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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름없는선인장 Apr 08. 2023

White Lie로 위로받고 싶었던 하루

40대 후반 마지막 정규직 직장인의 삶

금요일 퇴근길,

집까지 바래다주면서

주말에 충전 헤서 오라는 동료팀장님의 말과

응원이 없었으면 오늘 너무 힘들었기에

그것마저 없었다면 정말 심각하게

나를 위한 쉼표를, 담주에 퇴사할까?를

부들부들 떨며 화장실에 앉아서 몇 번을 고민했다.

어젯밤부터 불안해서 잠 못 잔

나의 촉은 빗나간 적이 없다.


목요일 저녁 생각해 보니

아무것도 준비되지 못한 외부 업체 미팅 2건에

내일 실장님이 참석하신다.

거기다 사무실 이사로 회사는 어수선함과

난장판의 종합세트로 회의 준비는 하나도 안 한 팀원들.


팀원 1.

목요일에 확인하니 미팅 어젠다도 안 만들고

당일 업체 음료 준비도 안 하는 담당자의 모습에 화가 나고,

그리고 회의 시작하자 회피하며 회의를 주관하지 않으려는

그녀는 회의 시작 후, 또 나만 쳐다보고, 말도 안 한다.

그래서 무안하신 지 실장님도 나만 보신다.

어디 한 번 잔행해 봐 라는 자세로.


처음부터 새로 계약체결한 대행사 첫 미팅 자리

담당자에겐 조금은 애매한 지시사항과 미팅 어렌지일지라도

임원 참석은  긴장하며 준비되어야 하는 게 너무 당연한데

믿고 있던 팀원들이 본인들의 업무 책임의식은 없다.  

실장님과 회의 시 하루 이틀도 아닌데

팀원들은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침묵을 지킨다.

그래서 실장님은 그들에게 회는 못 내고 나한테 내신다.

오전 내내 상전 같은 팀원.

싫거나 하기 싫은 일들을 “팀장님이 하시라며”

미루는 팀원들의 행동과 표정에 진이 빠진다.


팀원 2.

오후 미팅도 사전 지료를 아무것도 받지 못한 채 시작.

그전에 회의실 변경에 대한 참석자 통보를 한다고 하길래

당연히 실장님이 포힘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도 실장님에게는 최종 안내를 혹시 하지 않았나 불안하여

회의 1분 전에라도 부랴부랴 메신저로 알려드렸다.

다행히 보낸 동시에 그는 회의실에 참석했다.


회의는 엉망이었다

의도치 않게 맥은 프로젝트에 연결이 되지 않고

인터넷 접속 확인을 못하여 자료 확인 및 세팅에

애를 먹었다.

서체는 궁서체로 된 체 발표를 진행하였고

업체는 크리에이티브 외에는 별다른 준비가 없었다.

회의가 원활하지도 못했고 자유롭게 의견 개진을

하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담당자 외에 다른 팀원들도 가만히 있었다.

우리 팀원들은 참관이 아닌데…

담당자는 다시 또 실장님이나 팀장을 바라보며

진행을 원한다.

나도 불만이 가득한 마당에 실장님은 아뿔싸,

또 먼저 날 선지목하며 회의 방식이나 결정을 어떤 형태로 할 건지 물으셨다.

그건 묻는다기보다 나를 꾸짖기 위함의 단초였을 뿐.


언제나 그 자리에서 결론을 내진 않기에 거수를 하기도 애매하고

우선 의견을 듣고 정리하여 진행하고자 했지만

실장님의 채근에 원하는 데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실장님이 다른 부서 팀장들의 의견을 받고 또 나를 보셨지만

난 이 모든 상황이 맘에 들지 않았고,

오전에도 팀원 2가 내가 왜 어제부터 (혹시라도 본인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은지에 대하여 말해달라는 것도 답하지 않고 있었기에

나는 이틀 내내 기분이 더 안 좋았던 것도 사실이다.


보통 실장님의 컨디션에 따라

원맨쇼처럼 진행되는 회의 거나

실장님이 원하는 말씀을 하고자 만든 자리라

모두 다른 팀원들은 조용히 있었다.

유관부서 팀장 팀원도 참석했지만

대행사를 보내고 분위기는 더 냉랭했다.

실장님은 첨엔 웃어넘기시는 듯하다

한 10명이 넘는 유관부서 팀장. 팀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는 나를 집중적으로, 그리고 실무자를

간접적으로 지목하고 엄청 화를 내셨다.

