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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름없는선인장 Mar 30. 2019

금요일 퇴근길

40대 여자 팀장의 하루 ep.10

독백. 혼자 짊어져야 하는 삶의 무게


모든 일이 해결되면

잠을 잘 잘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 거의 다 정리가 될 거 같지만

마음속은 왠지 무겁다.


회사에서 사람은 좋은데 업무 성과를 못 내는 사람이 있다. 몇 달 만에 약간의 권고성 부서 이동이었는데 오히려 동종업계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을 하고, 연봉 상승이 되고, 해외 법인장 급으로 나간다는 소릴 들었다. 동종 업계면 건너 건너 다 어떤 사람인지

알 텐데 레퍼런스 체크(reference check)는 안 하는가 싶었는데 알아보니 그쪽 인사팀장과 다 알고 아는 사이, 이쪽 회사 출신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고 한다. 역시 한국은 다 인맥인가. 그래도 축하할 일이다. 업무 스타일이야 어떤 들 그 조직에서 잘 맞으면 된다 싶기도 하다. 부러우면서 부럽다.


금요일 퇴근길.

확정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녀가 같은 팀에서 잔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달받았다. 이틀 결근 후 그녀의 예상치 못한 출근에, 하루 종일 말 한디 안 하는 그녀가 정말 불편하고 답답하고 실장님과의 면담 결과가 조바심 났지만, 막상 듣고 보니 약간 허무하게 끝난 느낌이다. 부서 이동을 권유했다는데, 그게 또 신설팀이고 우리 팀 다른 팀원이 가려던 부서다. 수용할지는 그녀의 판단, 월요일에 결정이 난다고 하는데, 간다고 해도 한 건물에서 또 봐야 하고, 또 가려던 팀원이 거부하긴 했으나 막상 또 그 자리에 그녀가 간다고 하면 팀원 기분이 좀 그럴 거 같기도 하다. 근데 이건 나의 오지랖일 수 있다.

정말 희한한 조직인 건 이틀이나 동료가 안 와도 대충 느낌으로 알고 아는 척을 아무도 안 한다는 것. 싸한 분위기와 나와 대립하고 있다는 걸 알고 아무도 나에게 직접 묻지 않았지만 다들 눈치를 보고 주변에 있는 내 팀원들의 카톡으로 묻고 알고 있었다. 소문과 진실의 잔상은 생각보다 멀리 퍼져있을 수 있다. 웃고 있지만 이 모든 것에 사람들의 예의 주시하는 눈길이 참 싫다.




이상하리만큼 3월은 나에게 매해 힘든 달이다.

설 연휴 이후 너무 많은 일들이 터졌다.

잠도 못 이루고, 다크 서클에, 갑자기 몇 년은 늙은 기분이다. 한 고비를 넘기면 한 고비가 또 생긴다.

앞으로 잘해 나갈 수 있겠지?




금요일 저녁 퇴근길.

딱히 어디에다 맘을 둘 곳이 없다.

어느 누구의 인생도 힘들다 하지 않는 사람이 없으니, 그냥 이 모든 것이 허공에 울리는 메아리 같고, 매번 같은 레퍼토리에, 내 스토리를 들으면 다들 열을 받고 암 걸릴 것 같다며 다른 스토리로 넘어간다. 나도 안다. 변하지 않는 문제에 긍정적인 용기만 불어넣기엔 친하다 해도 지칠 수 있다는 걸. 오늘 같은 날, 그럼에도 나도 내 고민을 같이 나누고 들어 줄 사람이 필요하다. 나이와 경력과 경험이 사람을 강하게 만들진 않는다.


어느 순간 인스타그램에서 보이는 삶의 단면들도 진실이 아닌 그저 행복하고 좋아 보이려 하는, 쿨한 사람들의 삶만 가득해 보이게 만든 환상이라 이젠 잘하지 않는다.

책도 읽지 않는다. 손에 잡히질 않는다.

책을 읽지 않으니 인스타나 블로그에 올릴 글이 없다. 그런 시간과 노력을 할 여유가 안 생긴다.


너무 머리가 복잡하고 힘드니

이렇게 글로 밖에 풀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은 물론 독백이지만.


그런 밤

나의 금요일

나의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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