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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철, 그리고 불금 아닌 야근

40대 중반 여자 직장인으로 살아남기

by 이름없는선인장

금요일 출근길.

지옥철이라는 건 알겠다.

이용객이 많은 것도 알겠다.


에스칼레이터에서 시시때때로 칼치기를 하며

걸어 올라가는 길에 난입하는 사람들.


급행이 오고 문이 열리는 순간

줄 서 있는 사람들 순서와 상관없이

그냥 뒤에서 밀치며 먼저 비집고 들어가

오롯이 앉기만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

멀리 간다면 앉고 싶다는 맘도 이해하지만

나도 줄을 서 있었는데... 줄 선 의미가 있나 싶다.

(밀치고 들어오는 사람들의 연령대는 젊다..

물론 나잇대와는 상관없을 수도 있고,

피곤하게 출근하는 모두의 짜증과 예민함의 단면인 걸까... 다 불쾌하고 다 예민한 지옥철. 그래도 예의는 지켰으면..)


분명히 지하철 안 쪽에 자리가 있는데

다리에 힘주고 절대 안 움직이는 문쪽 사람들.

다리나 어깨 등을 힘을 주고 본인의 스마트폰 보는

영역은 지키고, 앞 뒤 사람은 샌드위치처럼

포개져도 괜찮다는 사람들...

이것도 생존이고 경쟁이겠지...

그래도 한 없이 씁쓸하다.

지옥철 타는 동네 말고 돈 있으면 이사하라는 말처럼... 경제력에 삶의 차이가 나는 건.. 인정해야 하나?


피곤한데 하루를 불쾌하게 시작하고 싶지는 않기에 그냥 참는다.




이사 후,

맨 위층에서 살면서 내가 느끼게 된 소음들이 있다.


내가 관찰했을 때는 위 아랫집 소음이 아니라

우리 라인이 아닐 수도 있는, 즉 옆 엘리베이터 라인이 의심된다는 점. 나는 소리의 근원지가 옆집인 것 같다.

그래서 아랫집에서 혼돈이 생겼다고 보는데,

또 내 입장에서는 올라오는(?) 소리가 옆집인지 아랫집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러니하다.


나의 고충은 붙어있는 화장실과 안방에선 수시로 문소리가 나서 깜짝깜짝 놀라기도 하고, (특히 저녁 10시 이후에 난다) 하지만 딱히 컴플레인하고 싶지 않다. 저녁 10시에 자면 되겠거니...

저녁 10시 이후에는 침대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침대에서 핸드폰하고 책 보고 영상 보고.... 즉 나의 동선이나 움직임을 최소 회하여 소리가 나지 않게 노력한다.

내가 옆집이던 아랫집이던 가서 이야기한다고 문소리가 작아질까? 그 외에는 사람 목소리가 들리는 정도도 약하고, 볼 일 보는 소리는 안 들리고 하니 이 정도는 참으련다.




불금은 무슨...

금요일 오전에 팀장님의 급 호출에... 보고서 한 장 (말이 쉽지..) 만들어내라는 지령을 받았다. 당일 써내지 못하면 야근, 아니 주말 근무 각.

월요일 9시 30분까지 보고서를 내야 한다.

회의 자료로 필요하시단다.

매출 부진 분석에 따른 단기가 아닌 장기 전략 아니 운영 기획안을 써내란다.

내가 영업팀인지, 마케팅 인지, 현장 지원인지...


코로나에, 이제 tv 광고 2주 하고 매출 안 오른다고 압박 주고, 제품 광고 아닌데도 왜 그 브랜드 신제품이 붐업 안되고 안 팔리냐고 하면... 이게 임원들의 제대로 된 마인드인지 의심스럽다. 이 보고서의 제대로 된 분석이 나올지도, 결과가 아니 하루 만에 만들어내는 이 장표의 신빈성이 생길지 의심스럽다. 신제품이면 다 성공하나... 경쟁력 있는 제품인지 시장 조사도 안 하고 ..tv 광고 보고 제품 산 적 있나?? 그냥 출시하라는 제품 맡았고 PM인데 핑계 대지 말고 책임지고, 애착 가지고 제품 살리라니... 그냥 나 이 제품 하기 싫다고요..ㅜㅜ 이 조직은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다. 내부 탓만 하고 서로 탓만 한다. 그래 난 외부 경력 아웃사이더... 그들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보고서는 내일 해야지..

화가 나는 금요일 밤 퇴근길.

언제쯤 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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