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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머리가 멍하다.

40대 중반 여자 직장인으로 살아남기 ep14

by 이름없는선인장

불금이지만

야근하고

불금이고,

이제 3일짜리 주말이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다.


난, 아직도 머리가 멍하다.


장 시간 주입식(?) 회의에 머리가 띵하고,

갑자기 퇴근 전 몰아닥치는 ‘가기 전 처리하라’는

업무들이, 다음 주에도 이어지는 처리 안 된 일들이 날 놔주지 않는다.


아직도 옆에서 여러 명에게

의존하고 부탁하며

일을 간신히 해내고 있는데,

하는 일들은 매일 새롭게 추가되고,


일은 하지만

설명이나 이해를 하지 않고

소화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냥 하란다.

해야 하니 한다. 아니해본다.


아무 생각 없이, 여유가 없어도.

전략은 자판기처럼

누르면 나오고

기획도 나오고

실행도 하고

빨라야 하고.

이것저것 다 챙겨야 하고.

만능이어야 한다.


그냥 ‘일’을 한다.

처내야 하는 업무들만

계속 쌓인다.

동기부여 1도 없다.

이렇게 하는 게

효율이 나는지

맞는 일인지 묻지 않는다.

결정한 걸 번복해도,

일처리는 밀리면 안 되고.

아닌 길 같지만

하라고 하며 다그치기만 한다.


한 고비 넘기면 한 고비.

위기 상황. 전시 상황이라고 하며

직원들을 극으로 몰아세운다.


회사가 위기이고, 힘든 건 알겠다.

하지만, ‘숫자’로만 ‘영업’으로만 이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하는 마인드가 난 안타깝다.


‘왜’ 해야 하는지,

위에서는 위기에

어떤 대응력을, 변화를, 혁신적인 노력을,

‘무엇’을 해결해주고, 불필요한 업무는

잠시 미뤄줄 수 있는지,

긴급하고 중요한 업무를 위해

불필요한 기존 보고 방식, 업무처리 ‘절차’를

정리해 줄 수 없는지...

업무 변화 없이

‘조직 개편’으로만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착각.

위에선 변화는 없다.

그들의 기존 리더십이

위기 대처 능력이라고 보기엔

너무 안일하다.

임원들, 사공만 많은 지금.

참 앞 날이 깜깜하다.




그 와중에

조직 내에,

팀 내에,

업무 불균형으로,

사람들은 점점 야근을 해도

일이 줄지 않는다.

주말에 일해도

일이 줄지 않는다.


즉, 시간 대비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의 한계치임에도.

위에서는, 임원들은 모른다.

팀장도 임원이라 실무를 모른다.

그냥 하란다.

조정이나 싸워주거나

대신 책임을 져주지 않는다.

그냥 보고자가 한 사람 더 늘었다.

실무는 실무자들이 알아서 하란다.


쉴 수도 없다.


오늘 정말

숨이 막혔다.

이제 겨우 3개월 버텼는데.

앞으로 더 힘들 거란다.

(다음 달에 또 조직 개편한단다... 조직개편은 한 번에 하면 안 되는 건가? 매달 조직 개편이 업무 효율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인정은 바라지도 않지만

너무 막무가내로

너무 혼을 빼놓듯이

한 사람에게서

모든 역량을 최대로 빼내가는 느낌.

인간이 아닌 소모품 느낌.

공유와 소통, 공감대 형성 없이

더 노력하라, 도와라, 같이해라,해라,해라..

괜찮다도 없고, 기존 업무를 홀드하거나,

조정없이 직원들의 자발적(?) 강요만 더 많이

바라는 조직.


너네들이 최우선 시 되는 일을 알아서 하고

너네들이 중요한 일도 알아서 하고

그 외에 더 알아서 책임지고 새로운 성과 창출 아니디어 내고, 성과 내라는...

지금도 중요하고 급한 일로 한가득인데...

알아서 하고 책임도 지고..

그럼 임원들은요?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오래간만에 3일 주말이다.

근데 너무 마음이 불안하고

담 주가 걱정이다.


이게 뭐람..



잊고 있던 6월 말 지원한 곳에서

결과가 안 좋게 나왔다는 헤드헌터의 문자가 왔다.

이렇게 오래 걸리기도 하는구나..


그래도

감사합니다.

결과 알려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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