팀원들 대신 대표로 내가 혼나도 상관은 없으나

그들이 같은 자리에서 괴연 같은 걸 느낄까?

내가 혼나는 것이 침석한 모두에게

제대로 하라는 신호라는 걸

난 그들은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그럴 수록 내 뒤로 숨는다.


외부 협력업체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회의 장소 변경을 안 해 드린 것 (사전에

담당자가 장소변경 메일이 나간다고 했는데 실장님 수신이 없었던 건가…아 이것도 내 탓)

회의를 담당자나 내가 주관하지 않는 것 (나도 아무것도 모르고 전달이 안 된 상태에서

뭘 더 준비하라고 할 수도 없았다. 이 정도면 실장님 배석을 뺐어야 하나.)

본인이 혼자 두 회의를 주도한고 혼자 말하게 만든 언짢음

그리고 나나 담당자들이 빠져 있는 느낌이 싫으셨던 건 충분히 나도 안다.

내가 세세하게 팀원들을 채근하거나 미리 챙기라고 하라고 말하지 못했으니 내 잘못도 있다.

팀원들이 알아서 잘했으려니 싶었던 것도. 그들은 내게 기대고 싶었던 걸 수도.


또 다름 평행이론과 동상이몽.


나는 한두 번도 아니고 너무 공개적인 자리에서 그것도 내 팀원들이 있는데 엄청 화를 내셨고

담당자와 내가 사과드리고 잘못했다고 하긴 했지만 다들 나가고 자존심이 상하고 너무 민망했다.

다른 팀장들도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고 팀원들도 애써 나랑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았다.

어색함이 흐리고 자리에 외서 이삿짐을 씨고 팀원들은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유독 나한테만 그러시는 게. 유독 내가 그리 무능한가라고 느끼게 만드시는 공개 지적. 학교도 아닌데.

타 들어가는 내 속.. 무너지는 (일에 대한) 자존심…


강제성이 없지만 조기 퇴근하려는 팀원들과 뒤도 안 돌아보고, 인사도 안 하고,

그리고 팀원들 중 어느 한 명도 찾아와서 “회의 진행이 미숙했고 다음에는 좀 잘해보겠다 “라던지

”팀장님 난처하게 해서 미안해요 “도 없고 (뭐 그들은 그렇게 안 느꼈을 수도) ,

너무 열받고 힘들 때 난 강한 리더인 척할 수 없다.


내가 듣고 싶었던 흔한 white lie.

 “괜찮으시냐, 이런 걸로 퇴사하시거나 집에 가시는 건 아니죠?

우리 다 같이 힘내요 팀장님”이라고 다독이거나 감싸주는 팀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둘러보니 2명 외엔 다 가버린 사무실.

왠지 인생 헛 산 느낌. 배신감도 든다.

팀원들에게 이렇게 이해받지 못하고

아니 위로받지 못하는 팀에 팀장을 하고 있고

벼랑 끝에 몰린 느낌이지만 내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그나마 나중에 한 명이

“팀장님한테 실장님은 왜 그렇게 화를 내신거래요?”라는 의아함을 보였지만…


어쩜 회의 후 바로 팀원들을 불러놓고 랩업wrap up을 하지 못한 나.

왜 회의를 이렇게 밖에 될 수밖에 없는지

바로 잘못된 점을 꾸짖거나 화내지 못한 내가.

어쩌면 그냥 좋은 팀장 하고 싶어서도 아니라

화를 바로 잘 못 내는 성격 상 답답한 팀장이라서도 아니라,

감정아 다쳐서, 감정을 추슬러야

비로소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나의 성향이 그러하여…

나의 감정을 같이 먼저 다잡아 줄 팀원이 필요했지만.. 원했는데…

지금 팀에는 아무도 없다.




사람과 사람이 같이 일하는 곳에서

감정을 배제한 체 일하기는 쉽지 않다.

감정은 조미료처럼, 많이 넣고 적게 넣고

할 수 있지만 한 번 많이 뿌리면 되돌리기 힘들다.

물론 물(변화)로 희석은 되겠지만…

해보지 않아 모르겠다.


리더는 팀장은,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 질타를 받는다.

화를 내거나 감정 조절을 못하면 자칫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위로는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랐던 걸까.

한 없이 외로워진,

의미 없이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이런 직장 생활을 이렇게 힘들고 어렵게

하는 게 맞겠지…

갈 곳 없는 마지막 정규직…


오늘도 하염없이 이곳에라도 글을 남기며

나 자신을 위로해 본다.

괜찮을 거라는, 괜찮다는 나 만의 white lie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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