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고 버티고 버티다 안 될 때가 있다.
실무자가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할까?
대행사를 얼마나 “잡아야”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시는 건가? 같이 일하는 파트너지.
일의 매너와 예의는 지키자.
기존 업무 과정이 있는데 이제
일 막바지에 말도 안 되는 트집과
알 수 없는 애매모호한 지시에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지난 두 달 동안 작업한 촬영본을
시사도 진행하지 못한 체 제작팀을 돌려보냈다.
시즌 적기를 놓치면 안 되기에
가볍게 리브랜딩 전에 호감 공감형 영상을
제작한다는 디지털 광고는 점점 의미가 없어지고
보고서 상의 KPI와 결과 도출에 대한 정당성만을
운운하다 끝이 났다. 이러다 시즌은 끝난다.
실장님 앞에서 팀장님은 아무런 말씀도 안 하시고
애꿎은 실무자들만 죄송하다를 반복한다.
마케팅을 종이 위에 퍼널로, 숫자로, 또는
번지르르한 입담의 PT로 혹하는게
무슨 소용인가? 실행이 중요히고
모니터링하면서 수정작업을 해야지.
얼마나 심사숙고한다고 영상 하나로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오르나?
마케팅을 이렇게 안 하려는 조직에
화가 나고 더 이상 답이 없다는 답답함에
그동안 꾹꾹 참았던 스트레스가
후배 이직 이슈와 함께 다 곪아 터져 버렸다.
여태 참아온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참기만 한다고 더 이상 달라질 수 없음에
힘들어 눈물이 난다.
더 이상 내가 혼자 참아온 방식으로
다시 앞으로 다가올 시간을 버틸 수 있을지
이젠 자신이 없어진다.
내 능력 밖에 일들이,
컨트롤할 수 없는 회사에서의 상황을,
매일….속으로 욕하며 넘기는 쿨함을
왜 난 가질 수 없을까?
EP03. Time to say Good Bye
“저 가도 되죠?”…
“죄송해요.”
라며 이직을 결심한 후배가 어렵게 말을 떼었다.
후배에게 저 질문을 받았던 적이 또 있었다.
x 년 전 후배와 같은 날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나와
4주 만에 가족들 때문에 다시 돌아가야 한다며 미안해하며 똑같이 나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물론 그때 잘 안 돼서 다른 회사를 갔던 후배.
이제 다시 그 회사의 사장님 이직 제안에 응했다.
우리 회사에 입사한 지 두 달 만에.
이직할 건 알면서 지금에 와서야 제안을 한 사장님도 야속하고, 화가 났다.
내가 있는 회사로 이직한 걸 아시면서.
물론 사업할 때 적절한 인재에 대한 스카우트야 상시 있다지만, 그리고 우리는 모두 연봉 제안에 흔들리기 마련이지만.
이렇게 빨리 관둘 줄 알았으면 힘들게 데려오지나 말 걸.
회사에 다니면서 사람이 오고 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회자정리는 항상 쉽지 않고, 오히려 조직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그 분위기(?)에 휩쓸리고 영향을 받아 힘든 걸 너무 잘 알가에…
(내가 벌써부터 영향을 제일 많이 받고 있다.)
난 지금부터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곧 있을 난 자리를 체우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또 혼자 힘들게 버텨야 하는 시간이 더 막막해서 (도저히 3주 안에 후임을 뽑을 수 없을 것 같기에) 더 숨이 막혀온다.
작년 말 퇴사를 마음에 두고 버텨내자는 존버의 삶에서 지푸라기 잡 듯 마지막 카드로 데려온 후배.
내심 이 험난한 조직에서 버티며 견뎌낼까 불안했고, 적잖이 적응하기 힘들어 힘들어하는 후배를 보고 있는 것도 맘은 편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조직에서 믿고 같이 일할 만한 사람이 없었기에 지난 두 달이 나에겐 오래간만에 힘이 되었던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연봉 인상은 누구에게나 중요하고 나 같아도 흔들릴 것이고 그런 결심을 한 것도 이해는 한다. 이해는 하나 이런 상황이 화는 나고, (나도 후배도 이제 좀 적응하나 싶었는데 다시 헤어지고, 또 새롭게 사로 각자 적응해야 하니 암담하다) 응원은 하나 맘같이 기쁘진 않고, 벌써부터 힘든 그런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든다.
나도 지난 4년 동안 남들보다 먼저 나가야지, 탈출해야지, 더 잘되야지, 보란 듯이 잘될 거야를 외치며 버텼는데… 그러다 무겁게 길어진 경력과 나이, 그리고 앞으로 남은 인생 후반부를 내가 다른 조직에 이직해서 몸 담을 수 있나 하는 의구심. (새로운 조직 적응은 나이 들면 더 힘들어지고) 임원은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이라 불안정하고 성과도 빨리 내야 하고… 사업도 아직 모르겠고….
그냥 매일 회사에 다니는 거에 감사한 그런 상태까지 온 지금.복잡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아주 새로운 곳이 아니기에 나도 그곳에 갈 수 있다면 적응도 그나마 쉽게 하지 않을까? 나도 같이 간다고 할까? 다시 갈 수도 있지만 그곳에서는 벌써 겪었던 “아는” 감정 노동이 기다리고 있다. 그걸 버틸 수 있는지에 판단이 서지 않는다. 틸출은 하고 싶지만 즉흥적인 판단을 할 만큼의 용기도 없다.
내가 원하는 건 내 삶을 주도적으로
생산적으로 살고 싶다는 것 아닐까?
마음의 휴식이 필요하다.
힘들어 눈물만 난다.
다른 팀원의 말처럼 체력소모를 하더라도
감정 소모는 그만하고 싶다.
빨리 후배가 나가야 빈자리를 내가 맘 잡고 정리하지 않을까 해서 빨리 결정하라고 했다.
어차피 지금은 3개월 수습 기간이니까.
후배를 떠나보내는 지금. 후배도 후배 나름대로
고민과 불안함이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짐을 지우지 않고 싶다.
회자정리거자필반..
Wish you all the b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