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중반 여자 직장인으로 살아남기 ep17
이런 사람 정말 싫다.
1.
술 마시면 목소리 커지는 사람
술 마시면 몸 못 가누는 사람
술 마시면 술에 의존해서 취했다며 다 이해받고 싶은 사람.
치졸하다.
지하철 퇴근길
인사불성은 아닌데
몸은 잘 못 가눠서
몸의 무게가 나한테 쏠리고
나는 늦은 야근 후 집에 갈 때 눈을 붙여서 좀 잘 수 있나 했는데,
계속 이리저리 움직이고 몸이 닿아 불쾌하게 하고,
스피커폰으로 온갖 인맥을 뒤져가며
유부남이던 동생이던 형이든
보고 싶다 잘 지내냐 자기 좀 만나 달라
전화 헤댄다. 사람들이 쳐다봐도 눈치도 없다.
마음 같아선
제발 상대방이 알아서 전화 좀 끊지 싶은데
통화 중에, 없는 번호에, 핸드폰 속 연락처를 뒤적거린다.
공공장소에서 뭐지?
자기 집 값 올랐다 자랑하고
정말 없어 보인다
정말 내릴 때까지 통화를 했다.
많이 외롭다한들.. 이런 통화는 집에서 하자.
창동에서 내리는데 미아부터
곧 내린단다.
난 소중한 20분을
앉아왔지만
불쾌하기만 하고
한 숨도 못 잤다
오늘 어처구니없이
힘든 날이었는데
오늘 하루의 끝도 꽝이다.
2.
담당이 잘못한 것도 내가 선임이라
다 나에게 잘못했다고 한다.
한소리 하는 과장이
모르면 제발 물어봐라 눈치를 주며 퇴근한다.
내가 사고 친 것도 아닌데
선임이라고 내가 책임지란다
당사자는 혼내지도 않는다.
어이가 없다
과장이 차장에게 할 소리인가
과장이 팀장인 냥 지시만 내리는 이 곳
그 소리 들었다고 내 능력이 의심받는다고 생각지도 않고, 감정에 휘둘리고 싶지 않다.
솔직히 이렇게 쓰는 것도 아까운 시간이며, 아깝다.
단 기록하려고 쓴다.
리더로서 일을 하는 것도 없는데 알려주는 건 1도 없다. 하지만 팀장님은 그녀의 말을 신뢰한다.
내가 업무를 모른다고 생각하시니 난 여기서 내 존재감을 나타낼 수 없다.
팀장님은 내가 무슨 일만 하면 다른 팀원에게 맞게 한 건지 확인받으라고 한다.
정말 힘이 빠진다.
애들은 마케팅 전문가도 아닌데 온갖 온라인 마케팅을 대행사를 여러 개에 분석도 안하고 프로젝트 당 억 단위를 쓴다. 그걸 내가 다 정리할 여력도 없다.
그런 소리 들었다고 내 자존감을 무너트릴 수 없다. 그냥 정말 나랑 안 맞는 일을 계속하는 중이다.
일은 줄지도 않고 내 커리어에 도움은 될 지 모르지만 정맟 돈 벌기 위해 다니는 요즘, 특히 오늘 같은 날. 내가 열심히 해도 신뢰받지 못하는 이 곳에서 정말 일하기 싫더라.
같이 일하던 대리도 병가를 낼 듯하다.
답답하다.
마케팅 아는 사람이 없는 팀에서
이제 난 목소리도 못 키운다.
정말 코로나와 집값 때문에 참는다 오늘 하루.
어이 무에 무시하는 듯한 눈초리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밤이지만, 어제의 뜬 눈이 아닌, 오늘은 굿 나이트하고 싶다. 간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