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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피스토 Oct 05. 2022

능소화 그늘

능소화 그늘          

-신주현  

             

할머니,      

항문으로 똥 끊듯      

바닥에 몸 덜어내고 어디 가요      

바람도 없는 여름날      

식지 않은 몸 그늘이 한 가득이에요     

춤사위로 견고했던 뒤꿈치 굳은살     

무령 소리 그랑그랑 가지 끝에 매달고      

어디 가요,     

댓돌 위 몸 그림자 아직도      

꿩 깃 달고 덩실덩실 뛰고 있는데      

뿌리에서 너무 먼 인연,     

봉분처럼 수북하게 쌓인 꽃잎이     

당신의 이승이네요


_기발표작 <열린시학> 겨울호,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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