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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강제적 여름휴가 반납

40대 중반 여자 직장인으로 살아남기 ep 13

by 이름없는선인장

그들이 말하는 '열정 노동' ('열정 페이'는 직급이 달라서 모르겠다)에 대해

어떠한 개인적 의미 부여를 하고 싶지 않다.

오롯이 내가 한 결정이고, 내 삶이지만, 그래서 더 마음을 다잡지만,

모두가 휴가를 간 주에 나와서 일하는 기분은

밀려있고, 쌓여있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을

(한 달이나 무리하게 론칭을 앞당겨 이 사단을 나게 했지만)

윗사람들은 그냥 밀어붙이라고 하고,

일의 질적인 보장과 전략적 고민은 져버리고

무작정 론칭을 향해 달리고 있다.


이러다 실적 안 나오면 다 마케팅 탓이요.

남들이 엄청 기대하고 있다는 '내 첫 실적'이기도 한데..난 솔직히 별 기대도 없다.

그냥 힘들 뿐이다.

그리고 돌아보면, 팀원들의 업무 불균형에도 화가 나고,

실무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관여하시지 않는 임원 팀장님과.

아직 이 곳에 업무 프로세스를 몰라 허덕이는 내가.

실무자들 입장에선 어쩌면 느리고 답답하겠고, 어쩌면 도움 안 되는 그저 상급자이고, 그럼에도 왠지 모르는 일들을 자꾸 나에게 하라고 하고...그냥 모르겠다.


거기다 대행사들은 하나같이 디자인력이 받쳐주지 않고 (왜지??)

그렇다고 돈을 적게 주지도 않지만

통합이 아닌 여러 개를 분산해서 쓰다 보니

효율도 안 나고, 예산도 분산되다 보니 더 효과를 보기 어려워 보인다.

디자인 호불호도 주관적일 수 있지만,

예전 직장이나 팀에 항상 있던 웹디자이너들보다도 못한 대행사들이 많다는 걸 알았다.


거기다 대행사를 써도, 내 업무가 딱히 '대행'되지도 않는다.

그것을 가져다 내부 보고서는 수많은 다양한 회의체와 보고서, 공문에

variation이 들어가고, 이 무한대적인 보고서 작업은

의외로 기존 포맷(?)이 있어, 무시하고 갈 수도 없다.

내일까지 1차 제출인데, 오늘도 야근을 했지만

이것만 하려고 했지만, 두어 장 하고 집으로 왔다.

동시 다발적으로 챙겨야 하는 론칭 이벤트와 영상제작 & 보고서 작업에

정말 내 한계를 느끼고 있다.


나도 거의 다 처음 해 보는 일임에도,

내 담당이 아니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한 야근을 한다고 일에 성과가 나오지도 않을뿐더러

옆에 대리를 같이 담당으로 해준다고 했지만

일을 시키는 것도 내 몫이 되어버렸다.

도와주던 과장도, 자기 제품을 맡아야 하기에

"이제부터는 차장님이 알아서 하셔야 돼요"라고

선을 긋기 시작했다.

내가 a부터 z까지 해 본 일이면, 척척 일을 시키겠지만.

나도 모르는 일을 붙여줬으니, 시켜서 일을 하라는데..

이래 저래 답답하다.

나도 계속 그 과장에게 물어보고 하는 것도 민망하다만..


나에 대한 기대치.

부족함.

실수를 할 수도 있다는 부분을

인정해야 하는데.

나 자신에게도

기대치가 높기도 하고

자존심이 걸려있기도 했다.

근데 모르겠다.


신데렐라의 언니들이

억지로 맞지 않는 신발을 구겨 넣어 신었던 것처럼

난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

달려 나가려고 억지로 준비하는 느낌이다.

근데, 길은 갈래길이 나오지 않는다.

내가 가는 길이 곳 내 길이요.

내가 개척해야 하겠지만...


임원분들, 새로운 팀장님들, 팀원 반이 쉬고,

해당 층 전체는 거의 쥐 죽은 듯 조용한데

이렇게 나와있지만, 일의 효율이 안 나서 야근까지 하고 집에 온 지금

너무 마음이 안 좋다.

(솔직히 내일까지 내가 약속한 제출일에 다 못할 것 같은 예감이라 더 화가 나나보다)


론칭 전이나 론칭이나 론칭 후 한 달이나

휴가를 가면 그게 될 소리냐, 자세냐며 모두

9월 말까지 해당 담당자들은 (나를 포함) 휴가를 '반납했다'라는 표현을 하시는 임원분.

할 말이 없고, 난 방전이 되어가고 있다.

하루라도, 이틀이라도 쉬고 싶다.

내가 잘하는 일도 아닌데, 이렇게 힘들게 해서

매출이라도 잘 나오면 좋기도 하겠다.


그냥 이런 일을 다 처음이라, 답답하고 미칠 것 같은 마음에

사는 굿즈와 책들도 솔직히 그만 사고 싶다.

(다음 달 카드 고지서가 두렵다)


어떻게 하면 맘에서 이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일의 내 삶의 어떠한 의미 부여도 하고 싶지 않다.

근데 내 하루하루는 일과 직장이 전부이다.

거의 매일 집에 11시-11시 반에 오고, 씻고 자고, 다시 출근.

이러다 8월도 가고, 9월도 지나고, 10월~12월까지도 해야 할 일들만 줄 서 있다.

이게 다 끝나면 (끝은 있나?) 난 과연 행복할까?

내가 얻는 건 있을까?


벌써 지친다.

부정적 말은 하지 않기로 다짐해 보지만...

쉽지 않다.

나의 40대 여, 힘을 내자...

그리고 잊지 말자.

선택은 내가 한다는 것을.


#글이지극히사적이긴하지만

#이렇게라도_써내려가지_않으면

#내맘을_다잡기가_너무_힘들다

#그래서_오늘도_쓴다

#내가브런치를쓰는이유

#내가응원이필요한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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