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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름없는선인장 Apr 02. 2019

어깨 넓은 남자가 좋다지만

40대 여자 팀장의 하루 ep11


지하철 출근 길


출근길

한 자리가 비어 있다.

양 옆에 사람들이 너무 넓게 앉아 앉기가 망설여졌다. ‘쩍벌남’보다 많은 게 ‘어깨 깡패’였던가?


그래도 저기는 분명 한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자리다.

난 갈 길이 멀다.

그리고 저 사람들이 저렇게 앉을 권리도 없다.

비집고 들어가 앉았다.

말은 안 하지만 불쾌함을, 아니 불편함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누구 하나 어깨를 좁히지 않는다. 오히려 힘을 준다.

서로 영역 확보를 위한 암묵적 치열한 어깨 싸움이 일어난다.

솔직히 젊음 남성 분들이 힘으로 밀고 들어오면 내 뼈가 남아나지 않는다. 왜 다 깊숙이 안쪽에 어깨를 넣고 싶어서 쭉 펴고 들어오는 걸까...

출근길부터 어깨가 얼얼하다.


진심으로 묻고 싶다.

지하철 좌석 칸이 나한테만 작은 건지...

그리고 정녕 본인들은 편한지...


자신이 한 좌석 이상을 옷으로 침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렇게 누르기만 하면 남이 얼마나 아픈지, 정말 느끼지 못하는 걸까? 왜 먼저 앉았다는 이유만으로, 또 본인만 편하면 된다는 이유인 건지, 누가 침범하여 끼여 앉는다는 듯이 불쾌하다는 듯 얼굴을 징그리고 절대 비켜주지 않는다. 왜 서로 자리를 조금씩 좁혀 앉아주면 안 되는 걸까?


그들은 여자가 앉던 말던 힘으로 밀어붙인다.

그리곤 게임을 한다.

음악을 듣는다.

여자 친구와 카톡을 한다.

왼쪽은 H대 점퍼의 대학생,

오른쪽은 S대 점퍼의 대학생.

학교와 배려는 별 상관이 없나 보다.


물론 여성분들이나 여학생도 이런 분들이 없다는 건 아니다. 상대적으로 적고 주로 겨울에 펑퍼짐한 패딩 때문에 일어난다. 하지만 그들은 힘이 아닌 지속적 어깨 들썩거림으로 불쾌함을 표현한다. 이것도 같은 여자로서 기분이 좋지 않다. 나도 불편하다.  ‘아... 누구나 불편하다..’ 난 오히려 아무 움직임을 최대한 주지 않으려고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데 그들은 왜 자꾸 움직이는 걸까?


모두 다 출근하는 길이고,

모두 다 고단하다.

옷깃만 닿아도 불편한 건,

진짜 불편한 걸까

내 공간에 침범한 느낌이어서 그런 걸까.


난 그저 못 잔 쪽잠을 좀 자보려 했지만

내 어깨만 남아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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