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는 익명의 게시판이 존재한다.
평소에는 현장에서 본사를 욕하는
불평불만만 가득하다.
연간행사인 조직개편과 인사발령을 하면
조용하다. 그러나 블라인드는 또 다른
총제적 난국이다.
그 게시판들에는 실력없는 외부 채용 인력이
와서 이 사업에 대해 1도 모르는 사람들이,
이상한 광고를 만들었다고 개탄한다.
심지어 우리 팀과 팀장까지 거론하며
우리 조직은 전략도 없고
마케팅의 ‘마’자도 모르는 사람들이
본사에서 일하고 있다며 욕을 한다.
말하고 싶다.
와서 해보시라고.
마케팅의 ‘마’자를 알면
무엇이 바뀌느냐고.
우리 조직의, 사업이 문제점이
진짜 마케팅이었는지
본질을 묻고 싶다.
마케팅만 하면, 아니
TV광고만 하면 사업이 다 잘 될거라는 착각.
TV광고 때문에 사업이 안 된다는 논리.
평소에 광고/홍보에 목 말라 있지만
그게 마케팅의 전부라고 아는 사람들.
본인들의 마음에 들면 좋은 광고고
본인들의 맘에 안 들면 나쁜 광고인가.
광고는 소비자가 인식하지 못하면 효과가 없다.
단지 이해하지 못하는 광고라고 해도
소비자는 모든 광고를 기억하지 못하며
이미지 타격을 그렇게 크게 주지 않는다.
아나 매출에도 크게 영향이 없을 수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본인들의 눈과 의견이
곧 진리이요 답인 것처럼 말한다.
나는 그들이 생각하는 우리 브랜드의/제품의
강점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우리 팀원들도
앞에서는 아무 말 안하고
뒤에서는 이번 광고가 폭망했다고 한다고 한다.
부끄러워서 고개를 못 들었다고 한다.
그래도 상반기 보다 낫다고 보는 의견들이
많았는데, 팀 내에서도 팀원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몰랐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고
뒷 말을 나중에서야 전달해주는 팀원.
아주 친절하게 전달해주면
나는 듣지 말이야 할 말을 듣는다
가스라이팅에 다시 흔들린다.
우리 조직은 마케팅을, 내가 알던 마케팅을
하던 조직이 아니다.
내부에는 흔히 말하는 ‘인하유스’ 마케터를
육성하지 않았고, ‘광고/홍보/마케팅’을 다 하나로
간주하고, 임원과 팀장은 전문가가 없다며
외뷰 채용을 하는데 광고 AE출신들만 채용을 한다.
왜 모든 마케팅 횔동을 광고(여기서는 지상파 광고를 대표로 하는 ATL 지칭)를 해야 마케팅을 한다고 생각할까?
왜 한정된 예산에서 최고의 효율을 고민하는 마케터들에게 ‘온라인마케팅’은 다양한 범주가 있음에도 대행사와 같이 일한다고 해서 대행사에 위탁하고 ‘돈만 쓰면 다 된다’ 또는 ‘관리를 못해서 그런다’며 또 쉽게 비판한다.
현 고객 타깃팅에 맞지 않으면 모든 조직원에게 연령대에 따라 광고가 노출되지 않지만 그들은 본인들의 피드나 TV, 인터넷에 보이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는 효과도 없는 곳에 돈만 쓴다고 마케팅을 못한다고 비난한다.
제발 블라인드에 하지 말고 윗 상사에게, 임원에게, 대표님에게 가서 좀 말해주시면 안될까요? 본인들이 말하는 마케팅을 아는 마케터는 어떻게 다른지? 조직에서 지시 하달받고 하는 저희는 무슨 잘못인가요? 예산 추가로 따는 것도 보고서에 보고서, 유관 부서 협의 절차, 효과 검증하라며 주 단위로 결과 쪼임을 받는, 그러나 아무 것도 안 할 수능 없은데, 고군분투하며 일하는 우리의 노고를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아무것도 모르는 마케터들 광고 하나 잘못 만들면 오던 상담 전화도 안 오고, 소비자 접점에 있는 오프라인에서 어떤 활동이 이루어지는지, 또는 역량이 안 되서 아무것도 못하는 구조는 왜 아무도 비방하지 않는 걸까요?
20년 마케팅하고도 외부 경력자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블라인드에 도배되는 조직. 임원으로 승진되는 사람들이야 그렇다치고 욕만 먹는 이 팀에서는 더 이상 마케팅을 할 수 없다는 걸 느끼는 하루 하루.
오늘도 나의 경력은 그들에 의해 zero가 되는 순간.
#익명게시판이무슨소통
#블라인드도싫다
#회사에서의키보드워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