없다. 말 그대로 잃을 게 많아졌다. 30대 중반의 미혼에게는 월급이 나오는 회사원이라는 명함이 어떻게든 평범한 삶 속에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서 억지로라도 끼여서 있고 싶다.

회사 가기 싫어서 일요일 밤에 눈물이 나고 걸어가다가 번개가 나한테 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어느새 다 온 지하철 역에 내려서 입구로 걸어가는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실컷 졸다가도 내릴 역만 되면 눈이 떠지는 것처럼, 마음은 아닌데 몸이 기억해서 움직이고 있는 나는.

그만두지도 못하고 무엇인가를 새롭게 하기도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시작이 반이다.' 이 말은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 잘하고 있다는 동기부여의 일환이라 생각했다.

시작에 대해서 제일 생각나는 그 말은 나처럼 시작도 못한 사람 혹은 시작을 하려는 사람에게 용기를 주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만 생각해도 아무것도 안 한 내가 뭐라도 한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시작을 주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까? 시작한다는 것은 어려운 것 같다. 우리에게는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부터가 큰 시작의 첫 걸음일 것이다. 일어나서 어디를 가야 하고 또 무언가를 하고 해야겠다고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몇 번 들어서 다음 곡이 무엇이 나올지 알고 있는 플레이리스트처럼 틀어놓으면 반복되는 일상이 편해진다. 시작과 끝을 알고 있으니까. 알고 있는 플레이리스트는 좋다. 범위가 정해져 있으니까 가사도 리듬도 다 내가 아는 거다.


살아가다 보면 좋은 일,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나쁜 일, 별거 아니었던 일 등 많은 일을 겪는다. 그래서 내가 예측하지 못한 일이 생긴다는 게 좋은 일은 좋은 일 대로 걱정되고, 생각을 해야 하는 일들은 그 생각들로 복잡해지는 게 두려워졌다.

중학교에 막 입학했을 때 한동안은 같은 교복을 입은 친구를 만나면 반가워서 인사를 하고 교문까지 같이 걸어갔다. 나는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해 이렇게 말을 해도 누구였는지 기억도 못했지만 학교 가는 설렘에 신이 났었다.

우리는 새롭게 생긴 중학교여서 우리 학년 밖에 없었고 모두가 친구였다.


‘그 친구가 날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

‘왜 내가 그 친구에게 말을 걸어야 하지?’


하는 생각 따위는 없었다. 아침에 학교 가는 길에 같은 교복을 입은 친구니까. 다행히 내 기억에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학교로 갔던 기억이 난다.

내가 말을 걸었을 때 상대방이 ‘나에게 대답을 해줄까?’라는 걱정이 1도 없었다. 그냥 내가 신나서 친구랑 학교 같이 가야지! 했을 뿐이었을 것 같다. 그때의 나는. 아마도.


그런데 회사로 등교를 하고 있는 나란 사람은 이어폰에 몸을 맡긴 채 숨만 쉬어도 힘이 든다. 가끔 지하철에서 길을 물으면 어디까지 말을 해줘야 하는지도 걱정이다. 이게 그 역을 가느냐라고 물었을 때 원래 나의 성격은 몇 정거장 남았는지 까지 말해주려고 하지만, 너무 많은 말을 한다는 생각에 몇 번을 고민하고 말을 해주거나 혹은 하지 않는다.

영화 속 대사처럼 친절해 보일까 봐.


낮선이 의 말뿐만 아니라 심지어 회사에서 내가 이 말을 했을 때 '얘가 날 이상하게 생각하겠지?'라는 생각에 아예 말을 하지도, 저쪽에서 소란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같이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가 나와도 '내가 왜 이야기를 끼냐고 생각하겠지?'라는 생각에 듣는 척도 하지 않는다. 그냥 튀지 않게 적당히 분위기를 보며 맞춘다.


평범했던 하루였기에
기억에 남는 하루가 되면 안 된다.


어제도 오늘도 아무 일 없이 무사해야 하는 게 일주일의 미션이다. 물론 약간의 즐거움은 괜찮지만.

