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후반 마지막 정규직 직장인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나아간다.
성장…그런 것 없고
그냥
하루하루 나아간다.
줏대가 없다.
뭐라도 해야 변화가 온다는 말만 듣고
정말 내가 생각해도 맞지 않는 이직제안을 받아도
그저 여러 헤드헌터의 복사-붙여 넣기 공고임을 알아도
“적합해 보인다”는 표현을 정말 믿어보며
이력서를 수정하고 제출한다.
시도와 변화라는 이름으로.
당연히
서류 검토에서 탈락.
이번엔
보통 선배 언니가 전달해 주는 임원급 공고 또는
링크드인에서 가고 싶은 회사 공고에 지원해 본다.
열심히 써서 보내봤지만 서류 탈락.
그럼 지친 일상에서
뭐라도 해봤으니 됐다..
시도에 의미가 있다며 출근길
나 자신을 위로한다.
토닥토닥.
넌 잘하고 있어.
포기하지 않았으니 됐어.
갈 곳 없으니 우선 출근 ㅡㅡ
하지만 회사에서도 외부에서도
내가 이곳 이 휴 어디로 갈 수 있는지
막막해진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방전되고
쉬고 싶고
뭔가 재미가 없고 의욕도 없는데
일의 의미를 두는 삶에
그 원동력을 직장 동료애로 위로받던 내가
다 사리 져버린 지금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나간다고 행복할까.
인그타에서 본 대행사분의 퇴사와
전업작가 결심의 삶이
부럽기도 하고
나의 경력은 몇 점일까.
난 무엇을 해낼 수 있을까.
나가면 어떤 명함으로
어떤 능력으로 채용을 당하고
월급을 달라며 당당히 말하고
일할 수 있을까.
난 무엇으로 인정받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