왜 이리 시작이 무서운 나이가 되었을까. 무엇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반복되는 일상이 좋다는 것도 아니다.


이런 내가 오늘 글을 쓰려고 마음을 먹게 된 것은 집 앞에 벚꽃이 핀 줄, 봄이 오고 있었다는 걸을 몰랐다는 점이다. 아침에 지하철을 타고 배달음식으로 점심을 먹고 퇴근할 때서야 밖으로 나오면 깜깜한 밤이다. 다시 또 컴컴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서 씻고 핸드폰 하다가 잠이 들면 다시 또 아침이다. 그러다 친구가 사진을 보내왔다.


"내일부터 비가 내리면 벚꽃이 다 지겠어. 얼른 봐봐"

"벚꽃이 그렇게 많이 피었어?"


"우와.. 꽃이 이렇게 핀 줄 몰랐어. 이야긴 들었는데"


"집에 갈 때 꽃을 봐봐. 인증샷 보내"


"우리 동네는 은행나무가 많아서 벚꽃나무가 없다"


"가을엔 엄청 예쁘겠네"


"오! 여기 한 그루가 엄청 폈어! 지금 봤어. 고마워. 꽃을 보게 해 줘서"


인증샷을 보내라는 말이 없었으면 꽃을 찾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를 위해 사진을 보내준 친구에게 나도 답을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가을에 예쁘겠다는 친구의 말에 가을이 오고 있는 것도 모르는 내가 되어 있을까 봐 겁이 났다.


가을에 우리 동네는 은행나무가 많아서 안 좋은 냄새도 많이 나지만 참 예쁘다. 바닥 가득 노란 해님 같은 은행 잎이 쌓이면 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가을이 왔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 동네에는 왜 벚꽃이 없어? 가 아니라 우리 동네는 가을에 예쁜 동네였다. 아파트 앞에 예쁘게 펴있던 벚꽃나무를 눈길도 주지 않고 지하철 타러, 집으로 들어가려고 바빴던 건 나였다. 왠지 반복되는 일상에 난 기계처럼만 살았나는 생각에 서글퍼졌다.


내가 좋아하는 책인 박웅현 님의 "여덞단어"에 보면 봄이 와서 꽃을 보러 여기저기 다녔는데 못 찾았아서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집으로 왔는데 집 앞 나무에 예쁜 꽃이 피어있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봄은 우리 집 앞에 있다는 그 글을 딱 느낀 시점이었다.


그냥 생각나지 않는 평범한 하루가 좋은 것이라 믿었는데 그 안에서 나까지 잃어버렸다. 다른 색을 가진 나였는데 왜 같은 색이 되려 했을까. 내가 무사한 하루 안에서 어제가 아닌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 졌다. 옷은 뭐라도 바꿔 입으려고 하는데 왜 늘 나의 하루는 같은 옷이었을까.

나의 작은 시작에는 지금처럼 생각이 많으면 안 되는 것 같다. 그냥 어렵지 않게 아주 작은 씨앗을 하나 키워서 반복되는 일상의 무료함에 지친 나에게 꽃을 피어보려고 한다.

작은 새싹이 나무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보다는 나의 작은 새싹이 돋아나는 계절이 언제가 될지 가 궁금하다.


다시는 계절이 오는 걸 모른 채 살아가는 내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도 자신만의 씨앗을 심어봤으면 좋겠다.

그 시작이 해보지 않았던 하나를 시작하는 오늘이 되었으면 한다. 그게 거창한 게 아니라 어제와 무언가 다른 걸 해보는 것이다. 나는 휴대폰을 보는 시간에 노트북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어제와 다른 생각을 해보거나, 늘 보던 쇼핑몰이 아니라 다른 사이트에서 물건을 보기도 하고, 내가 하지 않았던 액세서리를 사보기도 하고. 듣던 음악이 아니라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로 다른 음악을 들어보기도 했으면 한다.

그냥 우리 함께 어제와 같은 하루를 사는 게 아닌, 오늘을 살아간다는 아주 작은 새로움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작은 시작에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아서

시작이 조금은 어렵지 않은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함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